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도시 이스탄불을 빼고 중세무역을 논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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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이 만나는 곳, 지중해와 흑해가 연결되는 곳에 있는 오랜 충돌과 융합으로 성장한 도시가 이스탄불(Istanbul)이다. 현재 인구가 1천 5백만 명에 이르는 세계 5대 대도시로 330년 이후 거의 천년 이상 로마제국의 수도역할을 하였고 1453년 이후는 오스만 제국의 수도 역할을 하다가 오스만 제국의 후속 국가인 튀르키예가 1923년 수도를 앙카라로 옮기면서 정치적 수도 대신 경제 중심지 역할을 현재까지 수행하고 있다.
세계 역사에 무관심한 독자들도 역사책에서 한 번쯤 들어본 이스탄불은 입지적 중요성으로 인해 아시아와 유럽뿐만 아니라 현재 지구촌의 모습을 만든 주요 시작점이기도 하다. 흑해와 지중해가 만나는 좁은 지협인 보스포루스(Bosphorus)해협이 이스탄불을 양분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는 도시가 되었다. 과거 무서운 북방민족이 점유하고 있는 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으로 돌아서 가는 교역로보다 중동을 지나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기만 하면 유럽과 지중해로 연결될 수 있는 곳이었기에 이스탄불의 지경학적 위치는 매우 유리한 곳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동로마시대 콘스탄티노플이라는 이름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던 기독교의 중요한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거점이었다. 이후 오스만 제국이 힘을 키워 이 지역을 정복하게 되고 이슬람의 새로운 정치적, 종교적 거점이 되었고 이 지역을 빼앗긴 유럽 기독도들의 십자군 전쟁이라 불리는 성전이 치러졌던 충돌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종교와 정치 명분에 가려진 역사의 이면에는 이스탄불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 때문에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었고 이는 이슬람이 정복한 이후 더욱 심화하었다. 이스탄불을 점령한 오스만 제국은 동서양 교역권을 독점하면서 중국의 차, 자기, 비단, 인도와 동남아의 향신료, 아프리카와 중동의 커피 무역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하였다. 글로벌 물류요충지가 된 이스탄불을 상실한 유럽 기독교인들은 이를 탈환하기 위한 십자군 전쟁과 함께 새로운 무역의 길을 찾기 위해 찾아 나선 것이 대항해의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이 대항해 시대로 인해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서 인도로 가는 바닷길을 찾게 되었고 인류의 현재 역사를 만들고 있는 아메리카 대륙 발견도 인도로 가능 무역로를 찾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이었다. 이러한 이스탄불이 가진 물류기반의 지경학적 중요성이 근대까지 오스만 제국의 후예인 튀르키예를 유럽인들이 무서워하는 국가로 존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대항해 시대로 인해 해상 무역로의 성장은 이스탄불이 가진 육지와 육지를 연결해 주는 물류기능의 약화를 가져왔고 근대 이후 현대까지 튀르키예의 쇠락을 가져다 주는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아시아와 유럽의 다리 이스탄불의 위치도 / 보스포루스 해협에 위치한 이스탄(상단) @google
현대의 이스탄불은 과거 물류 기반 지경학적 입지를 통해 세계 정치, 경제를 호령했던 영광을 다시 살리고자 새로운 물류와 비즈니스 거점 도시로 성장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전통적인 해상 물류거점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자체 관광자원과 연계한 항공네트워크 강화와 병행하여 항공물류의 중심지역으로 거듭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물류는 가축의 힘과 수레바퀴를 활용한 육상물류에서 선박을 활용하여 강과 바닷길을 활용한 해상물류로 진화하였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차량과 기차를 활용한 육상물류가 다시 성장하기 시작하였으나 여전히 국제 교역에서 해상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고부가가치 화물을 신속하게 운송하는 항공물류가 등장하게 되었고 여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항공물류의 특성을 고자 이스탄불을 도시의 관광기능과 물류기능을 연계한 신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공항이 이스탄불 공항이다.
이스탄불 공항은 도심에서 서북쪽으로 약 35km 떨어진 아르나부코이에 위치하고 있다. 기존의 아타튀르크 공항의 상업 운항이 중단된 후, 예정된 모든 상업용 여객기가 2019년 4월 6일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현재 이스탄불 국제공항으로 이전되었다. 이 공항은 기존 아타튀르크 공항의 활주로 추가 건설 공간 부족, 도시와 공항의 공간적 충돌 등으로 항공 교통 체증이 악화에 따라 이스탄불에 서비스를 제공할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이유로 기존 아타튀르크 공항을 대체하기 위해 건설된 이스탄불의 신공항이자 최대 공항이다. 터미널은 여객 터미널 2동과 보조 터미널로 건설 예정이다. 2018년 10월 29일 개항하였으며, 두바이 알 막툼 국제공항이 개항하기 전까진 세계 최대의 공항 지위를 가졌다. 개항 100년을 바라보는 기존 공항의 갖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지어졌고, 2030년 최종적으로 연간 여객 2억 명 수용, 6개 활주로, 8개 터미널이 계획 중인데 이렇게 되면 다시 1위 공항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이스탄불 공항 전경 ⓒdailytomorrow
이스탄불 광역지역을 지원하는 무역항은 도시 남단에 존재하는 하이다르파샤(Haydarpaşa)로 불리는 이스탄불항과 도시의 서남쪽 34km 지역의 암발리(Ambarli)항이 있다. 이들 두 항만 모두 튀르키예 전체에서 최대 물동량 처리하는 항만이다. 이스탄불항의 경우 연 6천 만 톤 이상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튀르키예 전체는 수입 53.7%, 수출 60.3%를 해상물류에 의존하고 있어 우리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으나 국가 경제의 절반 이상이 해상물류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의 이스탄불은 세계 최대 인구와 관광자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대규모 인구와 매력적인 관광자원은 이스탄불의 경제를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이고 이를 연결시켜 주는 것이 이스탄불에 있는 항만과 공항들이다. 또한 지중해와 흑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입지적 장점은 규모의 경제와 연결의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튀르키예인들은 이스탄불에 다수의 항만과 세계 최대규모의 공항을 건설하여 하늘길과 바닷길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추가로 이런 편리한 접근성과 다양한 물류와 이동 선택권은 이스탄불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비즈니스 중심지로 전환하는 기회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부산, 경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가덕도신공항과 부산진해신항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다. 부산과 경남은 이스탄불과 같은 우수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1천 5백만 명에 가까운 인구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런 관점에서 항만과 공항인프라만 건설한다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언급되고 있는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글로벌 쿼트로포트 조성 등의 노력이 공허한 정치적 수사나 행정적 낭비로 끝나서는 안된다. 부산과 경남이 한국 최대의 항만물류 인프라를 가지고 글로벌 경제 중심으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스탄불 사례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류교통중심지의 모습을 벤치마킹하여 한국형 글로벌 물류비즈니스 중심지로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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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