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 해양 호텔, 네옴프로젝트 보다 앞선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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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 건축계에는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네옴(Neom)”프로젝트가 강력한 화제성이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거대한 불모지의 미개발 지역에 메가 신도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네옴은 2017년 10월 처음 세상에 발표된 이래, 그 상상력, 거대함, 대자본, 실현가능성 등 미개척 분야에 대한 도전적인 과제의 성격으로 전문가는 물론 대중들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홍해 프로젝트 (The Red Sea Project)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정부가 2016년 4월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그런데 해양 건축 분야에서는 네옴이 발표되기 3개월 전인 2017년 7월에 발표된 “홍해(The Red Sea)”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는 해안 지역을 세계적인 관광 허브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할 뿐만 아니라 자본의 규모, 계획 시공 개발의 방식 등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의 연장선 내지는 발전된 모습으로서 예측 가능한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총 236억 달러(약33조 원)의 예산으로 진행하는 홍해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약 200km에 달하는 서해안을 따라 조성된다. 2만 8천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면적에 90개가 넘는 무인도 군도까지 펼쳐지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50개의 호텔과 1,000채 이상의 주거용 부동산을 개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1단계 사업은 이미 완료되었으며, 3개의 섬과 2개의 내륙 지역에 16개의 리조트와 함께 국제공항이 들어섰다.
약 700조 원 예산에 이르는 네옴 프로젝트가 많은 난관 속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과는 달리, 홍해 프로젝트는 벌써 사막에 공항을 건설하여 국제항공을 유치했고, 망망대해를 개척하여 최고급 호텔과 리조트를 개장한 것이다. 네옴이 가지는 웅장함이 없을 수는 있으나 미래지향적인 친환경 건축과 반짝이는 고품격 아이디어가 담긴 실현된 로망을 체험할 수는 있다. 다만, 내일 당장 출발해서 환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지만 1박에 2,000~3,000달러를 웃도는 비용 역시 환상적이라는 점은 대중들에게 제약이 된다.
홍해 프로젝트를 통해 건립된 시설 가운데 해수면에 직접 건설한 3개의 호텔이 있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는 이 해양 호텔들은 3명의 서로 다른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것으로서 가장 최근에 건립되고 운영되는 첨단 건축이라는 점 그리고 현대적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해양 건축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세인트 레지스 레드 씨 리조트 (St. Regis Red Sea Resort)
사우디 아라비아의 서해안에 있는 청정한 섬 우마하트(Ummahat)의 22개 섬 중 하나에 자리 잡은 이 리조트는 7가지 유형의 다양한 디자인으로 구성된 47개의 해변 빌라와 43개의 해상 빌라로 총 객실 90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5개의 다이닝 공간, 그리고 다양한 웰니스 시설을 갖춘 친환경 섬 휴양지이다.
2024년 1월 홍해 프로젝트 최초로 오픈하였고, 3월에는 당시 사우디 축구팀 알 나스르 소속이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방문하여 6억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이 리조트를 홍보하였다.
섬의 서쪽에 해상빌라를 배치하여 투숙객에게는 아름다운 일몰을 선사하고,
동쪽에 위치한 산호초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합니다.
ⓒnoblesse.com
넓은 평면과 전용 선데크와 수영장을 갖춘 빌라를 설계한 건축가 쿠마 겐코(Kengo Kuma & Associates)에 의하면, 사막과 모래언덕, 산호초와 고요한 홍해의 물결 등 섬의 자연적인 요소들에서 영감을 받아 건물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즉 해변의 빌라들은 낮은 모래언덕의 지형에 순응하는 수평적이고 부드러운 곡선의 비정형 지붕으로 처리하였고, 해상의 빌라들은 바다 산호에서 영감을 받아 곡선이 많고 다양한 구성요소를 갖춘 조개껍데기 모양의 나선 형태로 만들게 된 것이다.
현대 건축은 물론 해양 건축의 지향점은 매립 폐기물, 해양 배출, 일회용 플라스틱 등을 제로로 만들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으로서, 재생 관광을 포용하는 건축이다.
리조트의 디자인은 단순한 미적 감각을 넘어 프로젝트의 모든 측면에 지속가능성을 반영한다. 이 리조트의 건물들은 유럽산 가문비나무를 주요 건축 자재로 사용한 조립식 목재 구조로 지어졌으며, 지붕에는 천연 삼나무 널을, 벽에는 점토 석고를 마감했다. 해양 환경에 적합하도록 특별히 처리된 목재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설계상의 선택이 아니라 리조트의 재생 사명을 뒷받침하는 지속가능성 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선택은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미적 감각을 더할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사용을 최소화하여 리조트의 탄소 발자국을 크게 줄이는 효과도 있다.
해상빌라 유닛 전경
ⓒinteriordesign.net
섬 자체는 해수면 상승과 조수 침식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에 직면했으며, 거북이 산란지와 광활한 맹그로브 숲을 포함한 지역 야생 동물의 중요한 서식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팀은 모래 매립을 통해 섬의 지형을 고양시켜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생태계의 장수를 보장했다.
한편 리조트의 에너지 시스템은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독립형(off-grid) 시스템이다. 섬 북부에 위치한 태양광(PV) 패널은 본토의 대규모 배터리 저장 시설과 연결되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보장한다.
