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국제해양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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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편의점에서 무심코 집어든 참치 삼각김밥, 마트의 진열대에 올려져 있는 생선과 해산물들, 온라인으로 주문한 냉동수산물. 우리는 여러 방식으로 수산물을 소비하면서 정작 그들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잡혀왔는지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어쩌면 ‘바다’는 우리의 생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국내 대형마트의 신선수산물 코너
ⓒ MSC
하지만 이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이 전혀 다른 두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
하나는 국제해양영화제, 또 하나는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 MSC)의 지속가능어업 인증이다. 스크린과 식탁,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바다로 향한 두 개의 연결고리다.
바다는 ‘공유지’이다.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모두의 것이기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면 결국 인간의 이기심으로 파괴될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는 남획과 불법어업, 기후변화라는 이름 아래 그 위기를 수없이 목격해왔다. 바다에서 시작된 무관심은 결국 우리 식탁 위로 되돌아오고 있다.
2019년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개최된 국제해양영화제 개막식
ⓒ MSC
2015년 ‘Sea & See’로 시작해 2018년 국제해양영화제(Korea International Ocean Film Festival)로 명칭을 변경한 이 행사는 올해 8회째를 맞았다. 2025년 국제해양영화제는 6월 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되었으며 10개국 34편의 해양영화를 통해 바다의 웅장함부터 현재의 위기까지, 바다와 인간의 모든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냈다.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해양 인식 개선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해양영화제는 이 단절을 감각적으로 연결한다. 관객은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스크린을 통해 목격하고, 때로는 충격을, 때로는 경이로움을 느끼며 '나와 무관하지 않은 일'임을 직관한다. 이렇게 한 편의 영화는 한 사람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힘이 있다.
2024년 영도에서 개최된 국제해양영화제 개막식
ⓒ서종석
한편, MSC는 보다 실천적인 방식으로 식탁과 바다를 잇는다. 어업 현장에서 시작된 변화는 인증을 거쳐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는 수산물로 완성된다. 라벨 하나가 ‘지속가능성’이라는 신뢰의 상징이 되어 소비자의 선택을 인도한다. 다시 말해, MSC는 식탁을 통해 바다를 지켜내는 시스템적 접근이다.
2022~2023 회계연도 기준 전 세계 66개국 674개 어업이 MSC인증을 받았으며, 전 세계 수산물 생산량의 19%에 달하는 1,529만 톤이 MSC인증어업에서 생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17개 기업이 MSC 유통인증(CoC)을 획득했으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어업 개선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속가능인증을 받은 호주의 전복어업
ⓒMSC
이 두 영역은 각각의 방식으로 바다와 사람 사이의 다리가 된다. 국제해양영화제는 스크린과 바다 사이를, MSC는 식탁과 바다 사이를 연결한다. 공통점은 단순하다. 결국 ‘바다를 잊지 않게 만드는 힘’이다. 영화제에서 스크린과 사운드를 통해 바다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고, 집에 돌아와 식탁 위 해산물을 맛보는 순간 우리는 바다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한 경험을 하고 나면 우리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관람객과 질의응답 시간이 있는 국제해양영화제 MSC 세션 GV
ⓒMSC
한 초등학생이 해양영화제에서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해변 장면을 본 뒤 이렇게 말한 것이 기억이 난다.
“저는 바다에 쓰레기를 절대 버리지 않을 거예요.”
이 단순한 깨달음이야말로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힘이다.
국제해양영화제 행사장에 마련 된 지속가능어업 체험코너
ⓒMSC
한 소비자는 마트에서 MSC 라벨을 본 뒤 묻는다.
“이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잡은 수산물이라는 의미였군요?”
라벨 하나가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윤리적 계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MSC 에코라벨의 의미에 대해 물어보고 있는 소비자
ⓒMSC
이러한 경험들은 개인의 감상을 넘어서, 인식의 전환과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지속가능한 소비 문화’로 이어진다.
지속가능한 어업은 단순한 기술적 시스템이 아니라, 삶의 윤리를 묻는 질문이다. 어업의 지속가능성은 곧 인간 삶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되어 있다.
국제해양영화제와 MSC는 우리가 ‘바다를 어떻게 다시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던진다.
2019년 MOU를 체결한 국제해양영화제와 MSC
ⓒMSC
올해도 부산에서 개최된 국제해양영화제는 성공리에 막을 내렸고 영화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MSC 세션도 잘 마무리되었다. 2019년부터 시작된 국제해양영화제와 MSC의 협력이 벌써 6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접근법이 상호 보완적임을 증명한다. 영화제에서 감동받은 관객이 집에 돌아가 MSC 라벨을 확인하고, MSC 인증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해양영화제에 관심을 갖는 선순환 구조가 잘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한 이 두 조직은 이제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바다를 잊지 않도록, 우리가 바다와 다시 연결되도록.
한 편의 영화, 수산물 한 접시.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바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간다.
결국 바다는 멀리 있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는지를 통해 바다는 오늘도 우리 곁에서 이어지고 있다.
서종석
MSC 해양관리협의회 한국대표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공학박사
‘어업의 품격’(2020) 저자
영국 에버딘대학교 비즈니스스쿨 Global MBA 졸업
부경대학교 기술경영학 박사, 부산대학교 석사, 고려대학교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