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 바다에서만 서핑을 한다고? 새로운 서핑의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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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최애 해양스포츠 서핑
동해안과 서해안에는 유명한 서핑 성지 두 곳이 있다. 강원도 양양군의 서피 비치(Surfy Beach)와 경기도 시화 거북섬에 있는 웨이브파크(Wavepark)다. 두 곳의 출신 성분은 각각 다르다. 양양의 서피 비치는 바다에서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타는 형태다. 이른바 해양 기반 서핑장이다. 웨이브파크는 육지에 서핑장을 건설하고, 서핑에 필요한 파도를 인공으로 생성하는 시설이다. 전자의 경우 여름 한 철이 서핑의 성수기인 반면, 후자는 계절의 제약이 거의 없는 전천후 서핑 리조트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서핑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오래전부터 MZ 세대들의 최애 해양 스포츠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아 왔다. 특별한 경험과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액티비티가 강한 프리미엄급 스포츠를 선호하게 된 데도 이유가 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과 유트브 등에 소개되면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서핑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핑 인구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는 3,500만 명 정도로 추정한다.
인공 서핑장의 서핑 모습 1 ⓒsupfertoday
일본 실내 워터 파크의 교훈
본래 서핑은 바다에서 즐기는 대표적인 해양 스포츠의 하나였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가 있어야만 서핑이든 뭐든 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도 해변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여 서핑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실내 워터 파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이다. 일본 시가이아 오션 돔(Ocean Dome)이 효시인 셈이다. 규슈 남쪽 섬의 미야자키에 있던 이 오션 돔은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워터 파크였다. 28∼30도가량의 따뜻한 담수를 데워 웨이브 머신에서 200가지가 넘는 파도는 만들어 내는 초대형·초호화 리조트 시설이었다. 개장 초기에 연간 125만 명이 넘게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일본의 장기 불황이 지속되자 입장객이 줄고, 시설 유지비 등이 급등하면서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여러 해 동안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2001년에 사모 펀드에 매각되었으나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2007년에 문을 닫았다. 매머드급 워터 파크 시대의 종막을 알린 사례다.
인공 서핑장의 서핑 모습 2 ⓒsupfertoday
육상 인공 서핑장 들어서다
역설적으로, 일본 오션 돔의 실패는 최근 육상 인공 서핑장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기존의 초대형 다목적 실내 워터 파크 대신 오로지 인공 서핑에 특화된 기술이 개발되고, 세계 곳곳에 여러 가지 시설이 들어서고 있어서다. 가장 선두에 선 곳이 스페인의 인공 서핑장 개발회사, 웨이브가든(Wavegarden)이다. 전문가들은 서핑의 역사를 다시 쓴다면, 웨이브가든이 서핑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웨이브가든이 갖고 있는 인공 파도 생성 기술과 서핑장 설계 및 건설 능력이 탁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곳곳에서 건설되거나 운영되고 있는 인공 서핑장 가운데, 비즈니스 측면에서 웨이브가든의 기술과 시공 능력을 따를 만한 곳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인공 파도를 생성하는 기술은 본래 19세기 때 처음 나왔다. 1845년∼1886년 사이에 독일 바이에른의 왕 루드위크 2세가 자신의 호수에 전기장치를 설치하여 파도를 일으킨 것이 시초다. 그 후 이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파도 생성 장치가 개발되어 현장에 적용되었다. 1)
1)네덜란드 발명가 Dirk Bastenhof는 1983에 세계 최초로 인공 파동 발생기("Surf Wave Generator")를 특허 등록하였다.
웨이브가든 홈페이지 초기 화면 ⓒwavegarden
웨이브가든이 조성한 호주 인공 서핑장 ⓒwavegarden
웨이브가든 성공 스토리
인공 파도 기술은 신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웨이브가든이 글로벌 히든 챔피언으로 우뚝 선 이유는 무엇일까?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이 있는 인공파도 개념을 시장에 제일 먼저 내놓았다는 데 있다. 시장 선점전략이 통한 셈이다. 이 회사 설립자 2명은 모두 서퍼 출신이자 부부 관계다. 2) 다양한 파도타기 경험을 통해 어떤 파도를 만들어야 서퍼가 좋아할지 탁월한 현장 감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2005년부터 스페인의 바스크에서 머리를 맞대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인공 파도 생성시스템과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한쪽에서 파도가 나오는 기술을 개발하여 스페인 지역과 영국에 판매했다.3) 그 후 2015년에 양방향에서 파도가 조성되는, 이른바 더 코브(the Cove)를 개발하여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더 코브는 시간당 파도를 1000번 만들어 내면서도 가격이 싼 게 장점이다. 4) 웨이브가든은 이 기술을 적용하여 현재 세계적으로 8개의 시설을 오픈하고, 7개를 새로 짓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 기술을 이용한 시화 MTV 웨이브파크가 들어섰다. 웨이브가든은 현재 인공 서핑장 분야의 퍼스트 무버다. 그러나 도전도 거세다. 호주의 서프 레이크스(Surf Lakes)와 미국의 켈리 슬레이터의 서프 랜치(Surf Ranch)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웨이브가든이 수성에 성공할지 아니면 빠른 추적자로 전락할지 지켜볼 일이다.
2)스페인 출신 Josema Odriozola는 서퍼이자 엔지니어이며, 독일 태생 Karin Frisch는 서퍼이자 이코노미스트였다. 이들은 서핑 기업에서 오래 동안 마케팅 등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였다.
3)2015년에 개발된 첫 모델이 Surf Snowdonia. 영국의 웨일즈에 세계 최초로 설치된 공공 파도 풀장이다.
4)전체 시설 투자비는 대략 1300만 달러가량이다.
서프 레이크스의 홈페이지 초기 화면 ⓒsurflakes
최재선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