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 물 위에 지어진 세계적인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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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련된 현대적 기술은 가파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그림들이 현실세계에서 일상이 된다. 사막 한가운데에 거대한 리조트를 건설하거나 바다 한가운데에 인공섬으로 도시를 만든다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일이고, 현실적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각종 제약들이 허물어지고 있다. 더구나 거대한 자본까지 뒷받침되는 경우 비록 오래 걸리거나 비용이 많이 들 뿐 불가능이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동 오일머니의 초거대자본이나 미래를 위한 초국가적 투자가 아니라면 일상적인 도시의 현실에서는 아직도 건축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다. 특히 물과 관련된 건축은 아직도 구현되기 어려운 각종 어려움이 많다. 건축과 물은 근본적으로 서로 대립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변함없는 지속성을 추구하지만 물은 항상 유동적이고 변하고 요동치기 때문이다.
전망 좋은 바닷가나 수려한 풍광의 호숫가에는 늘 그만큼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늘 바다의 파도나 강의 범람으로부터 건축은 한 걸음 떨어져 있었다. 건축의 유지보수와 물의 움직임은 서로 상극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극히 예외적이면서 동시에 과학적인 기술도 내포하고 있기에 전세계적으로 기술과 노하우를 구하고자 탐구의 대상이었다.
21세기 이후 베네치아와 같은 도시를 꿈꾸는 시대적인 요구와 그를 실현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건축기술은 발전하였고 그 결과 건축과 물이 만나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또 성공하였다. 오늘은 건축과 물 그리고 대지와 물이 만나는 방식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림1]오페라 하우스에서 대지와 바다는 장애 없이 연결된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
ⓒ스노헤타 공식 사이트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Oslo Opera House)
1999년에 기나긴 국가적 논의 끝에 도시에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를 건설하기로 결정하였고, 국제공모전을 거쳐 스노헤타(Snøhetta)의 작품으로 선정하여 2003년 착공하여 2007년에 준공하였고, 이듬해 2008년에 오픈하였다. 이 건물은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서 어떠한 턱도 없이 경사진 채로 연결되어있다. 일반적으로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난간이나 안전장치를 하고 바닷물과 격리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과는 매우 다르다. 바닷물은 만조와 간조를 통하여 건물의 수계선을 오가며 오페라하우스의 땅을 조율한다. 사람들은 아무런 장애 없이 바닷물에 발을 담근채 대지에서 바다로 다시 바다에서 대지로 오갈 수 있다. 건물과 바닷물이 도로나 턱이나 그밖의 어떠한 장애를 통하여서도 경계 짓지 않기에 사람들은 거기서 건축과 바다를 즉 해양과 건축을 체험한다. 이는 곧 또한 육지와 바다가 모두 오페라하우스의 대지라는 것이며, 대지경계선은 유동하는 해안선이 된다.
[그림2]건물은 담수 위에 살짝 떠있다. 쉬렌 그룹 사옥
ⓒhttps://arquitecturaviva.com/
쉬렌 그룹 사옥(Office for Shihlien Group)
중국 강소성 화이안시 신염공업단지에 위치하며, 인공 호수 위에 지어진 쉬렌 그룹 사옥은 알바로 시자(Alvaro Siza)의 작품이다. 2009년 쉬렌회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11년 착공하여 2014년 준공하였다. 회장은 화학공장이라는 건물의 본래적 성격을 수공간과 건축을 통해 연출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연출하는 방법은 건축가의 몫이었다. 건축가는 인공의 호수에 기초를 조성한 후 수면에 가깝게 대지레벨을 세팅하여 건물이 물과 어우러지도록 만들었다. 즉 대지를 수공간으로 치환하여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고, 그 수공간이 배경이 되고 동시에 반사연못(reflecting pool)이 되게 하였다. 건축의 기초와 구조물 사이에 물을 채우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림3]건물의 일부는 바다에 건립하고 일부는 물과 결합한다. V&A 던디
ⓒ designcommittee.jp
[그림4]건물의 일부는 바다에 건립하고 일부는 물과 결합한다.
ⓒhttps://arquitecturaviva.com/
V&A 던디 (V&A Dundee)
스코틀랜드 최초의 디자인 박물관인 V&A 던디는 2010년에 국제공모전을 거쳐 건축가 쿠마 겐코(Kengo Kuma)의 디자인으로 선정하여 2014년에 착공하였고, 2018년에 개관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닷가에 건물을 위한 대지를 조성하는 방법이다. 초기 제안한 안과는 조정하는 과정에 수정되었으나 결국은 해변에 다양한 수공간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건물이 물과 만나는 다양한 방식에 따라 시공은 물론 유지보수를 하는 기술력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단계가 된 것이다.
