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해양 과학의 오아시스, 독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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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2,268m의 거대한 해저산, 독도
애국가의 가사대로 동해 물이 마른다면 울릉도의 부속 섬 독도는 어떤 모습일까? 독도는 자그마한 돌섬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보는 독도는 해저로부터 높이 2,268m에 이르는 한라산보다 더 높은 거대한 독도 해산의 정상부일 뿐이다. 독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웅장함을 바다에 품고 있다. 약 460만 년 전 해저 화산 분출로 생성 당시 현재의 울릉도만큼이나 큰 섬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독도는 울릉도보다 더 오랜 세월 동안 동해의 거센 파도와 바람에 깎이면서 현재의 독도를 만들어왔다.
독도 전경
ⓒ김윤배 제공
독도는 해저산의 진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지질 유산으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섬 전체가 화산암과 화산 쇄설성 퇴적암류로 구성된 독도는 폭발성 화산분출과 동해의 거센 파도에 깎이면서 다양한 화산암층, 주상절리, 해식동굴, 해식절벽 등을 만들었다. 환경부에서는 지난 2012년 울릉도․독도를 제주도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독도는 화산이 만들고, 바람과 파도가 다듬은 동해의 보물섬이다. 자연과 시간이 선물한 독도의 지형에 육상으로부터 심해 2,000m에 이르기까지 뭍 생명들이 기대어 살고 있다. 독도는 섬 전체가 야외자연사박물관이요, Eco-Lab (자연생태실험실)이라 할 수 있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동해 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 독도
독도는 울릉도와 함께 동해 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라고 부를 만하다. 육지에도 4계절이 있듯이 독도 바다에도 수온 분포에 따라 계절마다 다른 분포가 나타난다. 독도 바다는 동해 남쪽에서 유입하는 따뜻한 대마난류에서 기원하는 동한난류와 동해 북쪽의 러시아 주변 바다에서 형성되어 울릉도·독도로 향하는 차가운 한류가 약 20~50일 주기로 계절에 따라 규모를 변동하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난류가 교차하는 특성상 300여 종의 어류가 독도에서 보고되는 등 어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들 어류에게 울릉도·독도에서만 군락지를 형성하는 대황을 비롯해 230여 종의 해조류들은 산란장, 서식장, 먹이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독도 연안의 대황숲
ⓒ김윤배 제공
또한 독도 연안에는 우리나라 최대군락지가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이며 해양 보호 생물인 유착나무돌산호를 비롯하여 전복, 홍합, 둥근성게 등 520여 종의 해양무척추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해조류를 먹이원으로 하는 성게류의 대량 번식은 독도 연안 갯녹음의 주요 원인으로 최근 주목된다. 독도 연안의 해조상은 동해 연안이나 남해안, 제주도와 구별되는 독특한 생태계 특성을 보여 독립 생태계 지역으로 분할이 제안될 정도로 특유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울릉도와 함께 독도는 동해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섬이라는 특성상 뭍 해양 생물들에게 휴식처 및 서식처를 제공함으로써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독도 바다의 4계절 그리고 한반도에서 가장 급격한 아열대화
독도 바다는 표층 수온이 섭씨 약 10도 무렵으로 연중 가장 낮아지는 2~3월 사이에 한겨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독도의 바다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독도해양관측부의 자료는 12~1월보다는 2~3월에 더 낮은 표층 수온을 보여준다. 이 무렵 독도는 강한 북서 계절풍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상하로 잘 혼합되어 때로는 수심 150m까지도 수온이 거의 섭씨 10도로 일정하다. 독도의 겨울에 정착하는 일부 어류들은 찬 수온에 적응하면서 바위틈에 몸을 감추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연중 가장 빈번하게 물개, 물범 같은 해양포유류들이 3월을 중심으로 독도에서 자주 목격된다. 때로 파고 6~7m를 넘나드는 높은 파도에 휩쓸려 수중 암반에서 떨어져 나간 대황을 해안가에서 주울 수 있다.
독도 바다는 표층 수온이 연중 가장 높은 섭씨 25도 내외를 보이는 7~9월 사이에 바다의 여름 풍경을 보여준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미역과 같은 해조류는 엽체가 녹아 없어지고 줄기 일부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따뜻한 대마난류를 따라 독도에 온 파랑돔, 줄도화돔과 같은 열대성 어류들을 독도의 여름 바다에서 만날 수 있다. 독도 주변 바다는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가장 높은 표층수온 상승률을 보이는 해역이라 이러한 열대 및 아열대 어종들을 여름철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독도 바다의 대표 어류가 된 아열대 어종인 자리돔은 지난 2018년 이후 독도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1960년대 후반 울릉도(독도) 주변 바다는 연중 섭씨 20도 이상의 수온이 70여 일 관측되었지만, 최근에는 약 120~130일 정도 관측되고 있다. 바다의 여름이 과거 7~8월에서 이제는 6월 중순부터 10월까지도 기간이 연장되고 있다.
