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도시 북극항로 환적허브를 꿈꾸는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
페이지 정보

본문
동북아와 북유럽을 연결하는 북극항로는 대부분 러시아 연안을 따라 연결되어 있다. 러시아의 항만 분류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지역에 있는 블라디보스톡, 나홋카, 보스토치니, 자루비노항 등은 극동항만, 유럽 측의 무르만스크항, 아르한겔스크항, 사베타항, 딕손항, 두딘카항, 아시아 측은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 페베크항, 틱시항, 두딘카항을 북극항만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북극항로의 주요 화물인 화석연료를 주요 수요처인 아시아로 수출하기 위해 러시아가 육성하고자 하는 항만이 캄차츠키 끝단에 있는 부동항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Petropavlovsk- Kamchatsky)이다.
캄차츠키 반도 전경
ⓒRIO Institute(2024.10.)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은 러시아 해군 태평양 함대의 주요한 군항이며, 지경학적 측면에서 주로 군사적 입지로 최근에는 북극항로를 위한 경제적 입지로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블라디보스톡보다도 위도는 훨씬 높지만 캄차츠키 화산의 열기와 태평양 난류인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아 겨울에도 항만을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위도의 부동항이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 입장에서는 블라디보스톡보다 북극항로를 운영하기 위한 허브항만으로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을 주목하고 있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시는 1740년 러시아의 군사도시로 개척 되었고 주로 군사적 가치와 수산업의 중심으로 현재까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인구는 2021년 기준 18만 명 정도의 소도시이나 러시아의 국토 크기, 입지적 한계 등을 고려할 경우 제법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아직 도시 기반은 미약하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의 화산과 항 전경
ⓒfreepik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은 겨울에 제한적인 결빙만 생기는 부동항으로 험난한 북극항로를 여행하고 베링해의 얼음 바다를 통과하자마자 만나는 북극항로의 오아시스 같은 항만이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는 2010년 이후 북극항로 개발에 있어 우선 순위로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을 개발하고자 민자 유치가 아니라 국가재정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러시아의 꿈은 북극해와 연안지역에서 나오는 화석연료들을 개발해서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에 저장해 두고 아시아와 아메리카 수요자들에게 연중 공급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북극항로 이용이 6월~11월로 제한되어 있다 보니 연중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고자 하는 수요처에 동절기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은 얼음의 바다에서 벗어나 있어 일정 부분의 내빙 기능만 갖춘 선박이면 겨울에도 입출항이 가능하여 자원 수송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항만을 중심으로 북극항로를 통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2030년 이후 점진적인 컨테이너 선박의 북극항로가 진행될 경우 에너지 자원의 환적허브를 넘어서 컨테이너 화물의 환적 기능도 동시에 희망하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선박은 내빙 기능과 쇄빙 기능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선박 발주시 높은 비용이 소요되며 운항에 발생하는 비용 자체가 높다.
이러한 선박이 일반 항로와 북극항로를 동시에 운항할 경우 경제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즉, 일반항로에서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까지는 일반 선박으로, 그리고 해당 항만에서 북극항로를 통과하거나 북극해로 기항하는 선박은 내빙과 쇄빙기능을 가진 선박으로 이원화하여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러시아 정부 그리고 자원 개발 공기업인 가즈프롬은 아래 그림과 같은 구상을 통해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을 북극항로의 환적허브로 만들고자 계획을 하였다.
러시아가 수립한 ‘2035 북극항로 인프라 개발계획’에 따르면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에 선박 관리와 냉장 및 일반 컨테이너 환적을 위한 복합 단지를 2027년 완공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카항에 석유, 비료, 건화물(Dry Bulk Cargo), 특수화물(Special Cargo) 등의 환적을 위한 터미널이 건설될 예정이다. 북극지역에서 채굴된 석유 및 천연가스를 쇄빙 유조선에서 재래식 유조선으로 환적하는 방식으로 수출할 계획으로 LNG 환적터미널 건설은 필수적이다.
러·우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인해 해당 개발사업이 지연되고 있지만 이 지정학적 문제가 해결될 경우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의 환적허브항 계획은 다시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 중심의 북극항로 환적허브항 구상
ⓒ러시아 가즈프롬 내부자료(2021)
북극항로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북극항로 역시 남방 항로(유럽-수에즈-아시아를 연결하는 항로)가 가지고 있는 공급망 리스크와 다른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다.
북극해의 험난한 환경 문제, 러시아와의 정치·안보적 관계, 북극항로와 연결된 제한된 정보 등으로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밀착,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러시아 북극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다양한 협력 사업 등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과제이다.
부산은 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는 마지막 허브항만이자 아메리카 대륙에서 아시아로 들어오는 첫 번째 허브항만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 세계 2위의 환적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환적화물이 중국과 일본에서 부산을 경유, 미국으로 가는 환적화물들이다. 반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다수의 화물들은 싱가포르항과 홍콩항을 중심으로 환적을 한다.
그런데 북극항로가 열리면 이러한 유럽 향 환적화물 중 다수가 지경학적 관점에서 부산항을 경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북극항로는 부산항에 큰 기회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 언급한 것처럼 북극항로 이용의 초기 화물은 러시아 북극해 연안의 벌크화물이 대부분이다. 결국 러시아 정부의 계획하에 추진되고 있는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 중심의 환적항 계획은 부산항의 역할이 모호해질 수 있다. 부산항은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에 비해 우수한 기후환경과 항만시설, 풍부한 인적 자원과 비즈니스 여건 등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러시아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과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러시아 정부의 집중적인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 지원 정책이 수십 년간 지속된다면 그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산항이 글로벌 허브항만이자 북극항로의 중심항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부산항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항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분석해서 상호 역할 분담을 통한 상생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