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지속가능어업과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기술혁신과 협력
페이지 정보

본문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산물에 대한 수요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어업은 전 세계 수백만 사람들의 생계와 식량 안보를 책임지는 중요한 산업이 되었다. 하지만 불법어획, 무분별한 어업 등과 같은 자원 남용, 인위적인 해양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수산자원의 고갈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수산자원을 현명하게 관리하고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어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2024 세계식량기구 보고서의 글로벌 수산자원 현황
ⓒUN FAO
최근 지속가능한 어업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국제적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 일부 어장, 예를 들어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에서 인증받은 어장은 어획량 관리, 혼획률 감소, 멸종위기종 보호, 서식지 보전 등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소비량이 많은 흰살생선 어장에서 어업 방식과 기술을 개선하며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흰살생선 요리
ⓒMSC
2023년 기준, MSC 인증 어장에서 생산된 흰살생선의 어획량은 6백만 톤을 넘어섰으며, 이 수치는 전 세계 흰살생선 어획량의 74%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명태, 대구, 헤이크(Hake) 등 흰살생선의 주 어종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 중, 대표적으로 남아프리카의 헤이크는 지속가능한 수산물 시장이 성장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MSC 인증 제품으로 출시되며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등에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며 인기 어종으로 급부상했다. 그 배경에는 남아프리카 헤이크 어업이 MSC 인증을 취득한 것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꾸준히 어업 방식을 개선하는 스토리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MSC 인증 흰살생선 어획량 현황
ⓒMSC
남아프리카 헤이크 트롤어선
ⓒMSC
남아프리카 헤이크 트롤어업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헤이크는 남아프리카 해역에서 어획되는 자연산 수산물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수산자원 중 하나로, 자국 내 수출의 50%를 차지하며 약 36,500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과거 1970년대에는 연간 어획량이 110만 톤을 기록할 정도로 헤이크 어획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졌다. 남아프리카 해역을 ‘국제적인 자유 어장’이라고 부를 만큼 여러 국가의 어선들이 적정 어획량 제한 없이 과도하게 남획을 하다 보니 헤이크 자원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또한, 헤이크를 어획하면서 발생하는 멸종위기종 혼획 문제도 대두되면서 남아프리카 정부와 지역사회는 어업과 함께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개선의 노력을 시작했다.
남아프리카 헤이크 트롤어업에 혼획되는 대서양 노랑코 알바트로스
ⓒMSC
대표적으로, 남아프리카 헤이크 트롤어업은 바닷새 혼획 문제가 심각했다. 트롤 어망과 관련된 활동으로 인해 매년 약 14,000마리의 바닷새가 사망했으며, 알바트로스와 같은 멸종위기종도 피해를 입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버드라이프 남아프리카사무소(BirdLife South Africa)는 2020년에 정부와 어업인들과 협력하여 바닷새 혼획 저감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혼획 저감 장치 ‘토리줄’
ⓒMSC
바닷새가 혼획되는 주요 원인은 먹잇감을 찾아 어선 주변을 맴도는 바닷새들이 어선에 설치된 그물에 걸려있는 헤이크를 사냥하기 위해 그물 주변으로 날아들면서 그물에 얽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닷새들이 그물로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이 필요했고, 그 개선 방법 중 하나로 ‘토리줄’이 개발되었다.
이 간단한 기술은 바닷새들이 트롤 케이블선과 그물망에 접근하지 않도록 경고 역할을 했고, 그 결과 바닷새 혼획 사망률이 90%, 특히 알바트로스 사망률이 99%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토리줄을 설치한 헤이크 트롤어선
ⓒMSC
하지만 토리줄 설치만으로는 완벽하게 바닷새 혼획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혼획되어 다치거나 사망하는 새들은 존재했기 때문에 보완적으로 바닷새 치료 시스템 구축이 필요했다. ‘바닷새 보존을 위한 남아프리카 재단(Southern African Foundation for the Conservation of Coastal Birds, SANCCOB)’과 협력하여 어선에서 바닷새 재활센터로 이송해 치료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어업인들이 선상에서 혼획된 바닷새를 처리하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현재는 바닷새를 안전하게 구출하고 치료센터까지 이송하는 시스템을 적용하여 더 많은 새들을 보호하고 있다.
