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추석 차례상에 상어가?, 전통과 지속가능성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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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추석은 세대를 이어주는 날이다. 흩어졌던 가족들은 오랜만에 만나 정을 나누고, 조상을 기리기 위해 차례상을 준비한다. 이때 상에 오르는 음식은 지역의 삶의 방식과 독특한 문화가 담겨 있다. 상어고기 역시 그렇다.
경상도에서는 ‘돔배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상어고기는 네모나게 썰어 염장한 뒤 숙성한 것을 말한다. 주로 제사나 차례상에 산적이나 탕으로 올라온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상어고기인 돔배기
Ⓒ위키피디아
최근 백상아리, 청상아리 등이 우리 앞바다에서도 잡힌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곤 한다. 하지만 상어는 우리 민족에게는 아주 친숙한 바다생물이다. 한반도에는 약 40종 이상의 상어가 서식하고 있다고 하는데 신석기 시대 많은 조개무덤에도 그 흔적이 발견되었고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새겨져 있을 만큼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했다. 선조들은 상어를 약으로도 복용했고 상어이빨은 공예 재료였으며 상어가죽은 왕실 애용품이었다.
상어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수산물이다. 상어고기는 중국, 일본 같은 동아시아 뿐만아니라 유럽, 스칸디나비아, 호주, 인도, 스리랑카,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등 거의 전 세계에서 정기적으로 소비되는 품종이다.
예를 들어 식초에 절인 돔발상어(Spiny dogfish)는 독일과 프랑스 같은 서부, 북부 유럽 국가들에서 인기 있는 음식이다. 독일에서는 상어고기의 뱃살을 훈제해서 얇게 썬 것을 쉴로로켄(Schillerlocken)이라고 부르며 별미로 취급한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하우카르들(hákarl)이라는 전통 음식이 있는데 이것을 만들기 위해 상어의 살코기를 발라 땅에 묻어 발효시키고 이후 약 4~5개월 정도 천장에 매달아 건조시킨다. 브라질에서는 모케카(Moqueca)라는 스튜로 또 호주에서는 플레이크(Flake)라고 부르는 상어고기 피시 앤 칩스가 인기가 많다.
상어고기로 만든 아이슬란드 전통발효음식 하우카르들
Ⓒ위키피디아
하지만 이렇게 전통 음식 또는 지역 수산물로 소비되는 상어가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2024년 1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어와 가오리, 유사 어류 등 약 1,300여 종 가운데 약 3분의 1이 멸종 위협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또한 같은 해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매년 약 7,600만 ~ 8,000만 마리의 상어가 상업어획, 혼획, 샤크피닝 등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문제는 이중 샤크피닝(Shark Finning)으로 희생되고 있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샤크피닝은 상어의 지느러미만을 취하고 몸통은 바다에 버리는 행위를 말한다. 지느러미 없는 상어는 헤엄을 제대로 치지 못해 결국 가라앉아서 사망하게 된다.
상어 지느러미를 건조하는 모습
ⒸWWF-Hong Long
다행히도 상어혼획, 샤크피닝을 방지하는 상어보존 프로그램과 지속가능어업이 상당 부분 진전되었다. 많은 상어 종이 IUCN 적색목록에 등재되어 있으며, CMS(멸종위기 이동종 보존 협약), CITES(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국제거래 규제 협약) 등에서도 거래와 포획이 제한되거나 보호 대상에 지정되어 있다.
샤크피닝을 당하고 버려지고 있는 멸종위기종인 망치상어
ⒸWWF-Singapore
또한, MSC(해양관리협의회)의 최신 표준(Fisheries Standard Version 3.0)에서는 MSC 인증 어업은 샤크피닝이 전혀 없음을 증명해야하며, “Fins Naturally Attached”(지느러미가 몸통에 자연스럽게 붙어 있는 상태) 정책이 필수 요건이 되었다.
MSC의 상어전문가인 구터리지 박사.
링크를 클릭하면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시청할 수 있다.
https://www.facebook.com/reel/1488951585449162
ⒸMSC
MSC의 상어전문가인 에이드리언 구터리지(Adrian Gutteridge) 박사는 상어가 사라지는 것은 해양에서 먹이사슬과 생태계의 균형을 보호하는 문지기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그는 비자들에게 지속가능하게 관리되는 어업, 특히 MSC 인증을 받은 어업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구매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MSC 인증 어업들은 상어의 혼획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하기 때문이다. 또한 샥스핀 요리를 먹는 것을 피하도록 권유한다. 왜냐하면 상어 지느러미는 불법(IUU) 어업에서 공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샥스핀 요리의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상어 지느러미
ⒸWWF-Hong Long
미국 동부 연안의 돔발상어 어업은 MSC 인증어업이다. 철저한 자원량 조사와 어획량 제한, 혼획 최소화 조치를 도입해 MSC 인증을 획득했다. 이들 어업은 상어의 서식지 보호와 생태계 관리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인증 초기에는 메인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일부 지역만 참여했으나, 이후 코네티컷주, 뉴욕주, 델라웨어주, 메릴랜드주 등이 추가적으로 참여하여 미국 동부 전역으로 인증 어장이 확대되었다.
세계 최초로 MSC 인증을 받은 상어 어종인 Spiny dogfish (학명: Squalus acanthias)
ⒸMSC
상어어업의 MSC 인증은 ‘지속가능성의 증명’이다. 자원량이 안정적임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어획 기술을 개선해 혼획을 줄이며, 장기적인 관리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단순히 “잡아도 되는 어종” 수준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정도의 자원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면, 언젠가 한국의 차례상에도 ‘MSC 인증 상어고기’가 올라오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조상을 기리는 음식이자, 후손을 위해 보전하는 선택으로 이어지는 순간 말이다.
추석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명절이다. 차례상 음식 하나에도 우리의 전통과 가치관이 담기듯이 바다의 자원 관리 또한 세대를 넘어 이어져야 한다. 상어는 여전히 두려움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지만, 동시에 우리의 식문화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친숙한 바다 생명체이다.
다가오는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며 바다의 지속가능성을 잠시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조상에게 드리는 공경의 마음이 곧 후손에게는 건강한 바다를 물려주는 길이 된다면, 우리의 전통은 더 깊은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 믿는다. 전통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살아 숨 쉬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어를 둘러싼 우리의 선택 역시 그렇게 변화해가야 한다.
서종석
MSC 해양관리협의회 한국대표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공학박사
‘어업의 품격’(2020) 저자
영국 에버딘대학교 비즈니스스쿨 Global MBA 졸업
부경대학교 기술경영학 박사, 부산대학교 석사, 고려대학교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