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이토록 간편한 바다의 맛, 수산식품 스타트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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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식품, 간편하게 만나볼 순 없을까?
2016년 일본 여행에서 편의점을 방문했을 때 많은 충격을 받았다. 편의점 안에 수산식품 코너가 따로 있었고, 맛에 대한 기대 없이 호기심으로 샀던 제품들의 맛은 훌륭했다. 문득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도 다양한 수산물들이 있는데 왜 이런 제품들이 없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국내 수산식품의 발전 현황 등을 알아보며 국내외의 수산식품 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우리나라 수산식품이 발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영세성이다. 활어회 위주로 수산물을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아직 형성되지 않은 ‘고차가공수산식품’ 시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자본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의 나는 감히 창업을 시도하지 못했다.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어업인분들을 만날 때도 백이면 백 ‘하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에 겁도 났다. 그러다 코로나19가 발생했고 수산식품을 포함하여 식품 업계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수산식품에도 기회가 생겼다.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산물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로 원물보다 위생적이고 안전한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김스낵의 인기를 통해 국내 수산식품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확인함에 따라 수산식품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웰피쉬에서 개발한 제품들 ⓒ 웰피쉬
식품 전공자도 아니고 식품업계에 종사했던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식품 개발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식품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공유주방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레시피 개발하였다. 이후에는 수산물 전문 배달매장을 운영하면서 100여 가지 이상의 레시피를 개발하고 시제품 판매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였다. 정말 오랜 시간 고생하며 개발했지만 출시하지 못한 제품들도 많다. ‘그런 것까지 해봤어?’라고 되물을 정도로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상상조차 되지 않는 레시피까지 연구했던 그 시간들이 지금은 우리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되었다. 각각의 수산물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수산물별 조리방법의 특성, 포장방법, 실제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등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정보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지금은 해당 데이터를 통해서 제품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박람회에 참가한 정여울 대표 ⓒ 웰피쉬
웰피쉬의 제품을 처음부터 술안주로 생각하고 만든 것은 아니었다. 술안주로 포지셔닝 한 것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 덕분이다. 시제품이 개발되면 시식회나 박람회 참여를 통해 소비자들을 만났고 제품을 구매하여 드셔본 분들로부터 ‘술과 함께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라는 피드백을 받은 덕분에 술안주로 출시하게 되었다. 우리 제품을 술안주로만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지역, 연령대,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다. 똑같은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했을 때는 수산물의 단백질과 영양성분을 강조하며 Protein snack 시장을 겨냥하여 홍보하였더니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2030 소비자와 중장년층 소비자들의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판매 채널과 홍보 방법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발견한 장어포
웰피쉬의 장어포 ⓒ 웰피쉬
현재 웰피쉬의 메인 제품은 바다장어로 만든 ‘장어포’로, 시장조사를 위해 통영의 전통시장을 둘러보던 중 말린 장어를 판매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하였으며, KOTRA 주관 서울푸드어워즈에서 이노베이션 상을 수상한 제품이다. 우리는 글로벌 수산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2022년 상반기에 미국 아마존을 통해서 판매를 진행하였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이를 발판삼아 2023년도부터는 미국 외 다른 지역까지 확장하여 수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우리 제품을 관심 있게 본 국내 유통사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이를 통해 현재는 편의점 안주 코너에서 장어포를 판매하고 있다. 2023년도에는 더욱 다양한 채널을 통한 판매를 계획하고 있으며, 장어포 외에도 유통사와 협업한 콜라보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선구자의 마음으로
제품을 생산 중인 정여울 대표 ⓒ 웰피쉬
수산식품을 개발할 때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가 아직 성숙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판매 제품들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산식품 개발의 필요성, 향후 전망 등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많지만 실제 시장에 출시되어 소비자로부터 얻은 데이터가 부족하다. 물론 참고 사례나 연구결과가 많다고 해서 시장 반응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참고할만한 사례가 부족한 것은 사업 초기 단계의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부딪치는 방법을 택했다.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양산할 것인지에 대해서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선구자의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저런 핑계로 되지 않는 이유를 찾는 것보다는 일단 시도하고 문제점들을 개선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회사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 외에도 시세 변동이 심한 수산물의 특성상 안정적인 가격과 물량의 원물을 수급하는 일과 제품을 생산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어려움은 우리가 부단히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협, 생산자협회, 지자체 관계자분들의 도움을 통해서 해결해나갔다. 필자는 서울에서 통영에 내려가 사업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낯선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보며 뜻을 같이하며 힘을 보태주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다. 어느 산업이나 똑같겠지만 특히나 수산업은 단단한 협업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제품 개발만큼이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최근 팀원들끼리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것 같다’라는 말이다. 창업 초창기에 그려왔던 그림들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꿈은 크게 꿀수록 좋다는 말, 회사는 대표의 꿈의 크기에 비례하여 성장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와닿지 않았었다 현실 가능성이 희박한 허무맹랑한 꿈을 그리는 것은 지금 당장 사업 운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대표 혼자 꽃밭에 사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사업을 운영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결정의 순간들에 영향을 끼쳤던 것이 결국 회사의 비전과 목표이고, 그러한 결정들이 쌓이다 보니 처음 그렸던 모습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의 걱정 어린 시선과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듣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꼭 도전하고 싶을 정도로 가슴 뛰는 일이라면 꿈을 크게 그리고 아주 독한 마음으로 도전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수산식품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많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태동기의 시장이기에 많은 기회가 있으니 열정과 애정을 갖고 도전하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웰피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