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 세계 해양 포럼(World Ocean Forum), 포스터를 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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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진행하는 세계 해양 포럼(World Ocean Forum)은 올해로 벌써 18년이 되었다. 매년 다른 키워드를 가지고 포럼이 진행되기 전 공모전으로 공식 포스터를 선정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저마다의 조형 언어를 가진 포스터 작품들이 모집되었다. 필자는 3년째 공식 포스터의 심사를 하며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2024년은 Ocean Intelligence with AI라는 주제로 포스터 공모가 되었고 현재 가장 화두가 되는 AI를 접목한 다양한 포스터가 선보였다.
포스터라는 것은 주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된 시각적 자료이다. 포스터의 역사를 조금 살펴보면 16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물 발명 이후, 대량 생산이 가능해 지면서 포스터의 형태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19세기 후반부터 현대 포스터의 시작이라 할 수 있으며 산업혁명과 함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포스터는 대중문화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에는 후기인상파 화가와 장식성이 강한 아르누보(Art Nouveau) 화가들 사이에서 석판화(Lithograph)를 활용한 다작을 통해 행사를 홍보하거나 장식을 위한 목적으로 성행하는 미술 활동으로 시작되었다. 그 대표적인 화가로서는 툴루즈 로트렉, 쥘 세례, 알폰스 무하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 장식성이 강하고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가 어우러져 정보전달을 강하게 하는 응용미술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 석판화를 이용한 다색 인쇄가 가능하게 되며, 쥘 셰레Jules Cheret1)와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 Lautrec2)의 포스터는 그래픽디자인의 다양성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1866년 쥘 셰레는 파리에 있는 자신의 인쇄소에서 다색 석판화 포스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1890년대의 포스터 운동은 그래픽과 순수미술의 결합을 강조했던 새로운 현상으로, 이 시기의 많은 그래픽들이 아르누보 양식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19세기 후반의 가장 유명한 판화제작자였던 쥘 셰레Jules Cheret, (프랑스, 1836-1932)는 예술적인 석판인쇄 포스터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재구성: 홍동식, 「에드워드 펠라의 해체주의적 그래픽디자인 연구」, 경북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 박사학위논문, 2011
2)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 Lautrec,(1864 - 1901)은 프랑스의 화가이다. 남부 프랑스 알비의 귀족 집안에서 출생했다. 그는 귀족 사회의 허위와 위선 등을 미워하였다. 주로 서커스, 놀이터, 운동경기, 무용장, 초상화 등을 즐겨 그렸으며 포스터를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인상파에 속하고 색채 취급, 성격 묘사에도 뛰어난 그는 본래 허약한 데다가 소년 시절에 다리를 다쳐서 불구자가 되었다. 그는 화가가 될 것을 결심하고 그림에 몰두하였으며, 파리로 나가 미술 학교에 다녔다. 드가, 고흐와 친분을 맺어 그들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유화 외에 파스텔, 수채화, 석판에도 독특한 스타일로 만들었다. 대표 작품으로는 <물랑 드 라 가레트>, <이베지루벨> 등이 있다. 재구성: 홍동식, 「에드워드 펠라의 해체주의적 그래픽디자인 연구」, 경북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 박사학위논문, 2011
(좌)<폴리 베르제르, 라 로이 풀러>, 쥘 셰레, 석판화, 프랑스, 1893, (우) <쾌락의 여왕>, 툴루즈 로트렉, 석판화, 프랑스, 1892
전 세계에서 포스터를 만들어 그 목적에 맞게 정보전달을 하고 있지만 포스터를 잘 만드는 나라는 유럽의 나라 중 스위스, 폴란드, 체코, 프랑스를 꼽을 수 있고,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이 포스터 제작에 강한 조형성을 보인다. 이는 석판화와 목판화의 기술적 발전으로 인쇄 기술의 보편화된 영향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포스터 제작은 시각디자인 전공자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지만 포스터를 만들어 벽이나 기타 공공장소에 붙일 수 있는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기에 포스터 문화가 그리 형성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으며 포스터의 장르와 정보전달을 위한 시각적 이미지와 텍스트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한 시각디자인 전공에 국한해서 제작되곤 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포스터의 홍보와 게시 방법도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포스터만의 공모전, 세계 포스터 비엔날레, 월드 포스터 컴페티션이 매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폴란드 바르샤바 포스터 비엔날레, Graphis Poster Annual(미국, 뉴욕), 일본 토야마 포스터 트리엔날레, 홍콩 포스터 비엔날레 등 각국에서 많은 상금과 수상에 따른 디자이너의 명성이 걸려있어 시각디자이너들이 포스터 작품을 공모하고 있다. 이에 시각디자이너들의 창작열을 크게 자극하고 시각디자이너의 자의적 표현 방법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포스터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문화 행사는 자체 포스터를 제작하고 있지만 SNS에서의 홍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식 포스터의 수준에 따라 그 행사의 규모와 집객의 반응에 있어 다양하게 반응한다.
