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 해양공간디자인과 플로팅 해상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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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공간디자인
‘해양디자인’은 해양과 디자인의 만남이다. 해양디자인은 바다, 즉 바다환경과 바다자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문화 및 산업 행위에 디자인을 융합하여 그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창조적 활동이다.
해양디자인 가운데 도시와 같은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해양공간디자인’은 해양공간이 가지는 장점을 활용하여 우수한 생활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바다(해변, 해상, 해중을 포함)에 주거공간을 조성하는 다양한 시도들로 이루어진다.
이와 함께 항만, 어촌·어항, 해안지역 등 해양공간에 널려있는 해양문화나 해양경관 등을 발굴하고 육성하며 바다 위에는 해상도시를 조성하여 새로운 삶의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해양공간디자인은 수변에 워터프런트를 비롯하여 새로운 친수공간을 만들고 항만을 재개발하여 질적으로 우수한 도시 수변을 만들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한다.
해양공간디자인은 물과 관련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특징이며 공간의 사용 조건이 바다에 의한 악조건을 포함하고 있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기능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양공간디자인은 정성적 기술과 정량적 기술의 통합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디자인프로세스가 필요하다.
해양도시
바다는 지구상에서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공간이며 역사적으로는 해양공간에 많은 해양도시들이 존재했다. 대표적인 해양도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이다. 베네치아는 452년 야만족의 끊임없는 위협 속에서 바닷가 개펄 위에 해양도시를 건설하였다. 그리고 이 도시로부터 바다의 활로를 찾아서 지중해 대국으로 성장하였고 수백 년을 ‘지중해의 여왕’으로 존재하였다.
또한 바다는 육지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공간이 되었다. 예를 들어 1967년 이탈리아인 조르지오 로사라는 엔지니어가 이탈리아 리미니 주 해안에서 11km 떨어진 아드리아 해상에 400㎡ 크기의 인공섬을 건설하고 이듬해 6월 24일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이라는 이름의 독립 국가를 선포하였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 오피니언뉴스
또한 2008년에는 국가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유토피아 국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시스테딩연구소(The Seasteading Institute)를 만들고 이들은 실리콘밸리 부호들의 투자를 받아서 공해에 독립적인 해상도시를 만들고자 시도하였다.
시스테딩연구소의 해상도시계획안 Ⓒ New Atlas
한편, 기후위기 시대에 해양도시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벨기에 생태주의 건축가 뱅상 칼보(Vincent Callebaut)가 2008년 제안한 릴리패드(Lilypad)는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급자족의 해양도시로서 바다의 이산화탄소와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자체적으로 산소를 만든다. 또한 태양광, 조력, 풍력 등 자연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함으로써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연안도시가 침수되었을 때 새로운 생활공간이 된다.
릴리패드 Ⓒ Vincent Callebaut Architecrures
플로팅 해상도시
바다 위에 해상도시를 만들려는 구상에는 기존 도시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살기 좋은 도시를 새롭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 이런 의도가 구체화 된 것이 바로 바다에 띄운 ‘플로팅 해상도시’이다.
플로팅 해상도시는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대체에너지를 사용하여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저감한다. 또한 육지에 주거단지나 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숲이나 자연녹지를 파괴하는 것을 막아주며 해상도시를 구성하는 유닛부재를 교체하여 도시 수명을 늘일 수 있고 도시 일부를 재활용할 수도 있다.
최근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서 플로팅 해상도시가 떠오르고 있다. 유엔 해비타트는 2019년에 향후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사라질 위기에 있는 폴리네시아의 기후난민을 위해 플로팅 해상도시를 계획하였고 파트너 도시로서 부산을 선택하였다. 유엔이 계획하고 있는 오셔닉스 시티(Oceanix City)는 인구 300명 수용의 5,500평 크기 육각형 부유식 인공섬 6개를 결합하여 하나의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마을공동체 6개를 결합하여 최대 1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만드는 구상안이다. 이 도시 외곽에는 도시를 지탱해 주는 태양광 발전이나 식량 재배 등을 위해 부유식 플랫폼이 설치된다.
오셔닉스시티 Ⓒ Bjarke Ingels Group
이러한 플로팅 해상도시는 부산이 창의적으로 바다공간을 활용하는데 좋은 아이디어이다. 부산에서 플로팅 해상도시가 성공하려면 다음 사항이 중요하다. 첫째, 적정한 입지 선정이다. 기존 도시와 관계 및 바다의 다양한 물리적, 기후적 특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둘째, 플로팅 해상도시의 필요성과 조성 절차 등에 대해 시민의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셋째, 플로팅 해상도시가 이루어질 수 있는 법 제도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부산은 플로팅 해상도시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창의적인 해양도시, 지속 가능한 해양도시가 될 수 있다.
이한석
(주)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부설연구소장
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
해양건축과 해양공간디자인에 관련하여 지속적인 연구 및 교육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해양건축계획』, 『수변공간계획』, 『세계 해양도시의 친수공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