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콘텐츠로 보는 해녀(海女) 지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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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해녀는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해녀 어업을 나잠어업(裸潛漁業)으로 부르는 이유다. 특별한 산소 공급장치 없이, 바다에 잠수한 후에 낫이나 호미ㆍ칼 등을 사용하여 조개나 미역과 같은 해조류, 또는 바다에 붙어사는 수산 동식물을 채취하거나 잡는 어업이다. 그 깊고, 깜깜한 바닷속을 생활 터전으로 살아온 해녀, 사무치게 그리운 우리나라 여성 어업의 대명사다.
해녀 숫자, 그건 용왕님도 몰라!
해녀의 본산은 제주다. 제주에 뿌리는 둔 해녀가 부산이나 경상북도 등 전국 주요 어장으로 나갔다. 오늘날 출향 해녀가 나온 배경이다. 부산으로 간 해녀는 지리적인 이점을 최대한 살려 영도 등에 정착했다. 경상북도 해녀는 일제 강점기의 독도 어업과 연결되어 있다. 19세기 말 일본의 한반도 진출이 본격화된 이후에 비롯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모두 몇 명의 해녀가 있을까? 최신 자료는 없다. 2017년에 나온 제주도 통계는 전국에서 1만 1,556명의 해녀가 어촌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제주도가 3,985명으로 가장 많고, 경상북도 1,593명, 울산광역시 1,474명, 그리고 부산이 938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전국의 해녀 통계는 자료마다 들쭉날쭉해서 사실 믿을게 못된다. 예컨대, 2020년 기준 우리나라 해녀 수는 2만 명으로 추정된다는 자료가 있다. 반면, 국가통계포탈에는 2020년에 나잠어업이 8,461명, 2021년에는 6,788명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통계가 그렇다고 해도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해가 갈수록 해녀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해녀가 되는 길– 제주 해녀학교
해녀 감소를 막는 유일한 비책은, 딱 한 가지다. 후배 해녀를 한 명이라도 더 배출하는 방법이다. 제주도에는 해녀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해녀학교가 두 곳이나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운영하는 형태다. 이 지역 언론에 따르면, 2017년부터 운영에 나선 제주시 한수풀 해녀학교는 지난 5년 동안 예비 해녀 84명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31명이 어촌계에 가입하며 해녀의 길로 나섰다.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서귀포시 법환 해녀학교는 2021년까지 해녀 209명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61명의 해녀가 바다 물질을 하기 위해 어촌계에 가입했다. 해녀학교의 교육과정은 2가지다. 해녀 입문과정과 전문직을 양성하는 직업반이다. 직업반은 통상 주말에 교육이 이뤄지는데, 12주 이상 이론교육과 현장 실습을 거치게 된다. 직업반의 경우 해녀학교 지원 자격도 까다롭다. 주소지 어촌 마을에 2년 넘게 거주해야 하고, 어촌계장과 잠수회장이 추천한 여성으로만 제한하고 있어서다. 제주연구원은 앞으로 50년 후에는 제주 해녀가 소멸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전망이 틀리길 바랄 뿐이다.
ⓒ 구글 검색 자료 갈무리
유네스코에 등재된 해녀문화유산
해녀 문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높이 평가받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촌 마을 공동체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는 점, 생태 친화적인 어로 활동을 하는 점, 그리고 공동체 중심의 지속 가능한 어업관리를 해오고 있어서다. 이 같은 제주 해녀에 주어진 문화적인 타이틀도 상당하다. 우선 2016년에 ‘제주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따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2017년 5월에는 제주도 해녀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해녀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되었다. 특히 제주 해녀와 관련해서는 1) 해녀 노래와 2) 물옷과 물질 도구, 3) 해녀 어업 등이 제주도는 물론 국가의 무형 문화재, 민속 문화재, 국가중요어업유산 자리에 올랐다.
제주도‧경북도가 만든 ‘해녀조례’
현재 제주도와 경상북도의 해녀 사랑은 유별하다. 제주도의 경우 2017년 7월에 해녀 전담 부서인 해녀문화유산과를 설치한 데 이어 그해 9월에는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5개년 계획을 세웠다. 2011년부터 시작한 1차 계획에 이은 2차 계획이다. 제주도는 이 계획에서 앞으로 5년 동안 1223억 원을 투입한다. 해녀문화 전승과 해녀 소득 보전 사업 등 69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경상북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미래 환동해시대를 선도할 중요한 정책의 하나로 ‘경북 해녀 시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다.‘경북 해녀상 확립’, ‘해녀 어업 활동지원’, ‘해녀 연계 어촌 마케팅’ 등 3개 분야에 모두 53억 원을 투자한다. 해녀 어업문화의 전승 단절로 소멸 위기에 처한 해녀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이를 활용한 어촌 마케팅을 강화하는 사업들이다. 제주도와 경상북도는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까지 만들었다. 해녀가 주는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고, 지역 발전에 필요한 특화 콘텐츠로 끌고 가려는 전략이다. 잘 만든 콘텐츠와 브랜드 하나가 나라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다. 다양한 해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지역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 해녀의 부엌 홈페이지 자료 갈무리
사족으로 하나 더. 제주도에는 해녀 박물관도 있다. 해녀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곳이다. 에어컨도 빵빵하다. 해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바닷속같이 시원한 여름을 보내길 권한다. 주식회사 해녀의 부엌에서 만든 ‘해녀의 부엌(본점 및 북촌동 2곳이 있음)’ 공연을 보면서 해녀 문화를 체험하면 더욱 금상첨화다.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