최근 몇 년 동안(2020 –2024)의 세계 해양 포럼을 주제로 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포스터를 살펴보았다. 해양을 주제로 해서 시각적 모티브를 만들어야 함에 쉽지는 않은 시각화 작업이지만 대부분 어둡고 시각적 메시지 전달의 모호성을 가지고 있다. One Shot One Kill!이라는 시각적 직시성과 직관성이 아쉬운 느낌이다. 대부분 진지한 분위기로 표현되고, 시각적 유희성의 부재로 관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감이 어려운 느낌으로 여겨진다. 기술의 발전과 AI의 등장으로 디자인 작업에 대한 시간적 효율성과 작업 과정의 용이성은 좋아졌으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의 두드림은 미약하여 좀 더 감성 충만한 시각적 표현에 따른 실천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 포스터의 퀄리티에 관해 얘기하자면 포스터의 수준은 그 목적과 기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하는지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소위 좋은 포스터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만족해야 한다.
명확한 메시지 전달
핵심 메시지가 한눈에 쉽게 이해되어야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나 주제가 모호하지 않고, 포스터를 보는 순간 중요한 내용이 즉각적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시각적 흥미
포스터는 시선을 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컬러 배치, 이미지, 타이포그래피 등 시각적 요소들이 조화롭고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색상과 구성은 일관성 있고 깔끔해야 하며, 내용이 복잡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레이아웃을 유지해야 한다.
타겟층에 적합한 디자인
포스터가 특정 타겟층에 맞게 디자인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포스터는 밝고 즐거운 느낌의 색상과 이미지를 사용하는 반면, 비즈니스 행사 포스터는 전문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줄 필요가 있다. 세계 해양 포럼(World Ocean Forum)의 시각적 요소의 적합성이 신중히 고려되어야 한다.
창의성과 독창성
포스터가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이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은 포스터가 눈에 띄고 기억에 남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현시대는 핀트 레스터, 구글이미지에서 검색만으로도 넘쳐나는 유사 포스터 이미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에 차별화된 창의성과 독창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가독성
중요한 텍스트나 정보가 쉽게 읽혀야 하며, 크기와 폰트가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특히 제목, 행사 날짜, 장소 등 주요 정보는 쉽게 눈에 띄도록 배치되어야 한다.
시각적 균형과 구성
이미지, 텍스트, 여백 등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를 통해 포스터가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줄 수 있으며 포스터를 보는 사람이 해당 정보를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정도가 포스터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좌) 2024년, (가운데) 2023년, (우)2022년 세계해양포럼 포스터
(좌) 2021년, (우)2020년세계해양포럼 포스터
앞으로도 세계 해양 포럼 포스터 공모전은 매년 진행되어 우수 작품들이 선정되겠지만 경직된 사고의 틀을 깨고 탐미적이고 시각적 유희와 감성에 호소하는 재미있는 포스터들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홍동식
부경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
그래픽디자이너 및 교육자
그래픽 디자인과 현대 미술의 경계를 넘어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고 세계 유수디자이너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전시회에 참가했다.
작품은 NYADC, Graphic, Eco-Plakat Poster Biennale 등 다양한 디자인 콤페티션에 출품하여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포스터 중 하나는 The Stedelijk Museum Amsterdam에 의해 소장 되었으며,
세계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통신사, 朝鮮通信使>의 상징물을 디자인 했다.
최근에는 더욱 풍토적 디자인의 요소와 타이포그래피에 매료되어 다양한 모습과 현황을 찬찬이 돌아보며 글쓰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