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 열정이 있는 쌈바의 고장, 중남미 바다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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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의 바다 요리
중남미 대륙은 태평양, 대서양, 카리브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총 33개의 나라가 존재하는데, 이 중 바다가 없는 내륙국은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두 나라뿐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상 수산업, 해양 관광업이 자연스레 발전해 올 수밖에 없었고, 해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요리 문화도 국가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현지 사람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중남미 바다 요리는 어떤 게 있을까?
멕시코의 해산물 요리, 타코
멕시코에서 가장 유명한 해물 요리로는 해물 타코가 있다. 보통 타코 하면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멕시코 해안 지역에서는 해산물을 넣어 먹는 타코를 즐겨 먹는 곳이 많다. 특히 멕시코 북서부에 위치한 바하 칼리포르니아, 시날로아, 소노라에서는 해산물 타코를 파는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멕시코의 새우 튀김 타코 ©️Pexels
멕시코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해산물 타코는 단연 새우 타코다. 크게 두 종류의 새우 타코가 있는데, 하나는 그릴에 구워진 새우, 다른 하나는 튀김옷을 입힌 새우다. 새우 타코로 유명한 도시 한 곳을 꼽으라면 시날로아주에 위치한 마사틀란이 있다. 대형 참치, 청새치 낚시로 유명한 마사틀란은 특별한 새우 타코 요리가 있는데, 바로 ‘고베르나도르 타코 (Tacos Gobernador)’란 음식이다. 여기서 고베르나도르는 스페인어로 주지사를 뜻한다. 이러한 명칭은 시날로아 주지사 사마노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새우 타코가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고베르나도르 타코의 차별점은 안에 치즈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피망, 양파, 토마토 등을 함께 볶아 치즈와 함께 토르티야에 싸서 나오는데, 지금은 멕시코 전국에서 흔히 즐겨 먹는 타코가 되었다.
고베르나도르 타코의 도시, 마사틀란 ©️Pexels https://www.pexels.com/ko-kr/photo/12004343/
멕시코의 또 다른 해물 타코 도시로 바하칼리포르니아 주에 위치한 엔세나다가 있다. 멕시코 해물 타코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성지 같은 곳이다. 엔세나다 타코는 생선 타코로 유명하며, 주로 대구나 틸라피아(Tilapia) 같은 흰살생선을 반죽에 튀겨 바삭한 식감을 주는 특징이 있다. 또 가느다랗게 썬 보라색 양배추와 각종 야채, 마요네즈와 사워크림을 섞은 소스를 넣어 먹는 것이 엔세나다 타코의 정석이자 표본이다. 이 밖에도 멕시코에는 문어, 굴, 오징어, 관자, 랍스터, 가오리 같은 해산물을 요리가 있다. 독특한 해산물 타코로는 과거 어부들이 먹던 카구아마(Caguama)라 불리는 바다거북 타코가 있는데, 지금은 멸종 위기 종이 되면서 포획 자체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페루 국민 음식, 세비체
마추픽추로 유명한 페루를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세비체 (Ceviche)다. 생선회 조각, 양파, 레몬즙이 기본 베이스인 세비체는 새콤한 맛이 우리나라의 회무침과도 약간 비슷하다. 하지만 초고추장은 없기 때문에, 매콤한 맛은 없다. 세비체는 페루의 정체성을 대표할 만큼 유명한 음식인데, 한국의 김치가 무형 문화유산인 것처럼 세비체도 페루의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또 페루에서는 매년 6월 28일을 ‘세비체의 날’로 지정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세비체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의 세비체 재료와는 다른 점이 많았다. 세비체의 기원은 잉카 제국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했던 모치차 문화(200~300년경)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과거 모치차인들은 지역 과일인 툼보 (Tumbo)에서 과즙을 얻어 생선회와 함께 섞어 먹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14세기 잉카 사람들은 회를 알코올음료인 치차와 함께 담가 먹었고, 스페인 사람들이 정착한 뒤로는 양파, 옥수수, 양상추와 다진 파슬리를 넣어 지금의 세비체와 비슷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페루를 대표하는 음식, 세비체 ©️Pexels
시간이 지나면서 요리하는 방식이 달라졌던 것처럼, 페루 각 지역에 따라 레시피나 사용하는 재료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세비체는 그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는 파이체, 도라도 같은 물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사이드로 바나나 튀김을 먹는다. 안데스 지역에서는 주로 즐겨 먹는 송어로 세비체를 만들어 먹고, 북부 지역에서는 가래상어를 말려 오징어채처럼 요리하거나 조개가 들어간 검은색 소스 세비체를 먹는 특징을 보인다.
