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북극항로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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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의 등장
북극항로는 해상운송 관점에서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캐나다 북극해를 통과하여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 NWP),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북동항로(Northern Sea Route, NSR), 그리고 북극점(North Pole)을 직접 통과하는 북극횡단항로(Transpolar Sea Route, TSR)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북동항로를 북극항로로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북동항로와 북서항로, 북극횡단항로의 정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ranspolar_shipping_routes.svg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ranspolar_shipping_routes.svg
특히 북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극한 환경 중 하나이다. 여름철에도 온도가 낮고 바다에 얼음이 존재하며, 겨울철에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Polar Night) 현상이 나타난다.
남극이 육지 위에 만년설과 빙하(glacier)로 덥힌 것과 달리 북극은 러시아, 미국(알래스카), 캐나다, 아이슬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의 대륙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바다로 구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바다는 온도가 낮아 바다마저 결빙되는 특징이 있어 선박의 접근성이 어려워 국제 해상운송을 위한 항로로 활용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북극항로가 일반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1987년 당시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북극을 평화와 협력의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담은 '무르만스크 선언'을 통해서이다. 북극항로가 국제사회에 등장한 이후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환경적 특수성으로 인해 상업적 항로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많은 난제가 존재하여 점차 관심이 낮아졌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에서 새로운 환경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해빙 면적은 급격한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2007년 9월 북극의 해빙(海氷) 면적은 대략 413만 km2 정도로 이는 평균보다 38% 낮은 수치1)를 나타내었다. 이때 북동항로와 북서항로가 동시에 개방되면서 북극항로가 새롭게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최근 북극을 중심으로 미․중․러 간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자원 개발과 항로 개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다시금 북극항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게 되었다.
1)자료: https://earthobservatory.nasa.gov/images/8074/record-arctic-sea-ice-loss-in-2007(2025. 5. 15) 검색자료
북극 해빙 면적 변화 추이
ⓒ https://svs.gsfc.nasa.gov/5395/#section_credits, NASA/Goddard Space Flight Center Scientific Visualization StudioNASA/Goddard Space Flight Center Scientific Visualization Studio
새로운 대체항로의 필요성
현재 세계 해상 무역로,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주요 해상무역로는 수에즈 운하(Suez Canal)를 통과하는 남방항로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10~12% 정도가 이 좁은 수에즈 운하를 지나고 있다. 특히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는 하루에도 50여 척의 선박이 통과하고 있는데, 운하의 특성상 통과하는 선박의 폭과 수심에 제한이 있어 이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최대 크기를 일컬어 수에즈막스(Suezmax)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난 '21년 3월에 발생한 에버그린(EVERGREEN) 선사의 에버 기븐(Ever Given) 호 선수부가 동쪽 강둑에 5m가량 박히는 좌초 사고가 발생하면서 6일간 운하의 양방향 통행이 마비되면서 물류 대란과 운임 급등 현상을 야기시킨 바 있다. 또한 수에즈 운하의 관문인 홍해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무장단체인 후티(Houthi)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인해 많은 선사가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최남서단인 희망봉으로의 우회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박의 운항 기간이 7~10일가량 늘어남에 따라 운임비 증가로 선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증가로 선사는 새로운 대체항로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극항로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해빙 면적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북극의 최소 해빙 면적은 428만 km2로 이는 1979년부터 시작된 위성을 통한 북극 해빙 면적 관측 역사상 7번째로 낮은 수준2)이다. 이에 따라 많은 연구자는 2030년 여름철 북극의 해빙이 소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기존 예상보다 빨리 북극항로 이용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 자료: https://nsidc.org/sea-ice-today/analyses/arctic-sea-ice-extent-levels-2024-minimum-set(2025. 5. 15) 검색자료
또한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 산하 북극해양환경보호(Protection of the Arctic Marine Environment, PAME) 작업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발효한 극지운항선박 안전기준(Polar Code)이 적용되는 수역 내 선박 통항량은 '13년부터 '23년까지 통항량은 37%가량 증가한 수치를 나타내었
고, '24년 9월 기준으로 1,064척이 운항하는 등 선박의 운항이 크게 증가3)하면서 북극 해상운송 관점에서 북극항로 개발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3)자료: https://pame.is/news/arctic-shipping-update-37-increase-in-ships-in-the-arctic-over-10-years/(2025. 5. 15) 검색자료
이처럼 북극 선점 경쟁이 한층 가열되는 가운데 북극항로는 미래 해운조선 부문의 새로운 시장으로서 가치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체계적인 대응전략 마련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녹아내리는 북극의 위기가 새로운 물류 혁명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Polar Code 수역 내 선박의 운항 현황
ⓒ https://pame.is/news/arctic-shipping-update-37-increase-in-ships-in-the-arctic-over-10-years/
정성엽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지능형선박연구본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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