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싱가포르, 물류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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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대표사진
ⓒ클립아트 코리아
싱가포르는 유럽 열강들의 동남아 진출에 상대적으로 늦은 영국의 토머스 스탬퍼드 래플스 경이 1819년 전략적인 판단에 의해 선택한 곳이었다. 해양국가 영국의 전문가답게 해상 무역로의 길목을 선점하는 것이 미래를 지배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싱가포르를 국제 무역항으로 개발한 것이 작지만 센 글로벌 물류 중심지의 서막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1965년 8월 9일 독립한 싱가포르는 글로벌 무역과 물류의 전략적 입지이지만 20세기 초반 리콴유(Lee Kuan Yew)라는 인물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식민지 지배자들이 떠난 가난한 작은 섬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1959년 6월 5일부터 1990년 11월 28일까지 리콴유의 장기 집권 기간동안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리콴유는 영국에서 공부한 정치가이자 전문가답게 싱가포르의 지경학적 장점을 최대한 살려 물류 중심지로 강력한 경제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후 2004년 8월 12일에는 리콴유의 맏아들인 리셴룽(Lee Hsien Loong)이 정치를 이어 받으면서 기존 물류와 제조업 중심 경제에 금융, 관광업을 더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싱가포르가 있는 말라카 해협은 유럽과 동아시아를 이어주는 해상루트의 최단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지경학적 장점은 글로벌 물류중심지가 되기 수월했고 미래 비전을 가진 현명한 지도자들은 이러한 싱가포르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만든 것이다. 싱가포르의 리더들은 글로벌 물류중심지로의 진화를 용의주도하게 살리면서 해상물류와 항공물류를 결합시켰으며, 물류기능과 연계된 제조업을 육성하였고 기존 아나로그식 물류시스템을 빠르게 디지털 물류시스템으로 전환시켜 나가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 전체 경제에서 물류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게 하였다. 싱가포르 경제에서 해상물류산업만으로도 전체 GDP의 7%, 고용 17만명을 창출하고 있다.
싱가포르 배경 경제허브
ⓒ클립아트 코리아
싱가포르는 독립 이후부터 무역도시의 입지를 살려 물류업, 임가공, 선박정비, 선박급유, 금융·보험업 등을 기반으로 21세기 전후해 경제허브가로 성장했고, 관광, 석유가공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싱가포르는 경제적으로 시장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도시지만, 역설적이게도 국영 기업들의 비율이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자국에 투자한 외국기업들한테는 시장경제의 자유를 부여하고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정책은 국영기업들을 통해 추진하게 하는 융합적인 경제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는 아시아 무역허브로서의 지리적 이점과 중화 문화권에 영어가 통하는 지역이라는 이점과 경쟁 물류거점이었던 홍콩의 쇠퇴로 인해 더욱 동아시아 경제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싱가포르는 다소 미흡했던 관광업을 적극 지원하였고 이전까지 금지되었던 도박산업을 육성하였다. 또한 기존 아나로그 형태의 케펠(Kepple)항만을 과감하게 축소하고 투아스(Tuas) 신항만으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스마트 물류거점을 건설 중에 있다. 싱가포르는 항상 성장을 구가하고 있을 때마다 위기를 대비하여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준비로 인해서인지 몰라도 2020년 2분기 코로나 여파가 들이닥치면서 전세계가 경제 침체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싱가포르 역시 GDP가 전분기 대비 41.2%나 감소하는 등 경기침체에 빠졌다. 그러나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S&P, Fitch와 Moody's에서 모두 국가신용등급 최고등급을 받은 유일한 아시아 국가로 여전히 경제적 안정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싱가포르 물류항의 모습
ⓒ클립아트 코리아
싱가포르는 부산항과 닮은 점이 많다. 도시의 면적, 인구 수, 주요 산업 그리고 항만물류산업에서 싱가포르는 세계 1위, 부산은 세계 2위의 환적항으로 해상물류산업이 도시경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과 동아시아를 연결해 주는 지경학적 요충지인 말라카해협에 있는 싱가포르와 아시아와 미국을 연결해 주는 지경학적 요충지인 대한해협에 있는 부산은 입지적으로도 유사하다. 다만, 차이가 있는 점은 싱가포르는 글로벌 물류 중심지이자 비즈니스 중심지로 인정받고 있지만 부산은 상대적으로 많은 낮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항만도시 관점에서 아래와 같은 요인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싱가포르는 해상물류 중심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도시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싱가포르는 자국 항만공사인 PSA를 통해 전세계 30여개국 이상의 항만에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또한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에 재정적 지원을 해 주고 있다. 