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생체모방 로봇, 해양산업의 밝은 내일을 활짝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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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낸 주역, 생체모방기술(biomimetic technology)
지구의 생명체는 38억 년의 세월 동안 환경에 맞도록 고유의 기능과 형상 등을 최적화하여 세대를 거듭하여 진화를 해왔습니다. 물론 진화의 과정 속에서 살아남지 못했거나 일부 기능 혹은 신체 구조가 퇴화된 생명체도 있지만, 이를 극복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생명체는 여전히 살아남아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생명체들은 자연스럽게 저마다 고유의 독특한 기능과 특징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간들은 생명체 고유의 독특한 기능과 특징을 본 따 인류에 편리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지요.
< 백악기까지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과 그 화석 >
ⓒ 위키피디아
< 고생대 석탄기 존재했던 고시하강 곤충인 메가네우라(Meganeura monyi)화석과 현생대에 살고 있는 잠자리 >
ⓒ 위키피디아
생체모방기술이란 ‘자연생명체의 물질, 구조, 소재 및 처리 과정 등을 모방하여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언뜻 보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구요? 한 가지 예시로 하늘과 물속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새들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먹이를 사냥하고 번식을 합니다. 물고기 역시 육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지만, 물속에서는 우리가 손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헤엄치며 사냥하고 번식을 합니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고 관찰하기 좋아했던 중세시대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는 새와 물고기에서 영감을 받아 하늘과 물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상 속의 기계를 그려냈습니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노트 >
ⓒ 위키피디아
< 최초의 비행을 성공한 Wright Flyer 1 >
ⓒ 위키피디아
이후 400년 뒤, 상상 속의 아이디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라이트 형제(Wilbur Wright, Orville Wright)에 의해 하늘을 나는 새의 움직임과 물속에서 빠른 헤엄을 치는 물고기의 유선형 형상을 모방해 인류 최초의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나는데 성공합니다. 그 후 생체모방에서 시작하고 발전된 항공역학은 비행선, 헬리콥터, 글라이더, 우주선을 설계하는데 기초가 되어 현대 생활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비단 항공역학뿐만 아니라 해양공학, 재료공학, 생명공학 등 생체모방은 이처럼 다양한 학문들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융합 기술의 발전, 생체모방 로봇의 성장을 이끌다
생체모방로봇(Biomimetics robot)은 앞서 언급한 생체모방기술을 적용한 로봇입니다. 환경에 대한 인식 기능을 갖고 자율적으로 상황을 판단하여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지능형로봇산업 비전 및 발전전략’, 2005)
한편, 19세기까지는 기술 수준의 한계로 로봇의 기능과 크기를 다양하게 만들 수 없었지만 20세기 후반 모든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이제 마이크로 & 나노 전자기술(Micro & Nano Electro Mechanical System), 통신, 신소재, 인공지능 기술 등을 융합하여 현재는 초소형 수준의 생물까지 모방하게 되었습니다.
< Gecko 도마뱀 모방 로봇 >
ⓒNewScientist
< 개미 모방 로봇 >
ⓒFesto사 브로슈어
< 해파리 모방 로봇 >
ⓒFesto사 브로슈어
초창기 연구 개발 단계에서는 로봇에 일부 생체모방 기술을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현재는 생체모방기술이 접목된 로봇들이 서로 통신하고 데이터를 수집·전송하고,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환경에서 운영하는 등 보다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육상과 하늘을 뛰어넘어 해양과 같은 수중에서도 장시간 동작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는 생체모방로봇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양환경은 수심이 10미터씩 깊어질수록 1기압이 높아지며, 공기와 다르게 약 950~1000배의 밀도를 갖고 있어 환경적인 제약이 많이 수반되게 됩니다.
< Festo사의 갑오징어 모방 해양로봇 >
ⓒ Festo사
< Kongsberg Maritime사의 뱀 모방 해양로봇 >
ⓒ Kongsberg Maritime사
해양환경에서 동작하는 대표적인 생체모방로봇에는 해외 사례로써 독일 Festo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산업용 자동화 장비와 부품을 만드는 세계적인 회사인데 최근 다기장 해양 편형동물(Polyclad marine flatworm)로부터 영감을 얻어 갑오징어의 움직임을 본 뜬 소형 수중 로봇(BionicFinWave)를 개발하였습니다. 로봇의 양 측면부에는 실리콘으로 만든 인공 지느러미가 규칙적인 파를 생성하여 로봇이 좁은 관로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하고 정지하는 기능까지 갖추었습니다. 게다가 초음파 센서를 통해 충돌을 회피하고 무선 통신시스템과 결합하여 인간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송하도록 구현되었습니다. 노르웨이의 Kongsberg Maritime에서는 뱀의 형상과 움직임을 모방하여 자율 이동형 수중로봇, 일명 ‘뱀 로봇’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해양환경에서 구조물의 시설보수나 감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특히 조류의 흐름을 이겨내고 복잡한 구조물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닐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제작한 크랩스터 >
ⓒ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 지느러미 및 꼬리 움직임을 모사한 진동식 에너지 발전 및 추진 장치 >
ⓒ IOPSCIENCE, 「Bioinspiration & Biomimetics」
한편 국내에서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에서 게의 움직임을 모방하여 대관절 해저보행 로봇인 크랩스터를 개발하여 해저 탐사 시 유용자원과 생물 채취, 유물 발굴, 그리고 세월호 수색까지 활용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학계에서는 해양생물이 갖는 특수한 움직임에 착안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례로 제주대학교 고진환 교수 연구팀은 대왕쥐가오리, 돌고래, 그리고 거북이의 유연 지느러미 운동을 모방하고 있고, 건국대학교 박훈철 교수 연구팀은 날치의 빠른 비행과 수공 천이 등의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연구그룹이 생체모방과 관련된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생체모방 로봇, 해양산업의 밝은 내일을 활짝 열다
생체모방시장은 2025년까지 약 1조 달러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International Journal of Nanomedicine, 2015) 그중, 생체모방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신소재, 초소형화 기술 등이 집약된 분야로 특히 환경적 제약조건이 많은 해양산업에서는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해상에서 발생하는 재해 구난구조, 광물 및 생물자원 확보를 위한 수중 심해 탐사, 북극 및 남극 등의 극지 연구, 인류 생존을 위한 우주 탐사, 해군의 국방 및 안보기술 등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바다는 지구 면적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인간은 자연에 숨어있는 비밀을 모두 풀지 못했고, 이러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연계의 수수께끼 같은 비밀들을 알아내고 알아내고 활용할 수 있다면 인간은 육지와 하늘을 넘어서 바다 심해까지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해양산업에서 생체모방로봇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가 직면하게 될 수많은 사회적, 기술적, 환경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