현재 세비체는 스페인, 에콰도르, 멕시코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연구가들은 16세기경 페루를 점령한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비체를 점차 다른 지역으로 전파 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하는 세비체는 단어 표기도 제각각이다. 지역에 따라 Cebiche, Ceviche, Sebiche, Seviche 총 네 가지 형식으로 쓰고 있는데, 왕립 스페인 아카데미는 모두 공식 스페인어 단어로 승인하고 있다고 한다.
브라질 축제에 빠지지 않는 음식, 모케카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식은 브라질의 모케카 (Moqueca)라 불리는 음식이다. 브라질 축제나 행사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전통적인 해산물 스튜 요리로, 주로 생선, 새우, 게와 같은 해산물을 사용하여 만든다. 보통 쌀밥과 함께 먹으며, 파로파(Farofa, 볶은 만디오카 가루)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만약 매콤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브라질식 핫소스인 말라게타(Malagueta)를 추가하여 매운맛을 더할 수도 있다.
세비체와 타코처럼, 브라질의 모케카도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재료가 섞여 변형되어 왔다. 먼저 모께카의 기원은 브라질 원주민들이 어류와 야채를 물에 넣고 끓여 먹던 전통에서 시작됐다. 원주민들은 해안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해산물과 열대 야채를 활용하여 간단한 스튜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16세기부터 브라질로 끌려온 아프리카 노예들이 팜유와 코코넛우유를 요리에 추가하였고, 이로 인해 모께카는 더욱 풍부하고 진한 맛을 가지게 되었다.
브라질의 모케카 ©️Wikimedia
팜유와 코코넛우유 맛이 나는 모케카로 유명한 지역은 바이아다. 브라질 북부에 위치한 바이아 지역은 아프리카 문화가 유독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과거 유럽, 아프리카, 남미 대륙을 잇는 노예 제도가 가장 활성화된 곳으로, 현재도 지역 주민의 약 80%가 아프리카계 브라질 사람들이다. 이런 바이아 지역의 모케카는 코코넛우유와 팜유를 사용하여 크리미하고 진한 맛을 자랑한다. 주로 생선, 새우, 게 등 다양한 해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하며, 토마토, 피망, 양파, 고수 등이 함께 넣기도 한다.
브라질 바이아주에 위치한 살바도르 ©️Pexels
모케카로 유명한 또 다른 지역은 이스피리투 산투다. 예수 석상으로 유명한 리우데자네이루 바로 위에 위치한 이곳의 모께카는 팜유와 코코넛우유를 사용하는 대신, 올리브 오일과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여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스피리투 산투의 모께카는 고유의 맛을 최대한 유지하는 특징이 있으며, 신선한 해산물과 토마토, 양파, 피망, 고수 등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생선은 지역 특산이라 할 수 있는 로발로(Robalo), 페이시-에스파다(Peixe-Espada) 등을 많이 쓰고, 붉은색을 내기 위해 아나토라 불리는 씨앗을 함께 넣어 먹는 경우도 있다.
윤장훈
중남미 전문 작가
고등학교 때 온두라스에 살게 된 것을 계기로 중남미 문화와 역사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중남미 대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일에 관심이 있으며,
카카오 브런치스토리의 ‘라티너리’를 통해 다양한 글을 공유하고 있다.
저서로는 ‘1일 1페이지 그날, 우리가 몰랐던 중남미 세계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