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세상을 응원한다-낫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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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무모한 도전
오늘의 주제는 무도, 즉 무모한 도전이다. 영국에서 세칭 잘 나가는 대학을 나온 두 젊은 남자가 벌이는, 야심 가득 찬 친환경 비즈니스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플라스틱 없는 세상 만들기’다. 먼저 이게 가능한지 팩트 체크부터 해보자! 인류가 해마다 생산해 내는 플라스틱은 4억 톤가량이다. 플라스틱은 완전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질기다. 플라스틱은 1870년 7월 12일, 세상에 처음 등장하였고 지금은 우리 생활에서 떼래야 뗄 수 없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자연 분해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다는 점이다. 환경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주범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최근 들어 친환경 대체 플라스틱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1년 기준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량은 241만 톤이다.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의 0.6%에 불과하다.
바닷가에 밀려든 플라스틱 쓰레기 ⓒBBC
생분해 플라스틱에 관심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 시장의 연간 성장률은 3% 안팎이다. 이에 비해 해조류나 식물 등 천연 소재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20% 넘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플라스틱 시장은 워낙 견고하다. 바이오 플라스틱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낫플라가 관심을 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전체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면,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하면 될 터.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용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회사가 비즈 모델을 만들 때 착안했던 대목이 있다. 생산된 플라스틱의 9%와 12%가 각각 재활용되거나 소각될 뿐, 나머지는 매립지나 바다에 버려진다는 점이다. 자연 생태계에서 생분해가 될 수 있도록 해조류와 식품에서 추출물을 뽑아 대체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게 시장에서 제대로 통했다.
낫플라가 개발한 바이오 플라스틱 물 캡슐 ‘우호’ ⓒBBC
낫플라의 기술과 상품군
낫플라가 주력한 부문은 해조류로 만든 일회용 바이오 플라스틱 포장재다. 해조류는 나무보다 20배 넘게 탄소를 흡수할 수 있고, 다른 작물과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빨리 자란다. 어떤 종은 하루에 1미터까지 큰다. 이 같은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 낫플라의 해조류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4~6주 지나면 완전히 생분해되는 특징이 있다. 수 세기 동안 미세 플라스틱이나 폐기물을 남기지 않아 기존 포장 옵션보다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처음 선보인 제품이 '우호(Ooho)'라는 이름의 식용 물 캡슐(해조류 겔)이다. 우호는 해조류와 식물 추출물로 만든, 물을 감싸는 투명한 막이다. 이 막은 먹을 수도 있고, 내키지 않으면 뱉어도 된다.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되므로 쓰레기 걱정은 금물!
낫플라 제품 홍보 동영상 ⓒ낫플라
기업과 콜라보가 비결
이 혁신 제품이 2019년 런던 마라톤에서 떴다. 런던 마라톤은 해마다 6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글로벌 메이저 대회다. 이 행사에서 3만 6000개가 넘는 우호 물 파우치가 소비됐다. 기존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물병을 대체하는 상품으로 부상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 이후 모든 게 탄탄대로였다. 해초 기반 코팅 포장재, 낫플라 페이퍼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기업과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포장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의 음식 배달 플랫폼인 저스트 잇(Just Eat), 하인즈 등에 음식 포장 용기를 공급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낫플라에서 만든 해조류 바이오 플라스틱은 식품, 음료, 화장품은 물론 가정용 제품 등 여러 산업군에서 적용될 수 있어 시장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낫플라 페이퍼 ⓒ낫플라
낫플라 개발 상품 및 이벤트 모습 ⓒ낫플라
낫플라 직원(상) , 공동 창업자(곤잘레스 및 피에르)(하) ⓒ낫플라(상, 하), BBC
펀딩도 늘고 상도 받고
이 회사를 이끄는 CEO는 스페인 출신의 로드리고 곤살레스와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 파스리에다. 로드리고는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했다. 피에르는 임페리얼 공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둘은 영국의 왕립 디자인 대학에서 만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하기로 의기투합했다. 2014년에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 낫플라를 창업한 배경이다. 이들의 기발한 혁신 기술과 참신한 디자인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투자도 늘고 있다. 2019년 시드 펀딩 라운드에서 400만 달러를 조달했다.
그리고 2021년 12월, 홍콩 억만장자 리자청이 이끄는 민간 투자기업 호라이즌벤처스가 주도한 시리즈 A 펀딩에서 1,000만 파운드를 유치했다. 2022년에는 영국 왕세자 윌리엄 부부가 설립한 어스샷 상(Earthshot Prize)도 받았다. 상금이 100만 파운드였다. 영국 왕실이 인정한 지구 지킴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낫플라는 오늘도 순항하고 있다. 그들의 꿈,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세상을 응원한다.
최재선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