바닷새 구출 및 이송 시스템
ⓒMSC
어업 개선을 위한 지속가능한 노력은 기술적 접근뿐 아니라 교육과 사회적 참여를 포함한다. 책임 있는 어업인 연합회(Responsible Fisheries Alliance, RFA) 교육을 통해 지역 어업인들에게 바닷새 보호와 어업 개선의 중요성을 알리고, ‘장애인을 위한 오션뷰 협회(Ocean View Association for People with Disabilities, OVAPD)’와 협력해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토리줄 제작 기술을 공유하며 지역사회의 포용적 발전에도 기여했다.
토리줄 생산 기술을 교육하는 장애인 직업재활 프로그램
ⓒMSC
남아프리카 헤이크 트롤어업의 개선 성공 사례는 헤이크 연승어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트롤어업과 달리 연승어업은 범고래와 물범 등과 같은 해양포유류 혼획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었다. 해양포유류는 연승줄 갈고리에 매달려 있는 미끼를 자신들의 먹이로 착각하여 갈고리를 물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스텔렌보스 대학교(Stellenbosch University)의 한 연구실에서는 해양포유류가 다치거나 사망했던 기록이 담긴 과거 20년간 데이터를 분석해 포유류의 행동과 어업 방식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연구는 추후 포유류 혼획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노력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지역 경제, 사회, 그리고 글로벌 생물다양성의 균형을 이루는 데 기여한다. 어업 개선은 수산자원의 미래를 보장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남아프리카 헤이크 트롤어업의 사례는 지속가능한 어업이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조화롭게 실현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훌륭한 예다.
남아프리카 지역에 서식하는 물범
ⓒTess Gridley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서는 다양한 해양 생물종과 어업 활동 간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남아프리카 헤이크 트롤어업의 사례와 더불어, 다른 지역에서도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알래스카 연어 자망어업은 바다쇠오리와 같은 멸종위기 새들의 혼획을 줄이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알래스카 어업 발전 재단(Alaska Fisheries Development Foundation)이 도입한 ISN(Indigenous Sentinel Network) Skipper Science 앱은 어부와 주민들이 바닷새의 출몰 기록을 저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이 혼획 저감 기술을 개발하도록 돕고 있다.
바닷새 혼획 데이터를 기록하는 ISN Skipper Science 앱
ⓒMSC
다른 예로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럼프피쉬(Lumpfish) 자망어업은 바닷새 혼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ED 조명, 조업 시즌 변경, 그리고 경고 부표와 같은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특히, 아이슬란드는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과 협력하여 부표에 눈 모양을 그린 허수아비 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바닷새의 혼획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바닷새를 경고할 수 있는 부표장치(looming-eyes buoy, LEB)
ⓒMSC
또한, 레위니옹 황새치(Swordfish) 연승어업은 바다거북 혼획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각 어선에 바다거북 탈출장치(Turtle excluder devices, TED)를 제공하고 사용법을 교육하며, 혼획된 거북을 구조하고 재활센터로 이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400마리 이상의 바다거북을 보호하며 생존율을 80%까지 향상시켰다.
바다거북 탈출장치(TED)
ⓒMarc Dando
다음으로, 동태평양 열대지역의 참치 선망어업은 미흑점상어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혼획된 상어에 전자태그를 부착하여 방류 후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여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참치 선망어업에서 혼획된 미흑점상어 구출 현장
ⓒMSC
마지막 예시로, 호주와 영국의 정어리 선망어업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혼획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워크숍을 통해 음향장치 기술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며, 혼획 저감 기술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음향장치 바나나 핑어(Banana Pinger)
ⓒMSC
이처럼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례들은 지속 가능한 어업이 단순히 환경 보전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과학적 데이터와 협력을 기반으로 어업 방식과 생태계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각 지역의 개선 노력이 한데 모일 때, 우리는 지속가능한 수산물 공급망을 구축하고, 6차 산업을 구현할 수 있으며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어업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간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종석
MSC 해양관리협의회 한국대표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공학박사
‘어업의 품격’(2020) 저자
영국 에버딘대학교 비즈니스스쿨 Global MBA 졸업
부경대학교 기술경영학 박사, 부산대학교 석사, 고려대학교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