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서종석의 6차 산업과 지속가능한 어업② 트리스탄다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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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6차 산업과 관련된 지속가능어업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한다. 사실 1차 산업을 6차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것도 사실 1차 산업이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어업은 3D 산업(Dirty, Dangerous, Difficult)이다. 그래서 극한 직업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늘 단골로 등장한다. 그런데 지난번 서호주의 사례를 보라. 항구와 어선, 심지어 어부들까지 모두 너무나도 깔끔했고 오히려 항구 뷰를 즐길 정도였다. 또 짧은 조업 기간에만 일하고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조업을 나가지 않고 여가를 즐기니 우리나라처럼 극한 직업이 아닌 오히려 의사까지도 투잡을 할 정도로 힙하고 안전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뿐인가. 어획량, 거래, 세금 등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조업도 최대한 디지털화, 기계화를 통해 이루어지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어렵지 않고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조건만 갖추었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다시 어촌으로 돌아와서 6차 산업을 일구어 나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어촌에는 +2D가 더 있기 때문이다. 그 2D는 외지고(Distant), 재미없다(Dull)이다. 그래서 나는 수산업은 5D 직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달에는 이런 5D 산업을 기반으로 어떻게 지역공동체가 지속가능성과 경제력을 확보하고 젊은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곳, 일하고 싶은 곳, 살고 싶어 하는 곳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지 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 대서양 남쪽 망망대해 한중간에 울릉도의 3배 조금 안 되는 크기(207㎢)에 약 250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 영국령 섬인 트리스탄다쿠냐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외지다(Distant)라는 부분에서 전 세계에서 트리스탄다쿠냐를 따라갈 곳은 없다. 그 외진 정도가 섬에서 가까운 인류문명이 하늘 위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과 비견될 정도이며 이미 그곳에 있는 모든 시설들, 우체국, 교회, 카페 등은 모두 세상에서 가장 외진 곳으로 기네스북에 다 등록되어 있다. 그 섬의 표지판도 '세상에서 가장 외딴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로 자타공인 세상에서 가장 외진 곳이며 외진 것은 이미 그 지역공동체의 사회, 문화를 이루는 특색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외딴섬. 트리스탄다쿠냐 ⓒMSC
트리스탄다쿠냐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면 1506년 트리스탕 다 쿠냐라는 포르투갈인 선원에 의해 섬이 발견된 이후, 그 이름을 따서 지어졌고 이후 17세기 희망봉을 거쳐 대서양을 항해하던 포경선, 무역선 등의 중간 기지로 사용되었다. 이 섬의 최초 정착민은 미국인들이었지만 이후 1816년 영국이 자국령으로 선포하면서 이후 영국령이 되었다. 하지만 19세기 말 고래 남획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하자 포경산업은 몰락하였고 수에즈 운하 개통으로 선박 통행량까지 뜸해지자, 섬은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랍스터 수요가 늘어나자, 닭새우가 풍부한 이곳에 어업 종사자들이 다시 정착하기 시작했고 1949년 주민들에 의해 랍스터 가공공장이 설립된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상업어업이 시작되었다.
250명 정도의 주민이 거주하는 트리스탄다쿠냐섬 ⓒMSC
200m 깊이의 암석 지층에서 서식하는 이 지역의 락랍스터는 해외 주요 수입국에서 최상급 활어회 등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매년 400~450톤 정도 쿼터량을 정하는데 조업 시즌은 보통 7월에 시작해서 4월 말에 끝난다. 그런데 한 달 평균 조업일이 2~3일밖에 안 되어서 1년 조업일을 다 합쳐서 30~40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락랍스터어업은 그 품질이 높아 트리스탄다쿠냐섬 총생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공동수입원이며 국기에도 랍스터가 그려져 있을 정도로 중요한 자원으로 다루어진다.
트리스탄다쿠냐 자치령 깃발 ⓒMSC
어업은 섬 공동체를 중심으로 협력적으로 이루어진다. 조업을 마친 어선이 항구로 들어오면 섬에는 큰 종소리가 울린다. 그러면 소리를 들은 우체부, 카페 점원 등 섬의 모든 주민들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락랍스터 가공공장으로 달려가 작업에 일원으로 참여한다.
