해양산업 지속가능한 수산물과 흑백요리사: 바다를 위한 셰프들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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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흑백요리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요리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혹시 백수저 요리사 중 이탈리아 출신의 미슐랭 셰프, 파브리(파브리치오 페라리, Fabrizio Ferrari)를 기억하는가? 100명의 흑수저 요리사들이 첫 라운드 이후 단 20명만 생존해하여 20명의 백수저와의 1:1 대결을 펼쳤다. 그중 최종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와 홍어요리로 맞붙은 상대가 파브리이다.
단 한 번도 요리에 써본 적이 없다던 홍어가 재료로 선정되자 파브리는 거의 절망에 빠졌지만, 홍어삼합을 이탈리아식으로 재탄생시켜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요리를 선보였다. 심사위원 두 명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라져 판정이 나지 않았지만, 승부를 꼭 내어야 하는 상황이라 우여곡절 끝에 아쉽게 탈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상대방에게 ‘브라보(Bravo)’를 외치며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하고 퇴장했다. 그 모습이 사람들의 기억에 많이 남았는지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에 많이 회자 되었다.
나도 흑백요리사에서 파브리가 보여준 모습들이 평소 그와 만났을 때 느끼지는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아 그러한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의 유투브 채널에서 지속가능 수산물 요리를 시연하는 파브리 ⓒMSC
내가 파브리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 2018년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 MSC) 이탈리아 대표인 프란체스카의 소개 때문이었다. 자신의 친구이자 MSC 이탈리아 셰프 앰버서더인 파브리치오가 한국에 거주하게 되니 잘 부탁한다고 메일이 왔다. 파브리는 밀라노에서 1984년부터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포르티촐로(Porticciolo)라는 이름의 수산물 레스토랑을 이어받았다. 이후 그가 개명한 알 포르티촐로 84(Al Porticciolo 84)는 2006년부터 15년 연속으로 미슐랭 1스타에 지정되었다. 파브리는 자신의 레스토랑 매출이 정점으로 향할 때 불현듯 MSC 본부를 방문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속가능한 수산물 소비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 후 2015년 MSC 앰버서더가 되었다. 그 이유는 파브리가 일전에 MSC 한국사무소를 위해 영상을 만들 때 했던 이야기에 잘 나타나 있다.
Al Porticciolo 84 오너셰프 시절 파브리와 그의 크루 ⓒMSC
“저는 수산물을 위주로 하는 레스토랑의 오너셰프였기 때문에 수산물 동향을 20년 이상 지켜보았어요.
그런데 제가 최근에 깨달은 사실은 10년 전에는 쉽게 구매가 가능했던 몇몇 어종들이 지금은 너무 많이 남획되어 거의 사라졌고,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10년 안에 수산물 고갈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사람들이 수산자원을 어획하기 전에 자연에서 충분히 번식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죠.
결국 우리는 극심한 수산물 고갈현상을 겪게 될 거예요.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수산물 소비를 해야 합니다.”
- 파브리치오 페라리
MSC 이태리 & 한국 셰프 앰버서더 파브리치오 페라리 ⓒMSC
파브리는 MSC 앰버서더로 10년 넘게 활동하며, 지속가능한 수산물 소비를 알리는 데 힘써왔다. 그리고 2016년 한국 정부가 밀라노에서 개최한 한식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후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2018년 한식대첩에 출연한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거주하며 교수, 방송인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그는 현재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두 나라의 요리 문화를 결합한 독창적인 요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파브리가 개발한 MSC 지속가능 수산물 요리 레시피 ‘대구 보리밥’ ⓒMSC
“저는 다른 셰프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지속가능한 수산물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책임감 있게 수산물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이 됩니다.
이러한 소비는 오늘 그리고 미래를 위해 우리 바다의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동참해야 바다를 계속해서 보호할 수 있습니다.”
