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생선 통조림 파는 미국 아가씨(MZ 감성에 맞는 통조림을 만들자,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페이지 정보

본문
피시 와이프에 들어 있는 숨은 뜻
피시 와이프(fish wife) 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몰라도, 외국에서만큼은 썩 좋은 이름이 아니다. 노상 시끄럽고, 입이 험한 여자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어서다. 본래 생선가게 아줌마가 그렇게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금처럼 냉장시설도 없고, 얼음도 흔하지 않던 시절에, 생선은 다른 상품과 달리 부패하기 쉬운 상품일 수밖에 없었다. 상하기 전에 무조건 빨리 팔아 치우는 게 최선의 방책이고, 손해를 줄이는 최고의 비결. 재고가 남은 상태에서 바다에 나간 남편이 다시 생선을 들고 들어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이때 피시 와이프가 취할 판매 전략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른 가게보다 생선을 싸게 팔거나 목소리를 높여 고객의 관심을 한 번이라도 더 끄는 것이 당시 거의 유일한 마케팅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튀어야 산다는 생존전략이, 다른 이들의 처지에서는 시끄럽고, 불편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졌을 터이다.
피시 와이프 홈페이지 초기 화면 ⓒ피시 와이프 통조림 회사 홈페이지 검색자료(2024. 10. 10)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잘 나간다
말이 유래한 역사적 사실(史實)이 이런데도, 피시 와이프라는 이름을 달고, 생선 통조림을 파는 회사가 미국에서 나타났다. 당찬 MZ 세대, 두 명의 여성 창업가가 만든 회사다. 그들은 피시 와이프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에 대해, ‘그런 사정이 있어 이번에는 우리가 그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 보려고 한다.’ 말했다. 이를 두고, 마케팅 전문가 사이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쉽게 전달하고, 각인시키는 효과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본래 이들이 생선 통조림을 만들어 팔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동 창업자 중 하나인 베카 밀스타인은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예술을 전공했다. 음악산업 쪽에 경력을 쌓기 위해 스페인에서 공부하는 등 다른 분야에 관심이 더 많았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의 이력은 더 특이하다. 1) 그럼에도 이들이 피시 와이프를 창업한 이유는 무엇일까?
1)캐롤라인 골드파브는 미국 TV 쇼 작가로 활동하는 등 통조림 산업과는 전혀 생소한 경력을 갖고 있어서다.
피시 와이프 창업자 베카 밀스타인 ⓒ피시 와이프 통조림 회사 홈페이지
여러 가지 종류의 생선 통조림 ⓒ시리어스 잇츠(https://www.seriouseats.com)
MZ 세대 감성에 맞는 상품 개발
먼저 베카 밀스타인의 음식에 대한 경험을 들 수 있다. 그는 스페인에 체류하면서 생선 통조림 천국인 이베리아반도의 음식 문화에 매료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캔 등 보존 음식의 대명사로 알려진 컨저버스 요리(conservas cuisine)와 자주 접했던 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영양가를 충분히 살릴 수 있으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통조림 요리의 장점과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봤다는 의미다. 다만, 그들은 기존의 경영 문법과는 다르게 소비시장을 포지셔닝했다. 피시 와이프가 뚫고 들어갈 시장을 MZ 세대에 맞췄다. 감각적이면서도 윤리 및 가치 소비를 지향하고,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플렉스도 서슴지 않는 젊은 층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기존에 시판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세련된 디자인, 싸구려 이미지에서 벗어난 프리미엄급 통조림, 틱톡이나 유튜브 등 SNS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까지, 생산에서 유통과 소비 전 구간을 철저하게 신세대 트렌드에 맞췄다. 결과는 대박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 75만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2022년에는 260만 달러로 급등했다. 2023년에는 수익이 무려 580만 달러로 치솟았다.
이베리아 반도의 여러 가지 컨저버스 요리 ⓒ시리어스 잇츠(https://www.seriouseats.com) 검색자료
탄탄한 팬덤층 확보로 성장 기대
피시 와이프의 성공 요인은 여럿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관통하는 탁월한 마케팅 능력과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 그리고 지속 가능하고, 고급 생선 통조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게 피시 와이프의 로켓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올해 초에 미국 TV 방송국의 사업 오디션 프로그램인 샤크 탱크(Shark Tank)2)에 출연한 것이 이 회사의 성장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기업 인지도와 평판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고객에 대한 신뢰도가 커지고, 시장에서의 입지도 그만큼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2)샤크 탱크는 미국 ABC에서 2009년부터 방송 중인 사업 오디션이다. 사업가들이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들고나오면 '샤크'라 불리는 심사위원들이 투자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세계 생선 통조림 시장 규모는 2023년을 기준으로 456억 달러로 평가됐다. 2024년부터 2031년까지 대략 연평균 6.2%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치대로 간다면 2031년에는 769억 달러라는 큰 시장이 들어선다. 빠르고, 조리된 식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통조림 기술과 포장 기술의 혁신, MSC 등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선을 사용하는 점,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간편하게 요리하기 쉽다는 점 등이 향후 생선 통조림 시장의 성장을 이끌 요인이다. 피시 와이프는 이 같은 식품시장 변화와 소비 트렌드에 파고들면서 젊은 소비자 층을 팬덤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 회사가 힘들고 거친 데스 벨리를 넘어 식품업계의 새로운 별도 떠오를지 지켜볼 일이다.
피시 와이프 생선 통조림 및 레시피 ⓒ피시 와이프 통조림 회사 홈페이지
최재선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