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일본 후지산에서 연어가 난다-프로시마 시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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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연어 생산·판매
프록시마(Proximar Seafood)는 노르웨이 회사다. 연어 양식에 가장 좋다는 순환 여과 시스템(RAS)1)으로 연어를 키운다. 2016년에 일본 시즈오카현 오야마에 대형 연어 양식장을 지었다.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된 양식장에서 “후지 대서양 연어(FUJI ATLANTIC SALMON)”를 2024년 10월에 출시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생산된 육상 양식 연어다. 생산된 연어는 일본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 유통망을 통해 일본과 타이완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프록시마는 이를 계기로 일본 내 프리미엄 연어 시장에 본격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오슬로 증시 유로넥스트 그로스(Euronext Growth)2)에 상장되어 있다. 일본 법인(Proximar Ltd.)은 요코하마 산업무역센터에 있다.
연어 생산 공장은 동경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의 후지산 자락에 있다3). 프록시마가 일본에 연어 양식장을 세운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수입 연어 대신 일본 국내산 연어를 공급하는 것이 훨씬 경쟁력이 있어서다. 지금까지 우리가 먹는 있는 연어는 사실 북대서양의 차디찬 바다에서 양식되는 수입산이 대부분이다. 연어는 노르웨이 가공공장에서 화물기로 수입된다. 소비시장 근처에서 연어를 생산하면 운송비를 줄일 수 있고, 통관 비용도 절약된다. 탄소 발자국도 줄이고4), ‘당일 생산 → 당일 배송’으로 더 신선하다는 1석 4조의 효과를 겨냥한 전략이다.
1) `Recirculating Aquaculture System를 줄임말로,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사용된 물의 99.7%를 재활용하는 친환경 시스템임.
2)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Euronext)가 운영하는 중소·중견기업(SME) 전용 주식시장. 본래는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으로, 기존의 Euronext 메인 마켓(규제시장)과는 달리 상장 요건이 완화되어 있으며, 혁신 기업·성장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특징
3) 프록시마를 방문하여 필자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연어 양식장을 세우기 위해 일본 북해도를 비롯하여 2년 동안 일본 전 지역을 조사하여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이곳을 낙점하였다고 함. 우선 대량 소비지인 동경에서 가깝고, 연어를 양식하는데 알맞은 기수(소금끼 있는 물)가 있어서임
4) 일본 국내 생산 과정에서 항공 운송이 줄어들어 기존 수입 방식에 비해 연간 약 5만 7,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프록시마의 설명임

