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도시 침몰하던 가오슝의 재도전과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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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만의 최대 무역항이자 아시아 대표적인 글로벌 허브항이었던 가오슝항은 2005년, 2006년 세계 6위의 컨테이너 처리 항만으로서 (같은 기간 부산항은 5위) 대만의 산업화와 수출 주도 경제 성장의 핵심 축이었다.
가오슝 주변에는 제철, 석유화학, 조선 등 대규모 공업단지가 집적되어 항만과 동반 성장했으며, 이로 인해 국내외 인력이 유입되어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가오슝 경관
Ⓒagoda.com

가오슝 야간 경관
Ⓒfreepik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었다.
첫째, 산업 구조의 편중 및 쇠퇴였다. 중공업 중심의 성장으로 인한 수십 년간의 환경오염이 누적되었고, 글로벌 제조 환경 변화로 중공업이 쇠퇴하면서 첨단산업과 서비스산업의 성장이 뒤처지게 되었다.
둘째, 항만 경쟁력 상실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에 따라 상하이항, 선전항, 닝보항 등 자국 항만에 밀려 가오슝항의 경제적 기여도가 하락했다. 2024년 기준 가오슝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9.2백만 TEU로 부산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마지막은 항만과 도시의 단절과 인구 감소이다. 항만이 도시 경제의 중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항만 주변 지역의 도시 단절 문제로 시민들의 해안 접근성과 생활환경이 희생되는 구조였으며, 결국 이는 도시 인구 감소로 이어졌다. 이러한 가오슝이 직면했던 위기와 극복 과정은 현재 부산시와 부산항이 직면했거나 향후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과 상당히 흡사하다. 두 도시는 국내 경제 상황 변화와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 그리고 항만 도시 성장으로 인한 항만과 도시의 충돌 및 이격 문제까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단위: 천TEU

가오슝항 컨테이너 물동량 추이
Ⓒhttps://kh.twport.com.tw/en/statistics/ChartContainer?a=999
가오슝 정부와 대만 정부는 가오슝의 추락을 극복하기 위해 항만 기능 재정비 및 항만 부지 재개발을 통한 가오슝시 전체 구조개혁에 착수했다. 가오슝이 취한 핵심적인 방향 전환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부가가치 항만으로의 포지셔닝 전환이다. 과거 항만 물동량 중심의 양적 성장을 추구했으나 중국 항만 및 부산항과의 경쟁에서 한계를 느끼고 포지셔닝을 전환했다. 기존 저가, 대량 및 대부피 화물에서 반도체, 전자제품 수출 비중이 높아지는 고부가가치 화물을 처리하는 항만으로 전환했다.
둘째, 스마트/자동화 시설 도입 및 친환경 전략 강화이다. 신항만 성격인 터미널 7(T7)을 추가 개발하여 2024년에 완전 가동했으며, 이 터미널은 스마트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연간 650만 TEU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 TIPC는 친환경, AI, 디지털 포트 기술을 적용하여 전력 소비 관리, 항만 안전 확보 및 탄소 배출 저감 전략을 강화했는데, 이는 2024년 물동량이 전년 대비 4.5%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가오슝항 터미널 7
Ⓒ nspp.mofa.gov.tw
셋째, 해외 네트워크 강화이다. 약화된 항만 네트워크 강화와 물동량 창출, 항만 물류 산업의 수익률 증대를 위해 대만국제항만공사(TIPC)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해외 항만 개발 및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양 중심 도시재생 추진이다. 노후 산업시설과 도시 쇠퇴 지역을 개선하기 위해 노후한 항만 기능을 걷어내고 '해양 중심 도시재생' 프로젝트(아시아뉴베이 개발, 가오슝 전시관, 무역센터 등)를 추진하여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가오슝항은 항만의 성장을 양이 아닌 질로 전환했고, 제한된 항만 네트워크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가오슝 아시아 뉴베이 개발지역(크루즈 부두)
Ⓒcruise.twport.com.tw

가오슝 항구
Ⓒfreepik
부산시와 부산항은 가오슝과 완전히 동일할 수는 없지만, 주변 국내외 환경은 매우 유사하다. 다만 부산항은 아직 세계 7~8위권 컨테이너 항만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항로상 지경학적 입지가 가오슝보다 유리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부산항 역시 중국보다도 낮은 항만 하역료를 유지하며 질적인 성장보다 양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가오슝 사례는 부산이 현재의 성장 방향을 재고할 필요성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항만 성장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가오슝이 항만 경쟁력을 상실한 후 새로운 성장 목표를 정했듯이, 부산항 역시 낮은 하역료를 유지하며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현재의 방향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화물 및 스마트/친환경 기술 기반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도시재생 전략의 공간적 확대이다. 현재 부산시는 해양수도를 지향하며 글로벌 허브 도시를 추진하고 있지만 도시 성장 관점에서는 실질적인 성과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도시재생 측면에서 부산은 북항에 초점이 맞추어진 도심재개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오슝은 도시재생을 도시와 항만이 연결된 전체 공간의 재생을 도모하고 있으며, 거점별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점, 선, 면 형태의 성장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부산시가 이를 차용하여 현재 북항 중심의 도심재생 프로젝트를 원도심인 영도구, 중구, 동구, 서구 등으로 확대하여 다수의 점인 원도심을 성장시키고, 이를 연결하여 선인 도로, 보행로 등으로 이어 북항과 연결해서 도시전체로 확산되는 면적 개발로 연결되는 방향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부산은 가오슝이 추진하고 있는 해결 방안을 면밀히 분석하여 차용할 것은 차용하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항 중심의 도심 재개발 방식과 항만의 양적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방향은 가오슝 사례를 통해 그 방향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부산 역시 기존 항만의 양적 성장에만 기대지 않고, 도시 전체의 질적 변화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