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북극항로 개발을 위한 준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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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의 미래 전망
기후변화에 따른 극지 빙권(氷圈) 감소로 '30년경 북극항로 개방이 예측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항로인 북극항로 개발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속되고 있는 중동 지역의 홍해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극 개발 확대 전략 수립 등은 북극항로의 활성화를 앞당기는 중요한 동인(動因)이 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당초 많은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대러(對露) 경제제재로 북극항로 관련 프로젝트 가동이 지연될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실제로는 북극항로의 물동량은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관리를 전담하는 국영원자력기업인 Rosatom社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3년 기준 화물 운송량은 대략 3,620만 톤으로 기존 목표보다 25만 톤 상회하는 수준을 보였고, '24년에는 3,790만 톤으로 전년 대비 약 4.5% 정도 증가하였다1).1)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북극포럼 개최와 러시아의 북극 개발 방향, 2025, Vol. 8(17)
북극항로의 가장 큰 장점은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특히 북극항로는 수에즈 운하 보다 운항 거리가 짧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부산-로테르담 기준으로 수에즈 운하 통과 시 운항 거리는 대략 22,000km 정도이지만, 북극항로 통과 시 15,000km 정도로 7,000km 정도 거리가 단축된다. 또한, 운항 기간도 최대 15일 정도 줄어들기 때문에 북극항로 이용 시 경제적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어 새로운 대체항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해운선사는 북극항로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사업 타당성을 분석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최근 미(美) 정부가 대러 경제제재의 완화방안을 검토 중이고,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경우 북극항로는 '차세대 해상물류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미래 북극 해상운송 활성화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북극항로의 물동량 변화
ⓒhttps://gcaptain.com/russia-sets-new-arctic-shipping-record-transports-38mt-in-2024-via-northern-sea-route/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친환경적인 이용을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
새로운 미래 북극운송회랑 선점을 위한 강대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新행정부 출범에 따라 북극 에너지 자원개발 계획 수립 및 극지 과학연구 확대, 항로 개척 등 전방위 협력을 위하여 캐나다, 핀란드와 북극 쇄빙선 개발 프로젝트인 ICE(Icebreaker Collaboration Effort) PACT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통해 북극권 진출과 활동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한, 중국은 북극의 자원 개발과 항로 개척을 위한 권리를 주장하고 북극 문제의 이해 당사국으로 참여하기 위하여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동 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미국과 북극권 쟁탈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대러 제재를 받는 과정에서도 중국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며, 북극항로 개척 및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2035년까지 북극항로 개발 계획」을 근간으로 주요 항만과 터미널 인프라 개발 및 교통망 현대화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별 선점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어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한 핵심기술 확보와 전략적 대응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북극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선박은 대부분 내빙선박(ice-strengthened vessel)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내빙선박은 일반선박보다는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구조적인 보강이 이루어진 선박을 일컫는데, 스스로 얼음을 깨지 못하기 때문에 북극항로에서는 호송 쇄빙선(icebreaker escort)이 앞에서 빙판을 쇄빙(icebreaking)한 이후 깨진 유빙 채널에서 운항을 가능하게 한 독자적인 쇄빙 기능이 없는 선박이다. 이 경우 쇄빙선 사용료를 별도로 지급해야 하므로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극항로에서 여름철 내빙선박의 운항 모습
ⓒhttps://pame.is/ourwork/arctic-shipping/
따라서, 북극항로 이용 시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년 내내 운항(year-round operation)이 가능해야 하고, 이를 위해 독자적으로 쇄빙이 가능한 선박 개발이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선박의 경우 건조 난이도가 높고 고도의 설계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으며, 선가 또한 일반선박보다 1.5배 정도 높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미래 조선산업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관련 설계기술의 주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극탐사 중인 국내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부산일보. 2013.10.04
또한 북극항로의 빙상환경을 고려하여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항을 위한 항로 최적화(route optimization) 기술도 필요하고, 북극의 극심한 저온 환경에서도 각종 기자재가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는 방한설계(winterization) 기술과 예기치 못한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사고대응 절차 마련 및 국제기구에서 관련 지침 개발도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 등이 확보되고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진다면 북극항로 활성화 시 선박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친환경적인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극이사회 산하 북극해양환경보호 작업반 홈페이지 모습
ⓒhttps://pame
정성엽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지능형선박연구본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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