- 파브리치오 페라리
그런데 이렇게 지속가능어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셰프는 파브리뿐만은 아니다. 세계 정상급 셰프들이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하며 동참하고 있다. 세계 각국 MSC 지역사무소에서 파브리와 같이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셰프들의 숫자만 30명 가까이 된다. 대부분 탑셰프(Top Chef) 또는 마스터셰프(Master Chef) 같은 요리경연 프로그램의 출연자나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다. 이들 중 지속가능 수산물 인식증진을 위해 가장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는 다섯 명의 셰프를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려고 한다.
가장 먼저 소개할 셰프는 수산물 레스토랑 그룹인 락피쉬(Rockfish)의 창립자 겸 CEO, 데번 환경 재단(Devon Environment Foundation)의 공동 창립자인 미치 통크스(Mitch Tonks) 이다.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는 10년 연속 영국 최고 레스토랑 100위 안에 선정될 정도로 높은 명성을 자랑한다. 미치는 수산 업계에서 25년 이상 종사하며 이러한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 중 한 명이다.
MSC 영국 셰프 앰버서더 미치 통크스 ⓒMSC
“수산물을 취급하면서 느낀 것은 자연산 연어 같은 인기 어종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산물에 대한 우리의 애정은 이제 단순히 수산물을 자주 먹고 즐기는 행동을 넘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더욱 절실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수년간, 이 문제에 대해 우려했고, 수많은 고민과 공부 끝에 지역 어장에서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인증을 받고
잘 관리된 어종을 구매하는 것이 수산물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미치 통크스
MSC 인증 Fish & Chips 요리를 준비하고 있는 미치 통크스 ⓒMSC
2011년 그는 지속가능 수산물 이력 추적을 위해 자신의 레스토랑 그룹 락피쉬에 MSC CoC 인증 취득하고 8개 이상의 매장에 MSC 인증 메뉴를 선보였다. 이후 MSC 영국 앰버서더가 되어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락피쉬의 모토는 ‘내일의 물고기는 아직 바다에 있다(Tomorrow's fish are still in the sea)’이다. 말 그대로 내일 사용할 수산물은 아직 바다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미치는 오늘 우리가 즐기는 수산물을 미래 세대들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풍부하게 보존되는 어장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사용하는 것이 회사의 운영 목표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미치는 스페인, 노르웨이 등 영국 인접 지역의 MSC 인증 어장을 방문해 재료를 직접 매입하고 있다.
다음 소개할 셰프는 2017년 MSC 미국 & 캐나다 앰버서더로 위촉된 샬롯 랭글리(Charlotte Langley)이다.
그녀는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Prince Edward) 섬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바다와 수산물에 대한 강한 유대감이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어 있었고 항상 지속가능한 수산물에 대한 철학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MSC 미국 & 캐나다 셰프 앰버서더 샬롯 랭글리 ⓒMSC
“저는 MSC 에코라벨 수산물과 같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셰프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MSC 에코라벨 식재료를 구매함으로써 건강한 바다를 만드는 데에 직접 기여하고 헌신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 샬롯 랭글리
MSC 셰프 앰버서더가 된 이후 샬롯은 2021년 그녀의 요리 철학을 반영한 수산물 제조업체를 직접 설립했고 공장에 MSC CoC 인증을 도입했다. 이후 MSC 에코라벨 수산물을 시중에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MSC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캐나다의 한 방송에서 MSC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는 샬롯 ⓒMSC
“제가 구매해서 가공한 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수산물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고 지구에 좋은 수산물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MSC와 협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MSC가 바다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을 존중하고 믿기 때문입니다.
MSC는 글로벌 모범 사례 요건을 충족하는 유일한 어업 인증 및 에코라벨링 프로그램입니다.”
- 샬롯 랭글리
샬롯은 "MSC 에코라벨을 통해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선택하는 것은 건강한 바다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구매할 때에도 이러한 책임감을 가질 것을 권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셰프는 2018년 MSC 폴란드 앰버서더로 위촉된 마틴 히메네스 카스트로(Martin Gimenez Castro)이다.