리츠칼튼 리저브 (Ritz Carlton Reserve Resort), 누주마(Nujuma)
중앙의 해상빌라를 중심으로 양쪽에 비치빌라가 배치되어있다
ⓒritzcarlton.com
중동 최초의 리츠칼튼 리저브인 누주마(Nujuma, a Ritz-Carlton Reserve)는 본토에서 스피드보트로 30분 거리에 있으며, 객실 63개의 해상 및 비치 빌라를 갖추고 2024년 5월에 개장하였다. 아랍어로 '별'을 뜻하는 누주마는 수면 아래 청정한 산호초와 165종의 고유 어류를 포함한 다채로운 해양 생물들이 가득하고, 하늘 위로는 별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으로 당시 1박에 약 3,500 달러로 중동에서 가장 고가였으며 그해 6월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방문하였으며, 2025년 3월에는 포브스(Forbes)가 선정하는 최고의 신규 호텔로 발표되었다.
노먼 포스터(Foster + Partners)가 디자인 한 리조트의 건축 개념은 크게 보면, 조개껍데기에서 영감을 받은 깔끔한 라인의 건축 형태, 고요한 바다와 모래의 색조가 깃든 천연 소재, 그리고 이 지역의 디자인 모티프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패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아랍 공예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와 토종 식물로 조성된 조경은 파빌리온과 빌라 사이의 공간을 풍요롭게 채우고 있다.
비치빌라 유닛 전경
ⓒvisitredsea.com
해상빌라 유닛 전경
ⓒvisitredsea.com
리조트에 있는 63개의 빌라와 본섬에 위치한 공용 공간들은 모두 돔형 포드(pod)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곡선 형태의 외관은 닫힌 홍합 껍질의 둥근 모양에서 영감을 받은 질감 있는 로프로 마감되어 있다. 작은 규모의 1베드룸 빌라도 151m²이상의 넓은 공간으로 계획되었으며, 특히 빌라를 덮고 있는 쉘의 형상과 지붕은 물과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며 배경을 이루는 오목한 형태는 리조트에 독특한 개성을 더한다. 포스터의 깔끔하고 모던한 구조미가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셰바라 리조트---Shebara Resort
퍼블릭 수영장 뒤로 스테인리스 스틸이 반짝이는 해상빌라 전경
ⓒhiamag.com
셰바라 리조트(Shebara Resort)는 알 와즈 라군(Al Wajh Lagoon)이 있는 셰이바라 섬(Sheybarah Island)에 있으며 총 73개의 타원형 스틸 빌라를 갖추고 있으며, 2024년 11월에 오픈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안에서 25km 떨어져 있고 배로 45분 거리에 있는 이 리조트는 고정관념을 깨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타임지(TIME Magazine)가 선정한 2025년 "세계 최고의 장소(World's Greatest Places)" 에 선정되었다.
셰바라 리조트는 건축가 숀 킬라(Shaun Killa)가 이끄는 두바이 건축회사 킬라 디자인(Killa Design)이 설계했으며, 미래적인 디자인 개념에 주목한 결과, 빌라의 외관을 광택이 나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하였다. 일반적으로 리조트 건축에서 주거 유닛의 형태가 가장 큰 매력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두바이의 상징적인 미래 박물관을 설계한 킬라 디자인의 스틸 유닛이 강력한 형태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킬라는 "하늘과 석호(lagoon), 그리고 그 아래의 산호(coral)를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일출이든, 흐린 날이든, 주황빛 하늘이든 끊임없이 변화합니다."라고 말하며, "매우 미래적인 분위기를 지녔으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룹니다."라고 덧붙였다. 반짝이는 스틸의 물결치는 거울 실루엣은 마치 파도 위를 스치듯 지나가는 진주 목걸이와 같은 연상을 주고 있다.
거대한 태양광 발전시설과 함께 내려다 보는 리조트 전경
ⓒarchitectureprize.com
섬 전체의 리조트는 100만 평방피트가 넘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고 있으며, 투숙객은 자전거를 타고 섬을 둘러볼 수 있다. 책임 디자이너인 킬라는 "사람들이 100% 태양열로 운영되는 섬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운송을 준비하는 공장제작 빌라유닛
ⓒ.heavyliftnews.com
약 150톤에 달하는 스테인레스 스틸 소재의 빌라 유닛은 엄선된 친환경 자재로 제작하였으며, 1베드룸과 2베드룸의 두 가지 타입이 있으며, 각각 비치빌라, 해상빌라, 비치크라운빌라 등으로 배치하였다. 73개의 빌라는 모두 아랍에미리트 샤르자에서 Grankraft에 의해 완제품을 제작하였으며, 현장에서의 건설 활동으로 인해 맹그로브와 산호초의 섬세한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운송하여 Mammoet 에 의해 현장에서 설치하였다. 공장 제작을 함으로써 빌라 유닛의 마감 완성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생태계 보존을 위한 친환경 공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베드룸 해상빌라 (내부 103㎡, 외부 85㎡, 총 188㎡)
ⓒshebara.sa
바다 위에 펼쳐진 건축의 미래
홍해 프로젝트의 세 호텔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다. 이들은 해양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다. 쿠마 겐고의 자연 친화적 곡선미, 노먼 포스터의 세련된 모던함, 숀 킬라의 미래적 상상력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바다와 건축의 조화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친환경성에 있다. 100% 재생에너지 사용, 생태계 보호를 위한 공장 제작, 탄소 중립을 위한 목재 활용 등은 기후변화 시대 건축이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제시한다. 바다는 더 이상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임을 이들 건축물이 증명하고 있다.
1박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리조트지만, 이곳에서 실험되는 기술과 철학은 머지않아 보다 대중적인 해양 건축으로 확산될 것이다. 홍해의 세 호텔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인간과 바다가 공존하는 미래 건축의 가능성이다.
안웅희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
건축사, 공학박사
건축디자인, 건축문화비평, 해양공간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