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그곳에도 물고기 양식장이 있다, 아프리카 빅토리 팜스 성공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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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2가지 비극
아프리카의 이미지는 단연코 부정적이다. 출신 성분을 달리하는 부족 간의 전쟁과 끝없이 이어지는 정정 불안, 그리고 쿠데타가 아프리카를 대변하는 것처럼 굳어진 탓이다. 그러나 이와는 견줄 수 없지만, 또 다른 비극도 있다. 그 하나가 ‘사하라 사막 이남’이라는 용어다. 글로벌 최빈국 지역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라고 할 때는 대개 두 곳으로 구분하여 부른다. 사하라 사막이 기준점이다. 그 이북이 북아프리카다. 백인계 아랍 무슬림이 절대 다수이고, 비교적 생활 여건이 좋은 편이다. 그에 비해 사하라 사막 아래쪽은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를 받은 곳이 많다. 착취가 워낙 심했던 터라 아직도 기아와 질병이 만연하고, 세계에서 가장 발전이 더딘 낙후 지역으로 분류된다.
또 하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빅토리아 호수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고기 등 생태 자원이 풍부해 ‘아프리카의 에덴 동산’으로 불렸던 빅토리아 호수는 가뭄으로 물이 마르고, 환경 오염과 남획으로 말미암아 옛 영화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수 위치 ⓒVictoryfarms
빅토리 팜스 홈페이지 초기 화면 ⓒVictoryfarms
빅토리 팜스 공동설립자인 조셉 레이만(오른 쪽 사진) ⓒVictoryfarms
양식장을 만든 두 사람
이 같은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수 동쪽에, 정확하게는 케냐의 호마 베이(homa bay)에 두 남자가 나타났다. 그 때가 2016년 쯤이다. 빅토리아 팜스(Victory Farms) 설립자인 조셉 레이만과 스티브 모란이다. 두 사람의 꿈은 야무졌다. 지속 가능한 어류 양식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식량 안보와 경제 발전을 도모한다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히고 있어서다. 사실 두 사람의 이력을 놓고 보면, 이 같은 구상이 전혀 헛된 꿈으로 보이지 않는다.
조셉은 빅토리 팜스를 만들기 전에 오랫동안 금융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전문가였다. 글로벌 금융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전략 수립 및 금융 기법을 터득했다. 이에 비해 스티브는 현장 실무에 밝은 수산과 양식 분야 베테랑이다. 그는 이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수산 양식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빅토리아 팜스에서 생산하는 틸라피아(아프리카 동남부가 원산인 민물고기) 양식에 탁월한 기술과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빅토리 팜스의 틸라피아 육상 부화장(해처리 시설) ⓒVictoryfarms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사실 두 사람이 이곳을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수산 자원이 고갈되는 빅토리아 호수에서 물고기 양식장을 만들면 지역경제도 살리고, 식량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들이 회사를 설립할 당시 케냐와 이 지역 사정은 매우 열악했다. 케냐에서 나오는 수산물 가운데, 자연산 어획량이 90% 넘게 줄어들면서 식량 위기가 찾아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냐 정부가 택한 방법은 하나였다. 저가로 팔리는 중국산 냉동 틸라피아를 들여오는 것이 최적의 선택지였다. 지금도 나이로비 등 케냐 주요 도시에서 팔리는 틸라피아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수입 틸라피아의 안전성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으나 국내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인지라 정책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빅토리아 팜스는 이 점을 파고들어 틸라피아 생산을 늘리고 있다. 특히 이들이 호수에서 양식하는 물고기로 틸라피아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로 평가되고 있다. 이 어종은 담백하고, 영양가가 높아 아프리카 전역에서 선호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에 사용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쉽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틸라피아는 빠르게 성장하고, 번식력이 뛰어나 양식에 매우 적합하다는 점이다. 이들의 선택이 일석이조(一石二鳥)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빅토리 팜스 양식장 케이지 모습 ⓒVictoryfarms
그들의 비즈니스 야망
지금까지만의 성적표를 놓고 보면, 조셉과 스티브의 비즈니스 전략은 완벽하게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빅토리아 팜스가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양식장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2016년에 빅토리아 호수에 틸라피아를 양식하는 첫 번째 케이지(양식 수조)를 넣어 200톤을 수확한 이후 2023년에는 무려 1만 톤 넘게 잡아들였다.
양식장 사이트도 확대하고 있다. 첫 번째 사업 근거지인 호마 베이에서 루(Roo) 지역으로 양식장을 넓히고, 빅토리아 호수 연안에 있는 우간다, 탄자니아, 콩고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에는 틸라피아 양식과 유통 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케냐 시장에 틸라피아를 신선하게 공급하기 위해 콜드 체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소매점을 75개 오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르완다에서도 양식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케냐에서 양식 사료 공장을 건설하는 등 사세도 키우고 있다.
빅토리아 팜스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이 또 있다. 지역의 여성 인력을 많이 채용하고, 대학생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하면서 청년 고용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양식장이 잇속만 밝히지 않고, 지역과 협업 시스템을 만들어 상부상조하는 본태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 설립자 조셉 레이만은 지난해 아프리카 비즈니스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아프리카에서 지속 가능한 양식장을 운영하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빅토리 팜스는 지역사회 성장과 함께, 틸라피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지속 가능한 어류 생산 플랫폼이 되는 비전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에도 물고기를 양식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양식장에서 틸라피아를 어획하는 모습 ⓒVictoryfa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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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