반면 거버넌스 구조상 우리나라나 부산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이원화된 구조 하에 해외항만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인식도 낮고 해당 사업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부산항만공사는 2020년 이후 겨우 3개의 해외물류센터를 구축하는 정도의 아주 초래한 해외 네트워크를1) 구축하고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보다 부산항만공사 자체적인 노력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 부재는 부산항의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성장에 제한 요소가 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싱가포르항의 변함없는 성장세와 달리 부산항은 많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이러한 요인의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거버넌스 구조의 이원화로 인해 맞춤형 미래 전략 수립 부재와 효과적인 행정절차 진행에 한계가 존재한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이고 이를 장점으로 활용하여 중앙정부차원에서 일사천리로 미래 비전을 수립하고 국가 모든 역량을 그 방향을 집중하여 실효성을 제고해 오고 있다. 과거 물류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 부분이나 최근 관광산업에 투자하여 성공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부산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분리된 거버넌스 구조로 인해 중앙정부의 미래 전략과 지역의 미래전략이 일치 안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항만물류산업의 경우 중앙정부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현장은 지역정부가 다루는 공간 속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항상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효과적인 비전 수립과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싱가포르 물류항의 모습
ⓒ클립아트 코리아
셋째,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기반 산업인 해상물류산업을 기반으로 제조업으로는 조선, 석유산업을 육성했고 서비스업으로 금융과 관광업을 연결하여 성장시켰다. 그러나 부산의 경우 해상물류산업의 현장만 존재하고 기본적으로 전략과 경영을 하는 곳은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해상물류산업과 연결시킬 수 있는 제조업들은 타지역에 분산되어 있고 서비스업은 상호 연결되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된 채 인위적으로 성장을 시키고 있어서 활성화가 안 되는 것이다.
넷째, 미래를 준비하는 혁신적인 전략 부재를 들 수 있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 리콴유가 주도하는 물류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였고 2000년 초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싱가포르가 위축되었을 때 리센룽을 통해서 관광, 카지노라는 새로운 원동력을 기반으로 제2의 성장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현재는 신항만인 투아스 항만을 중심으로 디지털과 탈탄소 전략을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부산은 저부가가치 항만물류산업의 현장으로 전략하고 있는 내부 인재조차 수도권으로 제일 많이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 있다. 또한 자체적인 미래 전략 수립보다는 중앙정부 정책의 그늘 아래 있으며 5년마다 바뀌는 지역정치 구도 역시 부산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산항의 모습
ⓒ클립아트 코리아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우리나라의 부산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거버넌스 구조에서 많이 다르고 이로 인해서 부산은 효율성과 추진력에서 상당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 비해 부산이 모든 부분에 열위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산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개방성을 기반으로 융합형 미래 성장방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부산과 경남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스마트 플랫폼 구축사업과 같은 정책 추진이 절실히 필요하다. 부산항이 가진 제한 사항을 항공물류와 철도물류 연결을 통해서 국내외 네트워크 확대가 가능하고 기존 아나로그 기반으로 물류시스템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시키면서 항만, 공항, 철도, 도로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여서 사람과 화물이 동시에 이용하는 공간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또한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과 화물이 만들어내는 정보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내서 지역인재 유출 방지뿐만 아니라 역외 우수 인력의 유치도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동북아 스마트 물류 플랫폼의 실효적인 구축과 운영을 위해서는 해당 물류분야의 지역 권한을 강화해야 하고 지역간 이기주의도 극복해야 한다. 또한 물류수단별 분리된 거버넌스 구조도 해당 지역에서는 통합을 통한 집중화가 필요하다.
부산은 싱가포르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약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신냉전시대 도래로 인해 아시아와 북미대륙을 연결해 주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부산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지정학적 환경 변화를 기반으로 부산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지경학적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싱가포르의 성공요인에서 가져올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방향 설정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1) 발췌: 「나는 커피를 마실 때 물류를 함께 마신다」, 이성우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