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바다의 길잡이 등대 : 바다와 땅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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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등대의 기원과 인류의 해양 개척
태초에 생명이 시작된 바다. 바다는 모든 생명의 고향이며 어머니이다. 이에 우리는 싱그러운 갯내음 속에서 알 수 없는 향수를 느끼게 되며, 잔잔한 파도소리와 해조들의 울음 속에서 영혼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무궁무진하다. 바다는 자원의 보고이며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넓디넓은 길이다.
선박은 포장된 차선 있는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와 달리 차선이 없는 뱃길,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항해하기에 해양교통 안전을 위하여 바다 위에 차선을 긋듯 요소요소에 항로표지(등대 등)를 세워 선박이 항로를 따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제2회 대한민국 등대사진 공모전 수상작인 ‘제주 남원항의 방이여등표’
ⓒ한국항로표지기술원
항로표지의 일종인 ‘등대’의 기원은 인류가 해상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원전 4,0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나, 역사적으로 기록에 나타난 유명한 고대 등대는 기원전 3세기경 지중해 알렉산드리아 입구 파로스 섬에 세워진 ‘파로스등대’이다. 이집트 피라미드와 함께 고대 7대 불가사의 건축물 중 하나로 거대한 탑과 상단에서 빛나는 횃불은 알렉산드리아 해상무역 번영에 큰 영향을 주었다. 1,500년 동안 뱃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었던 높이 약 130m의 거대한 등대는 3번의 지진으로 파괴되어 지금은 전해지고 있지 않지만, 2세기경 건설된 스페인 라코루냐(La Coruna) 등대가 지금까지 남아 고대 등대의 원형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파로스등대(왼쪽)와 라코루냐등대(오른쪽)
ⓒ등대와 바다
파로스 등대 이후, 장작불이 아닌 기름 램프를 사용하는 비교적 근대식 등대가 등장한 것은 15세기 중반부터이며, 그 후 반사경과 렌즈의 개발로 광력이 크게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등명기를 회전시켜 일반 불빛과 구분되게 함으로써 등대의 기능과 역할이 한층 강화되었다. 이러한 등대의 발전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그리고 ‘마젤란’의 세계 일주 항로 개척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으로, 등대의 역사와 인류 해양 개척사는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로서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3,000여 개 섬들로 이루어져 옛날부터 해양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기에 등대(항로표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역사서에 등장하는 등대 관련 기록을 살펴보면, 삼국시대에는 국제적인 해상무역을 비롯하여 다양한 해양활동이 활발했던 시기이며 특히 해상왕 장보고가 활약하였던 통일신라는 해상활동이 활발한 시기였다.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비교적 체계적인 항로표지 업무가 정부에 의해 수행되었음을 엿볼 수 있는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다.
1903년에 걸립되어 현재 원형만 남은 팔미도 등대(우)과 최근 건립된 100주년 기념 등대(좌)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는 팔미도등대로 1902년에 소월미도등대, 북장자서등표, 백암등표와 함께 설치공사가 시작되어 1903년 6월 1일 최초 점등하게 되었다. 점등 당시의 팔미도등대는 높이 7.8m 직경 2.5m의 원형구조물로서 석유 백열등을 사용하여 불을 밝혔다. 영화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바 있듯, 팔미도등대는 인천상륙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끈 등대이다.
근래 과학기술의 발전과 해상교통 환경의 변화로 다수의 유인등대가 무인화로 운영되고 있지만, 해상교통 요충지나 독도와 같이 국토의 상징적인 지점에 위치하는 등대는 여전히 사람이 근무하는 유인등대로 운영되고 있다. 유인등대에는 3명의 등대원이 교대로 근무하게 되는데, 등대는 대부분 낙도나 무인도서 등에 위치하여 항상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등대원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필요로 한다.
등대의 문화·역사적 가치
등대는 항로표지라는 본래 목적 외에도 해양친수 문화공간을 조성하여 해양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등대가 위치하는 지리적 특성이 문명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조용한 낭만과 휴식의 장소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해양수산부에서는 국민의 해양사상 증진과 해양교육을 위하여 해안 경관이 수려한 부산 영도등대, 울산 간절곶등대 등과 같이 국민들이 즐겨 찾는 등대 9개소를 등대해양문화공간으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어 훌륭한 해양관광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항로표지의 전 세계적 표준화를 위해 설립된 국제항로표지협회(IALA)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등대를 보존하고, 등대와 항로표지의 역할과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서 2019년부터 매년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을 선정하고 있는데, 이 중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하여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호미곶등대가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2년 세계등대유산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22년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으로 선정된 호미곶등대(제1회 대한민국 등대사진 공모전 수상작)
ⓒ한국항로표지기술원
항로표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항로표지기술원
등대의 보존ㆍ활용과 항로표지 이해 향상을 위하여 한국항로표지기술원에서 매년 개최되는 항로표지포럼
ⓒ한국항로표지기술원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항로표지에 관한 기술개발 및 항로표지 관련 시설의 효율적 관리 등을 통하여 항로표지 발전에 기여하고자 「항로표지법」 제41조에 근거하여 설립된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해상 교통안전의 최일선에서 국가 기반시설인 항로표지의 수리 및 기술개발과 검사는 물론, 국제기준의 설정과 개도국 지원을 위한 국제협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항의 국립등대박물관을 관리하고 있으며, 해상물류분야의 4차 산업혁명으로 진행되고 있는 친환경 디지털 스마트 항로표지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동향에 대응하여 친환경 항로표지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원장
1991년 (구)해운항만청에 근무를 시작해 30여년간 해양행정에 종사하며,
해양수산부 대변인, 인천 및 부산해양수산청장, 해사안전국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에 몸담기전에는 해운 재건을 위해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HMM금융지원 등 선박금융과 관련한 업무를 맡은 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