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해양금융에서 물류중심으로,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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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미국의 경제 중심이자 세계의 경제 중심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는 뉴욕 금융권에서 발표되는 금리 인상이나 인플레이션 완화 등의 지표로 인해 희비가 엇갈릴 정도로 초국경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세계 경제를 쥐고 있는 뉴욕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금융의 주도권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중심으로 하는 물류분야의 중심으로도 부상 중에 있다.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경험한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성이 세계인들이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미중 갈등으로 인한 재글로벌화(Reglobalization)가 심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미국 뉴욕연준(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은 글로벌 공급망압력지수(Global Supply Chain Pressure Index)를 발표하며 세계 경제에서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을 한번 더 각인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경제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금융허브인 뉴욕이 공급망 그리고 이와 연계되어 있는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뉴욕은 아메리카 다른 대륙의 다른 지역과 유사하게 유럽의 개척자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그 도시의 생명을 시작하였다. 현재 뉴욕시가 위치하고 있는 뉴욕만은 1524년 이탈리아인 지오반니 베르자노(Giovanni Verrazano)가 대서양 항해 중에 발견하였고 이후 네덜란드인들이 이 섬의 남단부에 이주하면서 뉴암스테르담이라 명명되었다. 그러나 1664년 영국의 함대가 뉴암스테르담을 점령하여, 영국의 왕제 제임스 2세인 요크(York)공의 이름을 따서 뉴욕으로 개칭하였으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1686년 시의 헌장이 제정 이후 독립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되었고 1783년 독립군이 재탈환한 이후 1789년~1790년 짧지만 미국 최초 수도 역할을 했었다. 이후 경제적 발전을 거듭하면서 1898년 현재 도시의 모습이 되었다. 세계 대공황이라는 위기를 이겨내면서 현재 뉴욕은 보스턴, 워싱턴 D.C 등 주변 도시와 함께 인구 4,000만명의 미국 동부의 중심지이자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의 중심지로 금융 부분에서 절대 강자로 굴림하고 있다.
뉴욕 맨하탄의 금융 중심지인 월스트리트(Wall Street)는 금융을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되었고 오늘날, 월스트리트는 전세계 글로벌 금융과 법관련 기업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월스트리트의 금융행정구 안에 있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입지하고 있으며 본 은행은 미국이 연방준비((Federal Reserve) 은행업무(banking) 시스템의 설립 때부터 미국의 금융 정책이 실현했던 곳이다.
맨하탄 전경
출처: 저자 직접 촬영, 촬영일 : 2023.5.16.
이러한 뉴욕시와 그 중심에서 금융허브 역할을 했던 뉴욕연준이 글로벌 공급망지수를 발표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관리하기 시작했고 그 지수 속에는 해운, 항공, 철도를 아우르는 물류지표들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뉴욕 금융권은 안정적인 금융 비즈니스를 위해 물류공급망의 안정성 역시 유지해야 함을 인지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뉴욕연준의 글로벌 공급망압력지수 발표와 함께 미국 동안의 해상물류 중심지였던 뉴욕/뉴저지(NY/NJ)항만이 글로벌 항만으로 재도약을 시작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최대 항만이었던 NY/NJ항은 1990년대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경제의 성장으로 아시아와 최대 교역항이였던 로스앤젤레스/롱비치(LA/LB)항이 최대 항만으로 부상하면서 최근까지 그 역할을 해 왔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는 아시아에서 쏟아져 오는 화물들을 인력난 등으로 LA/LB항이 처리하지 못하게 되었고 배후 철도와 트럭킹에서도 연결의 문제가 다수 발생하는 등 미국 서안에서 도착한 화물이 미국 중부와 동부지역으로 배송하는데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결국 미국 경제의 중심지인 동부로 아시아에서 화물들이 안정적으로 오기 위해서는 파나마를 통해 해운(All-Water)만으로 미국 동부지역 항만으로 이동하는 것을 화주들이 선호하게 되었고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로 NY/NJ항만 물동량이 급증하게 되었고 최근 KMI 보고서에서 미국 항만 중 가장 외부로부터 물동량을 유치하는 중심성이 높은 항만으로 LA/LB항을 제치고 NY/NJ항이 상위권이 올랐다.
뉴욕항만 전경
출처: 저자 직접 촬영, 촬영일 : 2023.5.16.
글로벌 물류공급망 리스크 증가로 미국의 중심항만이 NY/NJ항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과 물류가 융합된 뉴욕시의 새로운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사실 1956년 4월 26일 NY/NJ항에서 컨테이너를 발명한 말콤 맥린(Malcom McLean)이 아이디얼 X호를 통해 최초로 컨테이너 운송을 성공시킨 곳으로 현대 컨테이너 운송의 시작점이자 중심지였다. 이러한 NY/NJ항이 다시 그 중심을 코로나 팬데믹을 개기로 중요해진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근거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부산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컨테이너 물동량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나쁜 성적표를 받았고 미중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이슈로 인해 중국발, 미국향 환적 물동량의 부산 이용에 대한 리스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항상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주는 법이다. 미국 동부 항만의 부상은 부산항의 물류네트워크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해운-항만-철도로 연결되던 미국의 주요 물류망이 해운-운하-항만-트럭으로 재편되면서 부산항을 경유해서 미국으로 가는 아시아 물동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으로 대규모 글로벌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서 부산항을 경유해서 아시아로 환적되는 역환적 물동량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산항은 NY/NJ항과의 협력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또한 NY/NJ항과 부산항 간의 해상물류관점의 연결과 협력을 넘어서 부산시 역시 뉴욕시가 가지고 있는 금융허브의 기능을 빠른 속도로 발전시켜 양대륙의 금융과 물류의 허브로써 상호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해양도시는 태초 인류의 문명이 발원하고 경제가 성장했던 중심지였다. 교역을 통해 사람과 재화가 오고 가면서 발생하는 잉여들이 축적되면서 문화, 경제, 종교, 기술 등이 발전하고 주변으로 확산되는 곳이다. 뉴욕은 교역을 통해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고 그 경제의 중심에 금융이라는 산업을 일으켰다. 그런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는 전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결국 그 근저에 있는 물류산업을 다시 금융산업과 연계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도시의 발전은 태동, 성장, 성숙 그리고 쇠퇴의 길을 가게 되는데 성장과 성숙단계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생명은 계속 연장될 수 있다. 작금의 뉴욕과 뉴저지의 노력과 변화는 부산시가 가야할 길을 다시 한번 더 보여주고 있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