이렇듯, 락랍스터 어업은 이 섬의 사회, 문화, 경제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남획과 불법어획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경계하며 지속가능한 수산자원 관리에 대해서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 섬의 지도자인(Chief Islander) 제임스 글래스(James Glass)는 "어떤 어업인들은 파괴적인 어업을 수행하지만, 나와 우리 섬의 주민들은 필요한 만큼만 잡아야 한다."라고 선포하고 2008년부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하기 위해서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 MSC)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MSC 표준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 트리스탄다쿠냐의 주민들은 철저한 자원조사를 바탕으로 조업량과 조업 시기, 방식 등을 정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예를 들어 소규모 어선만 이용하는 것으로 협의하고 야간조업을 금지하였다. 또한 알밴 어미 랍스터나 어린 랍스터 어획을 방지하고 통발 어구에 바다사자나 물개 등 다른 해양생물들이 갇히지 못하게 하거나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혼획이나 유령어업을 방지하였다. 그 외에도 그물눈 크기를 제한하여 작은 어종들이 부수적으로 함께 어획된다든지, 바닷새가 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운영 방식을 적용하여 어업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였다.
트리스탄다쿠냐 주민들의 락랍스터 조업 모습 ⓒMSC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1년 트리스탄다쿠냐의 락랍스터 주요 어장과 어업은 MSC 인증을 취득하였고 다양한 해외 시장에서 더 높은 프리미엄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최근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리스탄다쿠냐의 어업은 모든 성과지표에서 최고 평점을 취득하고 있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모범사례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또한 트리스탄다쿠냐는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MPA) 지정에 관련해서도 매우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는 세계 해양의 30%를 2030년까지 보호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트리스탄다쿠냐는 2020년 총 700,000㎢에 달하는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함으로써 주민들이 앞장서서 준수하고 있다. 트리스탄다쿠냐의 MPA는 남대서양에서는 가장 큰 해양보호구역으로 전 세계에서도 네 번째로 큰 규모이다. 이에 감동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이 섬 주민들의 노력을 칭찬하는 비디오를 찍어서 전 세계에 공개하였다.
섬의 지도자인 제임스와 트리스탄다쿠냐의 주민들은 "이곳은 우리에게 유토피아이며, 잘 돌본다면 이곳에는 항상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트리스탄다쿠냐의 치프아일랜더, 제임스 글래스 ⓒMSC
2002년 우리나라에서 세계생태학대회(INTECOL)가 열렸을 때, 장편소설 토지를 저술하신 박경리 선생님이 기조연설을 하게 되었는데 ‘환경이자론’ 즉 ‘원금 까먹지 말고 이자로 살라’고지속가능성을 쉽게 설명하시어 세계 생태학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대담을 맡은 생명다양성재단 최재천 이사장님은 ‘현재 우리는 자손의 것을 카드로 대출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하며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6차 산업이 이루어지려면 그 근본이 되는 1차 산업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 트리스탄다쿠냐의 사례처럼 공동체에서 원금인 수산자원과 해양생태계를 보전하는 지속가능한 어업을 실천한다면 지역사회, 지역공동체에 경제력과 복지가 보장되게 된다. 그러면 주민들이 삶의 질과 행복도는 높아진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외진 곳이라도 사람들은 살기 좋은 그곳을 찾을 것이고 정착하고 싶어 할 것이다. 또한 그렇게 정착해서 사는 것에 만족한다면 그 행복과 만족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공동의 노력이다. 혼자서 할 수 없다. 수산자원은 해양생태계에서 나오고 이러한 것은 모두 공유재이기 때문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6차 산업으로 연결된다. 그 외진 트리스탄다쿠냐에서도 주민들은 공동의 노력으로 경제력을 확보하고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며 이러한 공동체의 의식으로 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 특색(외지다는!)을 활용하여 나머지 총생산 20%를 관광수익으로 채운다.
트리스탄다쿠냐보다 훨씬 덜 외진 우리 어촌지역에서 지금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좀 더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반드시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달 칼럼에서는 6차 산업 시리즈의 마지막 3부인 알래스카 어업의 사례에서 재미없는(Dull) 1차 산업을 어떻게 재미있는 6차 산업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다루어 볼 예정이다.
서종석
MSC 해양관리협의회 한국대표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공학박사
‘어업의 품격’(2020) 저자
영국 에버딘대학교 비즈니스스쿨 Global MBA 졸업
부경대학교 기술경영학 박사, 부산대학교 석사, 고려대학교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