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직업 디스커버제주, 지금껏 알지 못했던 제주를 발견하다
페이지 정보

본문
베이스 기타와 행글라이더에 미쳐 살았던 90학번 대학 동창 둘이 제주가 좋아 살고 싶다는 이유로 아무 연고도 없이 2016년 제주에서 ‘디스커버제주’를 창업했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벤처 모집 공고를 보고, 제주도에는 야생 돌고래가 110여마리 정도 산다는데, 신혼여행 때 호주에서 봤던 ‘돌핀와칭’이 왜 없을까라는 아주 단순한 호기심에서 사업의 주요 아이템을 정하였다. 주변인들에게 해당 아이템에 대해 말하니 불가한 사유에 대해서만 조언을 주었다. 텃세가 심하다, 배도 없고 선장도 없고 선착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이 많이 필요한데 가능하겠냐는 등.
무모한 창업가들에게 이런 문제들은 별다른 염려가 되지 않았다. 지역민들의 어선이나 낚싯배를 활용해서 지역민들과 수익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고 우리는 기획과 마케팅을, 지역민은 현장 운영을 맡아서 진행하면 어떨까했다. 처음 섭외할 때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였지만 현장에서 진심으로 부닥치니 문제는 하나씩 해결 되었다.
일 년에도 서너 번은 찾았던 제주지만 사실 돌고래를 직접 제주 바다에서 본 적은 없었고, 심지어 공모전에 합격하고 6개월이 지나도록 돌고래는 찾지 못했다. 제주 전역을 헤매고 기존의 자료들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지인과 모슬포에서 한치 낚시를 하다가 배 옆을 지나가는 야생 돌고래를 보고 너무 반가워 선장님에게 물어보니 매일 본다고 하였다. 돌고래가 나오면 낚시가 안된다는 푸념을 하셨지만 우리는 ‘유레카’를 외칠 수 있게 되었다.
그날부터 해당지역의 해안선을 매일 돌며 야생돌고래를 관측하였다. 전 세계 ‘돌핀와칭’의 평균 성공률은 35%였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거의 매일 관측을 할 수 있었다. 제주는 세계 최고의 야생 돌고래 탐사 포인트인 것이다. 실제 ‘돌핀와칭’ 프로그램을 오픈하고 8~90%의 탐사 성공율을 만들어 내며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독일 등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도 탐사객으로 와서 지금까지 본 야생돌고래 탐사 중 최고라고 하였다. 허름한 낚싯배를 타고 나갔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였다.
야생돌고래탐사 ⓒ디스커버제주
문제는 엑셀로 수익성 분석을 해보니 지역민과 수익을 나누는 구조에서 돌핀와칭 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힘들다는 계산이 나와서 로컬을 중심으로 하는 액티비티 플랫폼을 만들어 제주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담는 구조를 기획했다. 늘 제주를 여행하며 아쉬웠던 뻔한 관광지가 아닌 로컬을 만나는 여행을 만들어 가는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야생 돌고래 탐사 성공 후, 보목항 선장님과 함께 고민하여 기획한 ‘볼레낭개(보목포구의 제주어 지명) 호핑투어’ 역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남아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호핑투어를 제주에서 즐길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섶섬의 바닷속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풍경과 물고기가 가득한 제주 바닷속을 직접 체험하는 것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제주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볼레낭개호핑투어 ⓒ디스커버제주
이후 7년간, 제주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라이트 아트를 접목한 ‘별밤사진관’, 숲속에서 즉석으로 타악기를 합주해 나가는 ‘에코드럼써클’, 대나무 낚싯대로 하는 제주민들의 전통 ‘고망낚시’, 하루 종일 다이빙하고 스노클링하고 노는 ‘월령포구의 하루’ 등 꾸준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왔고, 약 30여개의 프로그램을 한 땀 한 땀 만들어 플랫폼에 장착해 나갔다.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홍보에 쓸 돈을 글, 사진, 영상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했고, 여행업계에서는 드물게 CF영상으로 프로그램 소개를 하는 독특한 홍보를 통해 여행자와 관광업계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별밤사진관 ⓒjejugrapher
고망낚시 ⓒ디스커버제주
에코드럼써클 ⓒ디스커버제주
프로그램을 기획 할 때 우리는,
Local: 지역민과 함께 기획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경험을 제공한다.
Eco Friendly: 개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제주를 보존하며 활용한다.
Sustainable: 지역민과 함께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지속적 수익을 창출하고 나눈다.
Fun: 지역의 숨겨진 재미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한다.
상기의 네 가지를 중심으로 로컬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로컬과 여행자를 연결했다.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여행 관련 예능을 포함 약 20여편이 넘는 공중파 방송 등에 출연했으며, 코로나가 터졌어도 매출은 매년 2배씩 성장해 나갔다.
한편, 환경단체에서 야생 돌고래 탐사가 돌고래들에게 과다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으나, 우리는 초창기부터 전 세계 돌핀와칭 관련 규정을 찾아서 준수해 왔으며 8년간 돌고래들이 동일한 장소에서 문제없이 서식 중이며 개체수 또한 증가하였기에 우리는 부끄럽지 않았다. 다만 우리 프로그램을 따라서 하는 유사업체들이 생기면서는 다른 고민에 빠져 들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제주도와 해수부가 주관하여 강력한 탐사규정과 페널티가 제정되었고 다소의 안도를 하였지만, 여전히 우리는 더 강력하게 라이센스제 도입과 삼진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더 이상 야생돌고래 탐사를 플랫폼에서 판매하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가 끝날 무렵, 우리는 여행의 트렌드가 새롭게 변화하는 걸 주목하고, 공간 기반의 몇 가지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게 되었다. 새롭게 액티비티를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것도 의미 있었지만, 트렌드에 밀리거나 2~30년간 운영되며 식상해진 기존의 공간들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8년간 사무실 겸 숙소로만 쓰던 3500평 귤 밭에 자리 잡은 30년 된 작은 돌집을 8개월간 리모델링하여 카페 존을 오픈했고, 귤에만 주목 하기보다 귤 꽃향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여행자들에게 알리고 싶어 귤 꽃향을 조향해서 향수를 만들었고, 감귤밭을 재해석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우리는 제주를 아직도 새롭게 발견하는 중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여전히 Discover the Moon이다.
중문별장 ⓒ디스커버제주
귤꽃향수 네롤리 ⓒ디스커버제주
김형우
디스커버제주 공동대표
도시를 떠나 자연속에서 살고 싶어 10년을 귀농학교와 제빵사, 양봉, 목공 등을 배우며 귀농준비를 하였다.
홍대 카페, 영상제작업체 공동창업, 독일계 포워딩회사, HSBC은행 팀장, 전북은행 대출위탁판매법인 대표, 부동산직거래사이트 창업 등 하고 싶은 일은 모두 다 해보았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디스커버의 대외 업무와 컨텐츠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