한편 표층 아래로는 겨울철에 러시아 인근에서 형성된 차가운 물이 여름철의 독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때로는 수심 50m 근처까지도 수온이 섭씨 5도까지 크게 낮아지기도 한다. 10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로 유입되는 대마난류의 세기가 점차 약해지면서 표층 수온이 섭씨 2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바다의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표층 수온은 12월에는 섭씨 약 13도 내외로 다시 낮아진다.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여름철의 남풍 계열의 바람 대신 북풍 계열의 바람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바닷물의 상하층 혼합이 활발해져 때로 수심 100m 근처까지도 표층과 수온 차이가 거의 없이 수온이 수직적으로 일정해진다.
독도의 진정한 가치는 독도가 품고 있는 해양영토
비록 눈에 보이는 가로세로 400m 정도의 자그마한 섬이지만 생성 시기에는 울릉도만큼이나 커다란 섬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섬이며, 또한 해저로부터 높이 2,268m에 이르는 커다란 해산이 바로 독도의 실체이다. 그러나 독도의 진정한 가치는 독도가 품고 있는 해양영토에 있다. 독도로 인해 얻게 되는 혹은 잃을 수 있는 해양영토는 남한 면적의 약 60%에 해당하는 약 60,574 km2에 이른다. 독도가 품고 있는 해양영토에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광물자원과 수산자원, 해양자원을 함유하고 있다. 해양과학기술의 발달과 심해 연구 활성화를 통해 그동안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독도가 품고 있는 해양영토의 가치가 더욱 드러나리라 기대해본다.
독도 바다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급격한 해양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표층 수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바다의 여름이라 할 수 있는 수온 20℃ 이상의 날 수도 최근 많이 증가하고 있다. 해양생물에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해상기상악화 또한 증가하고 있다. 표층 수온 증가와 바다의 여름기간 증가는 주요 어종의 변화, 어류 산란 패턴의 변화가 예측되며, 해양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육상 환경 및 생태계의 변화도 예측된다. 독도 바다는 한반도 해양 환경변화를 가장 잘 감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독도연안 조사의 획기적 인프라, 독도누리호 독도바다를 누비다.
울릉도에 독도 연구의 전진기지인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를 운영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2022년 독도(울릉도) 전용 소형연구선인 독도누리호를 취항하고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서 독도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는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의 다께시마의 날 조례 제정에 대응하여 경상북도의 독도 수호 종합 대책의 일환으로 2014년에 울릉도 현포에 개소한 해양 연구기관으로, 과학기술로 독도 해양영토 주권을 수호하고 울릉도 독도 해양수산업 진흥을 임무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울릉군으로부터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는 울릉도·독도 주변 해역 해양생태계 변동 감시 및 해양생태계 보전, 울릉도·독도 해양수산자원 증·양식 및 고부가가치 해양산업 육성 등 연구업무와 함께 국내 독도 학술연구기관의 지원 및 체계적 관리를 위한 독도특수목적입도객지원센터 운영, 울릉도·독도 해양생태관 및 울릉도 해양보호구역 방문자센터 운영 등의 학술연구 현장 지원 및 해양영토교육 수행 등을 주요 임무로 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전경
ⓒ김윤배 제공
쌍동선 선형의 독도누리호는 길이 18.8m, 폭 6.5m, 흘수 1.0m의 총톤수 41톤의 알루미늄 선박으로, 승선정원 20명(승무원 3명 포함)이며 약 20노트의 속도로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약 2시간 30분 이내에 항해할 수 있다. 독도누리호는 해양환경 및 생태계 조사 지원을 위한 윈치, A-프레임 등을 갖추고 있으며, 또한 연안 다이버 조사 지원을 위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향후 승무원 추가 인력 확보, 첨단 관측장비 및 연구지원 장비의 추가 장착을 통해 활발한 연구 활동이 또한 필요하다. 독도누리호는 독도 및 울릉도 연안의 과학 잠수 활동 지원, 무인 관측장비 운용, 해양 보호 생물 및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시험 어장 관리 및 수산자원 분포 조사, 울릉도 해양보호구역 관리 등을 통해 독도 및 울릉도 연안의 해양환경 및 생태계 연구와 함께 해양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독도 해역을 조사 중인 독도누리호
ⓒ김윤배 제공
또한, 독도누리호를 기반으로 육상-연안 융복합 생태계 연구 활성화와 함께 소형 무인잠수정 운용을 통해 독도 89개의 부속 도서와 수중 암초, 해산 등 다양한 서식지에 기대어 사는 해양생물에 대한 정밀 조사가 기대된다. 국내 독도관련 연구기관의 지원을 위해 설치된 독도특수목적입도객지원센터의 운영기관을 또한 맡고 있는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는 독도누리호의 본격적 운항을 계기로 대한민국 독도 연구와 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예정이다. 독도는 오늘도 바람과 해류를 따라 독도를 찾아온 혹은 독도에 기대어 정착하여 살고 있는 뭇 생물들에게 삶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2014년부터 울릉도에 상주하며 울릉도(독도)의 해수순환 및 해양환경변화 연구와 함께
해양과학자의 눈으로 울릉도(독도)의 다양한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