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해조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지속가능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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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피어나는 녹색 희망
최근 국제적으로 슈퍼푸드로 재조명을 받는 수산물이 있다. 바로 해조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후조리에는 미역, 어린이 반찬에는 김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정도로 익숙한 식품이다.
조류(Algae)는 전 세계에 약 4만 여종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중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약 500여 종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잘 알려지지 않은 종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4~8배 정도가 많다고 한다. 조류는 크게 미세조류와 거대조류로 분류되는데 우리가 음식으로 자주 접하는 바다의 거대조류는 색깔을 바탕으로 녹조류, 홍조류, 갈조류로 나뉘며, 이들이 통상 해조류(Seaweed)라고 불린다.
탄자니아의 여성 해조류 생산자
ⓒ서종석
이러한 해조류는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바다의 정화조 역할이다. 해조류가 자라기 위해서는 질소와 인 같은 영양분이 필요한데, 이러한 성분들은 부영양화된 바닷물에 많다. 해조류는 이런 과잉 영양분을 흡수하며 자라기 때문에, 오염된 바닷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탁월하다.
이 덕분에 최근에는 연안 지역에서 발생하는 부영양화를 줄이고, 산소가 부족한 해역(빈산소수괴)을 해결하는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해조류 양식이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후변화를 감소시키는데도 도움을 준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데, 해조류는 이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실험을 통해 알려진 연구 보고서들에 따르면, 모자반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는 열대우림보다 2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다시마는 지구상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광합성 생물로 꼽히며,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바다에서 처리하고 있다.
켈프숲
ⓒMSC
또한 해조류는 해양생물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해조류가 무성하게 자라는 해역은 물고기들이 알을 낳거나 치어들이 자라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해조류가 만들어내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어린 물고기들에게 좋은 먹이가 되어 건강한 먹이사슬을 형성하게 된다.
해조류는 자원으로서도 지속가능한 역할을 한다. 육상에서 재배되는 작물처럼 환경오염, 유전자 변형 등으로 식량 문제를 악화시키지도 않고, 산림자원처럼 벌목으로 인한 고갈 문제도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최근 식량 위기와 탄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자원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기장미역 양식장
ⓒ서종석
바다의 잡초에서 미래 식량으로
해조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자원이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의 고대 문헌 『산해경』, 그리고 조선 시대 『본초강목』에서 그 존재가 확인된다. 일본은 기원전 8세기에 해조류를 세금 납부 수단으로 사용할 정도로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반면 대부분의 서구권에서는 18세기까지 거의 바다의 잡초처럼 취급했다. 하지만 이제 해조류는 ‘그린 골드(Green Gold)’로 불리며, 지속가능한 미래 식량이자 산업소재로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식품으로서 해조류는 영양가는 높고 지방 함량은 낮으며, 무엇보다 육류를 생산할 때보다 훨씬 적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유럽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해조류를 동물성 단백질의 대체 식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호주의 해조류 스낵 제품
ⓒ서종석
이런 추세를 반영한 국제적인 움직임으로 2023년에는 ‘EU 해조류 인식 정상회의(Algae Awareness Summit)’가 개최되었고, 2024년부터 덴마크와 독일이 공동으로 ‘AlgaeFood’ 프로젝트 추진하고 있다. 또한,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도 해조류 산업의 가능성을 조명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UNCTAD에 따르면 해조류 산업은 2000년 50억 달러에서 2021년 170억 달러로 세 배 넘게 성장했고,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바이오 연료, 플라스틱 대체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현재 해조류 생산의 99.5%는 아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다. 생산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2000년 1천만 톤에서 2021년에 3,520만 톤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한국이 주요 생산국인데, 최근 탄자니아, 칠레, 러시아 등도 점차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한편 해조류의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는데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해조류 소비량은 약 2,400만 톤에 달한다. 이에 따라 수출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2021년 기준 해조류 수출액은 약 9억 4천만 달러였는데, 수출액 측면에서는 한국이 최대 수출국으로 꼽힌다. 그 뒤를 인도네시아와 칠레가 잇고 있으며, 중국은 대부분 자국 내 소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조류 주요 시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지만 최근 유럽과 북미에도 수출이 증가하여 현재 약 17억 달러의 수출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전라남도 김 양식장
ⓒ서종석
이처럼 해조류는 건강식, 산업 원료, 환경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홀푸드마켓은 2019년부터 해조류를 ‘주요 식품 트렌드’로 지정했고, 2025년 식음료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다시 한 번 해조류를 미래 식량의 핵심으로 꼽았다. SNS 상에서도 조미김, 생미역 먹방 콘텐츠가 화제를 모으며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수요 증가가 곧 지속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분별한 양식, 생태계 파괴, 지역사회 배제 등은 해조류 산업이 맞닥뜨린 또 다른 현실이다.