마틴은 폴란드에서 개최된 탑 셰프 프로그램에서 첫 우승자로 유명하다. 또한 그가 운영하는 두 개의 레스토랑 모두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셰프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속가능한 수산물 사용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MSC 폴란드 앰버서더로서 수년간 활동하며, 크리스마스 캠페인과 세계 해양의 날 같은 주요 행사에 지속가능한 수산물의 중요성을 폴란드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MSC 폴란드 셰프 앰버서더 마틴 히메네스 카스트 ⓒMSC
“저는 요리 준비를 할 때 항상 지구를 생각하고 미래 세대에게도 귀중한 자원을 잘 물려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당에서 사용되는 수산물은 책임감 있고 지속가능한 어장에서 생산된 것만 사용하고 싶습니다.
현재 전 세계 수산자원 3분의 1 이상이 남획되어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어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수년 동안 MSC의 활동을 지지하고 지원해 온 이유이며,
현재 해양 생태계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폴란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는 것을 보고 있어서 기쁩니다.”
- 마틴 히메네스 카스트로
마지막으로 소개할 셰프는 2021년부터 MSC 영국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제임스 스트로브릿지(James Strawbridge)이다. 그는 앰버서더 활동 경력이 앞서 소개한 셰프들 중 가장 낮지만, 방송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환경운동가 등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 중인 영국의 유명 셰프이다.
MSC 영국 셰프 앰버서더 제임스 스트로브릿지 ⓒMSC
제임스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BBC 방송 프로그램 It's Not Easy Being Green 시리즈에 출연해 음식에서 생활 방식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삶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시청자들에게 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과 진심에 공감하게 만들었고 나아가 함께 동참하게 되는 큰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지속가능 수산물 요리를 시연 중인 제임스 ⓒMSC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제임스는 MSC의 지속가능 수산물 주간(Sustainable Seafood Week)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북쪽에 위치한 오지인 셰틀랜드 섬에 직접 방문해 MSC 인증 가리비와 게 어장을 견학했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실천하는 지역 어민들과 소통하며 우리가 즐기는 수산물이 어떤 노력으로 생산되었는지 몸소 느꼈다. 방문 후 그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대중들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가정에서 즐기기 좋은 지속가능한 수산물 요리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소비자 인식 증진에 앞장섰다.
셰틀랜드의 MSC 인증 어업을 방문 중인 제임스 ⓒMSC
“셰프로서 음식을 요리할 때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맛까지 좋은 재료를 선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내가 선택한 수산물이 MSC 인증을 받은 지속가능한 어장에서 공급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입니다.
훌륭한 음식을 요리하면서 동시에 바다에 미치는 나쁜 영향도 줄일 수 있는 MSC 프로그램은 훌륭합니다.”
- 제임스 스트로브릿지
오늘 소개한 MSC 셰프 앰버서더 파브리, 미치, 샬롯, 마틴, 제임스는 하나 같이 우리가 미식의 경험을 넘어 지속가능한 바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에 직접 동참해서 일상에서 선택하는 음식들이 해양생태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MSC 인증 제품 소비를 통해서 여러분도 바다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해양자원을 보호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파브리치오 페라리, 2022년 ‘이태리파브리’ 유튜브 채널
MSC 셰프 앰버서더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리스트 ⓒMSC
마지막으로 MSC 셰프 앰버서더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중 12개를 엄선해서 추천해 본다. 만약 해당 국가에 갈 기회가 있다면 가면 꼭 들러서 지속가능 수산물 요리를 즐겨보길 권한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각 앰버서더들과 레스토랑에 대한 더 많은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서종석
MSC 해양관리협의회 한국대표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공학박사
‘어업의 품격’(2020) 저자
영국 에버딘대학교 비즈니스스쿨 Global MBA 졸업
부경대학교 기술경영학 박사, 부산대학교 석사, 고려대학교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