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 글로벌 서핑 경제의 주역, 월드서프리그(W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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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서핑 경제의 규모
해양스포츠 중 서핑의 인기는 최고다. 전 세계 195개국에서 3,500만 명 이상이 활동하고 관련 산업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24년 서핑 관광은 741억 달러에서 2034년에는 2,365억 달러로 매년 12.3% 이상 성장이 예측된다. 이렇게 서핑이 연안 경제 및 관광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서핑 경제 또는 서프노믹스(Surfnomics)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서프노믹스는 서핑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며, 서핑이 연안 지역의 해양관광 활성화와 연안 환경 및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서핑은 지역주민과 방문객들의 건강, 복지 및 치유 효과 등 비시장적 가치도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프노믹스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서핑 용품 및 관광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미국으로 연간 25억 달러 이상의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흥미로는 사실은 서프노믹스를 통해 파도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한 결과인데, 내국인 관광객에게 1개 파도는 1.15불~5불, 외국인에게 1개 파도는 9불~25불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우리가 해변에서 마주치는 파도 하나하나가 현금이다!
세계 서핑인구와 미국 서핑시장 규모 ⓒwaveloch
월드서프리그(World Surf League)
월드서프리그(World Surf League: WSL)는 서핑 문화 확산과 프로 서핑 선수 및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스포츠기구이다. 1976년 설립된 국제프로서퍼협회(ISP)와 1983년 프로서핑협회(APS)를 거치면서 2015년 WSL로 명칭 변경 후 다양한 형태와 수준의 프로 서핑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미국 샌타모니카에 본부를 두고 뉴욕 등 전 세계 9개의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650만명 이상의 페이스북 팬을 보유하고 있고 2,800만 시간 이상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를 기록하여 미국 NFL, NBA 다음으로 인기 있는 리그로 자리매김하였다. 페이스북과 3천만 달러의 디지털 방송 중계권 협상을 성공시킨 토대다.
월드서프리그(World Surf League) ⓒworldsurfleague
WSL이 주관하는 국제대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 서퍼들이 참가하는 챔피온십 투어(Championship Tour, 이하 CT), 프로선수 선발 및 입문 대회(QS), 서핑 대회 중 가장 익스트림한 빅웨이브 투어, 세계롱보드선수권 그리고 세계주니어챔피온십과 빅웨이브 어워드 등 6개 대회가 핵심이다. 2023년 기준 135개의 대회를 전 세계 서핑 해변에서 개최하였으며 2024년에는 128개 대회가 계획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2023년 아시아최대 규모의 시흥 인공서핑장인 웨이브파크에서 WSL의 QS 3000 시리즈가 개최되어 프로 서퍼를 꿈꾸는 11개국 118명의 선수가 참가하였다.
2023 시흥코리아오픈(QS3000) ⓒWSLKOREAOPEN
WSL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는?
50년 가까운 WSL의 역사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최고 수준인 CT 40회, 롱보드 28회 등 총 72회 우승하였고 호주는 CT 44회, 주니어 13회, 롱보드 13회 등 총 70회 그리고 하와이는 CT 12회, 롱보드 14회 등 35회 그리고 브라질은 CT 7회 등 총 19회 우승하였다. 프로 서핑 세계에서 미국 하와이는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는 하와이를 포함한 폴리네시안에서 서핑이 유래한 역사적 배경과 서핑 성지로서 하와이의 위상을 보여준다.
2024년 현재 WSL CT대회의 10위 내 랭킹을 살펴보면 남자의 경우 미국 3명, 호주 3명, 하와이 2명, 남아공 1명 그리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일본 1명이 포함되어 있다. CT 여자부는 미국 3명, 호주 2명, 하와이 2명 그리고 프랑스, 브라질, 코스타리카가 각각 1명씩 포진해 있다. 한편, 남자 롱보드 투어 부분에서는 전체 194명 중 한국 선수는 김동균(#12), 이광수(#33), 김준호(#41) 3명이 랭크해 있으며 여자부 롱보드 투어에서는 전체 92명 중 박수진(#8), 김진아(#10) 그리고 송혜현(#12) 3명이 선전하고 있다. 또한 남자 QS 부분에서는 전체 1,480명의 등록 선수 중 한국인 선수는 정의종(#87), 김도훈(#119)이 유일하며 여자 QS 부분에 참여한 여자 선수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럼, 왜 한국 선수들이 WSL의 핵심 대회인 CT보다는 롱보드 대회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까? 이는 우리나라 연안의 해변 여건과 관계가 있다. CT에서 사용되는 서핑 보드는 ‘숏보드’로 부력이 낮고 사이즈가 짧고 넓이가 좁다. 어느 정도 파도가 있어야 파도 잡기가 용이하고 충분한 연습량과 상대적으로 큰 파도가 생성되는 해변이 있어야 우수 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 하지만 롱보드는 파도 빈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숏보드보다 편하게 탈수있어 우리나라 해변 환경에서는 롱보드를 더 선호한다. 국내 해변 환경에 익숙한 선수들이 WSL 롱보드 투어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2024 WSL CT Schedule ⓒworldsurfleague
WSL의 시사점
WSL은 서핑의 프로화를 통해 높은 수준의 서핑 문화와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서핑 활성화와 글로벌 서핑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수준과 형태의 서핑 대회를 통해 더 많은 서핑 활동자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WSL이 해양스포츠 중 유일하게 방송중계 및 케이블TV 그리고 스트리밍 등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WSL이 주관하는 대회의 글로벌 스폰서십 유치와 방송중계권료 등 마케팅 수입을 극대화시켰다. WSL 대회에 참여하는 프로 서퍼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후원과 대회 상금을 받고 최고의 서핑 대회 및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기반이 된다.
우리나라도 서핑 인구 100만명 시대가 도래하였다. 2020년 서핑 프로리그 출범과 서핑 문화 확산을 위해 코리아서프리그(KSL)이 창설되었다. 하지만 WSL 대회 등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는 100명 이내이며 아시아에서도 중하위권에 위치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서핑 프로화를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일까? 아니다. 국내 기업 중 삼성, 현대 및 기아 자동차는 이미 WSL의 메인 스폰서로서 참여하였고 글로벌 서핑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서핑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그곳에 서핑에 열광하는 잠재 소비자 특히 소비를 주도하는 MZ세대가 있기 때문이다. 서핑이라는 레저, 관광 및 스포츠 활동이 현재 속도대로 성장한다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처럼 프로스포츠와 생활 스포츠가 상승 작용을 만들 미래도 머지않았다. 단, 서핑 프로화와 프로서핑 대회가 서핑 대중화 및 서핑 경제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대회’ 그 이상의 다양한 콘텐츠가 결합된 이벤트 개발이 필요하고 미디어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세심한 준비와 전략이 요구된다.
2023 WSL 챔피온십 투어(Vivo Rio Pro) 관객 ⓒworldsurfleague
조우정
한국해양대학교 해양스포츠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