해조류 수요의 급증에 따라 해조류 양식이 무분별하게 확산되었고, 환경적, 사회적 문제점들이 커지자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인증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ASC와 MSC가 2017년 공동표준을 개발하였다.
ASC-MSC 해조류 표준
ⓒ MSC
지속가능한 해조류 생산과 소비의 중요성
ASC-MSC 해조류 표준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해조류 자원과 생산의 지속가능성, 환경 영향 최소화, 사회적 책임 등 5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양식장을 평가하는 인증제도를 제시하였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도 중요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 부경대학교 영남씨그랜트센터의 지원을 받은 기장미역은 세계 최초로 식용 해조류 부문에서 ASC-MSC 지속가능해조류 인증을 획득했다. 이 인증 과정은 단지 기술적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양식 어민, 지자체, 연구기관,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업한 결과물이었다. 이후 국내에서도 김, 톳, 다시마 등 다양한 품목들이 인증을 받으며 시장의 신뢰를 구축해 왔다. 현재 한국에는 4개의 인증 보유 업체와 3개의 심사 중인 업체가 존재한다.
전라남도와 MSC의 협약식
ⓒMSC
하지만 지속가능성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순환의 고리이며, 소비자의 책임 있는 선택이 그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따라서 해조류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ASC-MSC는 소비자 인식 증대 및 시장확대를 위해 국제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ASC-MSC 지속가능 해조류 인증 제품
ⓒMSC 한국사무소
지속가능한 해조류와 6차 산업
이와 같이 해조류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기후변화, 식량 위기, 해양 생태계 보호—에 대한 해답을 품고 있는 ‘그린 골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조류 산업의 미래가 진정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단순한 수요 확대를 넘어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이 신뢰할 수 있는 인증제도와 소비자의 인식 변화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치않고 이러한 흐름을 자리 잡게 하고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해조류를 생산(1차)하고, 가공(2차)하는 것에 더해 관광, 체험, 교육 등의 서비스(3차)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탄자니아 잔지바르 섬의 해조류 교육·체험 프로그램
ⓒ서종석
한국은 해조류 산업의 선도 국가로서 ASC-MSC 인증을 통한 모범사례를 제시해왔으며, 앞으로도 이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산업 전반의 협력과 혁신이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작성한 필자의 칼럼에서 수차례 언급했듯이 교육과 체험 그리고 로컬크리에이티브적인 요소가 없으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데 한계가 생긴다.
해조류 식문화는 한국이 리딩할 수 있기 때문에 독창적인 콘텐츠를 많이 개발 할 수 있고, 이에 흥미를 가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다. 이러한 관심과 호기심은 해외에서 사람들이 산지로 찾아오게 만든다. 이때부터 해조류가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문화적 가치로 전환하게 된다. 이른바 6차 산업이 실현되는 것이다.
해조류는 이미 미래다. 이제는 그 미래를 얼마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키워나갈지가 우리의 과제다.
서종석
MSC 해양관리협의회 한국대표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공학박사
‘어업의 품격’(2020) 저자
영국 에버딘대학교 비즈니스스쿨 Global MBA 졸업
부경대학교 기술경영학 박사, 부산대학교 석사, 고려대학교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