프록시마 연어 양식장
ⒸProximar Seafood
연어 양식 첨단기술 결합
프록시마의 일본 생산 시설은 약 2만 8,000㎡ 규모로, 총 3만 2,000㎥ 용량의 탱크를 갖추고 있다. 부화 및 치어 양육을 담당하는 건물(Hatchery & Nursery)동과 성어(약 5kg)까지 키우는 양식(Grow-out) 동으로 구분되어 있다. 일본 도쿄권까지 차량으로 1.5~2시간 이내에 공급할 수 있는 위치다. 양식장 핵심 기술과 운영 시스템은 이스라엘 양식기술 전문기업인 아쿠아마오프(AquaMaof)의 상용 RAS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회사 기술은 단순화된 설계로 운영 효율성이 좋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후지산 양식장에서 1단계(Phase 1) 공정이 완전히 끝나 풀 가동될 경우 연간 5,300톤(HOG5))의 연어가 생산된다. 연어 알(종묘, smolt)은 아이슬란드의 벤치마크 제네틱스(Benchmark Genetics)에서 가져온다. 사료는 일본산을 쓴다. 유통은 마루베니, 현장 근로자는 일본인과 외국 근로자들이다. 프록시마가 연어 양식 투자기업인만큼, 현재 나와 있는 최적의 기술과 투자 효율을 조합하여 양식장을 짓고, 운영하는 셈이다. 이 같은 첨단 기술 등을 활용한 덕분에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신용평가(JCR)로부터 그린 및 블루 최고 등급을 획득한 배경이다.
5) 머리는 붙어 있고(Head-On), 내장은 제거된(gutted) 상태의 생선을 뜻하는데, 연어 생산량을 말할 때 “연 5,300톤(HOG)”이라고 하면, 머리는 그대로 두고 내장만 제거한 상태로 환산한 연간 출하 가능량을 의미
우여곡절과 마케팅 전략
프록시마는 2022년 10월에 첫 연어 알을 들여와 부화에 들어갔다. 2023년 9월에 시설을 완공하여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2024년 9월 첫 시험 수확을 거쳐 같은 해 10월 일본 내 판매를 개시했다. 2025년 3월에는 대만으로 첫 수출을 기록했다. 올해 연어 생산량은 약 3,000~3,300톤(HOG)으로 전망되고 있다. 초도 생산량을 기준으로 이미 프리미엄 가격대(NOK 123/kg)를 달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6). 다만, 2024년 말 바이오 필터 사고로 일부 출하 물량이 지연되는 일이 빚어졌다. 2025년 5월에는 펌프 고장으로 연어 17만 마리가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사고 즉시 신속한 복구와 전면 재가동을 통해 현재는 연어가 안정적으로 양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록시마의 핵심 경쟁력은 현지 공급이다. 연어를 항공 운송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에서 직접 양식한 연어를 “당일 처리·신선 공급” 한다는 점이다. 도쿄권과의 지리적 근접성(1.5~2시간)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급 사시미 용 연어를 제때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저탄소 공급망이라는 최근의 ESG 환경 트렌드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어 마케팅에 유리하다. 일본의 경우 연간 약 6만 톤의 대서양 연어를 수입한다. 프록시마 양식장에서 연간 5,300톤의 연어를 생산하면, 일본 소비 물량의 약 10%를 차지하게 된다.
6) 프록시마 담당 부사장 인터뷰에서 생산비 등은 노르웨이 수입산 보다 낮으나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위해 가격대를 높이고 있다고 언급했음

프록시마 양식장 생산 연어
ⒸProximar Seafood
사모펀드 투자 연어 양식
프록시마는 일반 대서양 연어 양식 기업과 달리 연어를 투자상품으로 개발한 일종의 수산 투자회사다. 노르웨이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Euronext)가 운영하는 중소·중견기업(SME) 전용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이곳에서 투자금을 확보한 다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일본 연어 양식장이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간 후에 점차 아시아 권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연어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한편, 최근 프록시마가 선점한 일본 연어 시장에 강력한 경쟁 상대가 나타났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 회사인 8F 자산운용(8F Asset Management)이 지난 1월, 일본 연어 육상 양식기업인 퓨어 새몬에 4억 6,0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8F 자산운용은 2020년에 퓨어 새몬 폴란드, 일본, 프랑스, 미국에 RAS 시설 양식장 건설에 3억 5,880만 달러(당시 3억 2,260만 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회사는 2021년 말까지 일본에 양식장을 건설하고, 2023년에 연어를 출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동안 양식장 착공 이후 후속 공정이 이뤄지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이번 투자 유치로 연어 양식장 건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일본 미에 현에 건설되는 양식장에서 2027년부터 연간 1만 톤의 연어가 생산된다. 프록시마 양식 연어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연어 해상 가두리 양식은 노르웨이에서 처음 개발됐다. 이 기술이 아이슬란드를 거쳐, 적도를 넘어 페루까지 수출됐다. 초기에 연어 양식은 순수 수산기업(모위, 살마르. 뢰노이 등)이 독점하던 기술이었다. 이제는 주식회사와 사모펀드(프록시마, 퓨어 새몬, 새몬 이볼류션 등)가 참여하는 육상 양식 투자상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먹거리 투자 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세상이다.

퓨어 새몬 양식장 부지 및 조감도
ⒸPure Salmon Japan


최재선
한국연안협회 연구위원,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