[그림5]건설중인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 뒤고 루브르 아부다비의 전경을 볼 수 있다
ⓒhttps://www.artsnculture.com/
루브르 아부다비 (Louvre Abu Dhabi)
이 건물은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의 디자인으로 2009년 착공하여 2017년 오픈하였다. 공사비만 약 1억800만 달러(1,500억원)정도를 들인 건물이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30년간 루브르 박물관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13억달러(1조4천억원)라는 점이다. 건설비용과 문화비용을 비교할 때 매우 상징적인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부다비 북쪽 해안도로의 사디야트 섬 문화지구에는 이 밖에도 세계적인 박물관을 건립할 예정으로 있다. 바로 그 인근에는 지금도 한창 공사중인 프랑크 게리(Frank Gehry)의 구겐하임 아부다비 건물이 있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바다에 건립된 박물관이다. 말 그대로 바다속 저면에 건물의 기초를 만들고 올라간 건물이다.
때문에 건물에 접근하는 방법은 공용의 도로에서 건물의 현관까지 보행을 통하여 다다르는 방법이 있을 뿐 아니라 공용의 바다에서 배를 타고 건물의 입구까지 해상로를 통하여 이르는 방법이 있다. 이 도로로 바다도 모두 루브르 아부다비의 대지가 된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건설의 과정에서 바다를 메꾸어 대지를 조성한 후 건축시공을 실시하였다. 이것은 물론 구겐하임 아부다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루브르 아부다비는 건물을 만들고 나서 임시로 조성한 대지를 철거하여 바닷물이 건물의 외벽에 직접 접촉하도록 하였다. 즉 특별한 대지경계선 없이 바다 한 가운데에 건물을 세팅한 것이다. 이것은 육지와 바다가 구별되고 건물과 그 주변의 대지가 구별되고, 대지가 도로에 면하여 시설의 경계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또한 구별된다.
[그림6]이 공동주택은 자체 선박계류장이 설치되어 개인 보트를 사용할 수 있다. 슬라위스하우스 공동주택
ⓒhttps://parametric-architecture.com/
슬라위스하위스 공동주택 (Sluishuis Residential Building
이 공동주택은 건축가 BIG (Bjarke Ingels Group)와 Barcode Architects가 공동으로 디자인 하였으며, 2016년에 착공하여 2022년에 완공하여 입주한 건물이다. Sluishuis는 암스테르담의 인공 섬인 IJburg에 위치한 주거 건물로, ‘수로의 집’이라는 뜻이다. 건축물은 박스형태의 한쪽 모서리를 운하를 향해 개방하고 물과 작은 배들이 건물의 안마당으로 출입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하였다. 건축디자인의 특징은 다각도로 설명할 수 있겠으나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건물이 물과 만나는 관계의 설정에 있다. 암스테르담 아이부르흐(IJburg) 지역에 있는 이 공동주택 사용자들은 비교적 도시와 외곽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로써 21세기에 꿈꾸는 베네치아를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지의 일부가 물이고 그 물을 활용하여 배를 이용할 수 있고 그것이 곧 거주자들의 일상이 된다. 건축과 물에 관한 사회적 요구에 대하여 건축의 기술이 뒷받침하면서 현대사회의 새로운 풍경이 되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선 지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에서 볼 때, 세계적인 건설 프로젝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밀레니엄 시대의 찬란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해양건축 분야는 해상 해저 및 해양 모바일 시티를 기획하고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지향적인 판타스틱한 기술의 성과를 고려하고 있는 한편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르는 건축적 대응도 만만치 않을 정도로 현실적 문제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 시점에서 인간과 바다를 건축이 매개하는 방법가운데 가장 현실적이면서 가장 매력적이고,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아무 곳에나 있지 않고, 얼마든지 생각은 할 수 있으나, 실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것이 현대적인 해양건축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여기서 살펴본 몇 개의 건축물들은 이미 실현되었고 또 우리가 언제든지 손쉽게 가 볼 수 있는 공공건축이면서 동시에 현대도시의 요구를 잘 받아주는 기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멀지않은 미래에 더 놀랍고 더 훌륭한 해양건축물들이 우리의 일상에 자리잡는 날을 기대해 본다.
안웅희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
건축사, 공학박사
건축디자인, 건축문화비평, 해양공간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