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도시 하이난의 ‘초개방’ 실험, 동남권이 배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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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최남단, 과거 ‘유배의 섬’으로 불리던 하이난도(海南省)가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대의 전략 거점이자 중국판 ‘초개방형 자유무역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하이난 전체를 본토와 분리된 특별 세관 구역으로 운영하는 ‘전도(全島) 봉관(Customs Closure)’체제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중국은 선전(深圳), 샤먼, 홍콩, 마카오 등 인접한 남중국해 주요 도시를 자유무역지역이자 글로벌 경제중심지로 개발했는데 왜 하이난도에 새로운 초개방 실험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상황이다. 이러한 하이난의 파격적인 변신은 동북아 물류 허브이자 한국 경제의 새로운 경제중심지로 부상하고자 하는 부산과 동남권에 중대한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이난 하이커우 풍경
ⓒFORTUNE KOREA
하이난 개발 정책의 핵심은 ‘중국 속의 또 다른 중국’을 만드는 것이다. 하이난은 해외와는 최대한 자유롭게 개방(1선 개방)하되, 중국 본토와는 촘촘하게 관리(2선 관리)하는 독특한 운영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가공 부가가치가 30% 이상인 제품에 대해 본토 반입 시 수입 관세를 면제해 주는 ‘30% 부가가치 규칙’ 정책은 단순 물류를 넘어 제조와 내수가 결합한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모델이다. 해외 원부자재를 무관세로 들여와 하이난에서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30% 이상 창출하면, 중국 본토로 반입할 때 수입 관세를 면제해 주는 정책으로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가진 ‘중개 무역’의 한계를 넘어 제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부산 역시 단순한 항만 물류를 넘어, 배후단지 내 가공·제조 산업을 육성하여 글로벌 기업들이 탐내는 ‘제조 연계형 고부가가치 물류 허브’로 진화해야 하는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하이난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 규제 완화 그리고 금융 개방으로 외자를 유치하고 있다. 본토의 25% 대비 낮은 15%의 법인세 적용, 개인소득세 감면, 외국인 기술 인재의 거주 허용 등은 글로벌 기업들이 하이난에 둥지를 틀게 하는 강력한 동인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다기능 자유무역 계좌(EF 계좌)’ 시스템이다. 이 계좌를 통하면 자금의 유입과 유출이 자유롭고 사전 승인 없이도 국경 간 자금 이동이 가능하다. 부산과 동남권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이난의 사례처럼 법인세 인하와 같은 파격적인 글로벌 스탠더드형 세제 지원과 과감한 규제 혁파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하이난 하이커우 자유무역항
ⓒ신화통신 기자 궈청
하이난이 단순 관광 섬에서 특정 산업에 특화된 ‘규제 샌드박스’1)와 ‘테스트베드’2)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첨단 제조, 바이오·의료, 우주항공, 해양과학 등 4대 유망 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보아오 러청 국제의료특구에서는 해외 신약과 의료기기에 대한 승인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등 ‘개혁개방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산과 동남권 역시 기존의 산업구조를 넘어 디지털 금융, 데이터 센터, 전력 반도체, 바이오, 수소 경제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실험을 허용하는 샌드박스형 특화 구역 확대가 필요하다.
1)규제 샌드박스: 새로운 기술,서비스를 일정기간 기존 규제를 유예하거나 완화하여 실제 시장에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
2)테스트베드: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과 안전성 검증을 위해 실제 또는 유사한 환경에서 시험, 실증하는 공간이나 환경
마지막으로 하이난은 지정학적 가치를 극대화한 ‘해상-빙상 실크로드’의 연계 전략이다. 하이난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이자 남중국해의 전략 요충지이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이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해상 실크로드의 남중국해와 동남아를 있는 시작점이자 최근 부상하고 있는 북극항로의 중국판 빙상실크로드의 시작점이다. 사실상 아시아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해서 유럽으로 갈 경우 기존 항로와 비교해서 시간적, 경제적 절감효과가 발생하는 한계점이 하이난도이다. 이는 중국이 하이난도를 통해 남중국해와 동남아를 잇는 교두보이자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화물의 시작점 그리고 남방 해상과 북극을 교차시키는 전략적 거점으로 키우고자 하는 큰 그림이 숨어 있다.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 철도의 기점인 동시에 북미항로의 아시아 최종 기착점 그리고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북극항로의 연결점이라는 지정학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하이난이 북극항로와의 연계성을 통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처럼, 부산도 미주항로의 기점이자 북극항로의 교차점을 연계한 해상 네트워크를 극대화하여 동북아의 독보적인 전략 요충지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하이난 중심 해상실크로드와 북극항로 연결 네트워크 구상ⓒ일대일로 공식포털,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
결론적으로 하이난의 도전은 우리에게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선 ‘국가적 차원의 개방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속의 또 다른 중국”을 만든다는 하이난의 각오처럼, 부산과 동남권이 ‘한국 속의 글로벌 스탠더드 특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해상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 과감한 정책 수립, 투자, 거버넌스 개편과 통합 등이 진행되어야 한다. 하이난의 초개방 실험이 성공을 거두기 전, 우리가 먼저 동북아 최고의 ‘초개방·초연결 전략 거점’을 선점해야 할 시점이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