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디자인으로 완성하는 K보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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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이 슬로건을 우리는 어쩌면 과거에서부터 같은 뉘앙스의 말로 수도 없이 반복해 들어왔다.
우리는 왜 우리의 미래를 해양에서 찾는 것일까? 한국 해양의 미래에는 우리가 들어있을까? 개인이 찾는 해양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보통의 바닷가에서 지내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알 것이다. 바다가 기회이고 바다가 미래라는 것을, 육지에선 내 한 몸, 내 가족 의지할 공간도 벅찬데 물결이 울렁이는 바다는 무한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바다가 갖는 의미는 미지이다. 보기에만 좋은 풍경이고, 오르기 힘든 성곽이고,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세계 1위의 조선업 기술을 가지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을 지어내는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다. 산업에겐 도전과 성취의 장으로 이변이 없는 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을 활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정상의 자리에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한국의 바다는 아쉽게도 산업의 고리에만 열려있다. 해운, 수산, 조선이외의 개인에게는 꿈 꿀 기회가 손바닥 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안락한 차를 타고 소풍을 가듯,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를 자유롭게 거니는 꿈을 꿀 수는 없는 걸까? 만약 누군가 그런 자유의 물꼬를 터준다면 ‘해양은 우리의 미래’라는 슬로건이 어쩌면 의미를 되 찾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바다는 우리에게 휴식과 오락과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알앤알’이라는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설레는 해양레저의 미래, 국내 중소조선의 기지개
보팅은 본능이다. 우리가 길 위에서 목적에 맞는 차를 타고 이동하듯 물 위에서의 행위가 그러하다. 바다로 낚시를 하러 가고, 바다를 가로질러 섬으로 소풍을 가고, 파도를 타기 위해 바다에 젖는 것을 마다치 않고, 슈트를 입고 차가운 바닷속을 훔쳐보는 꿈들. 나는 그 본능이 빚어내는 꿈을 해양레저 선진국들에서 보았고 그들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해양레저 산업을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특히 이탈리아는 전 세계에 다양한 선종으로 레저 선박을 공급하고 있었고 그 매무새 하나하나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작품과 같았다. 바로 최신기술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결합하고 그 아래 정교한 선박 건조기술까지 모두 갖추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인간의 본능과 감성을 일깨우는 바다의 미래를 오래전부터 그려왔다는 것을 통계를 보지 않고도 그저 항구와 마리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GDP 3만 달러를 넘어선 시대를 살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동력수상레저기구의 등록대수가 17배나 늘어났으며 낚시의 경우 10년 전보다 동호회 회원 수가 무려 5배 가까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마리나시설, 접안시설, 슬로프 부족, 레저문화 및 인식 부족으로 그 보급률이 7천 명당 1척밖에 안되는 현실이다. 미국의 20명당 1척 수준은 너무나 큰 격차를 보인다.
다행인 것은 서핑, 스쿠버다이빙, 낚시에 대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레저활동과 매체를 통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그에 따라 해양레저를 바라보는 인식이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반길 만한 변화이다. 내가 몸담은 레저 보트 시장에서도 정식 세일링은 아니지만 세일보트 또는 슈퍼요트를 경험하고 단시간 승선하여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의 활성화로 이제는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보트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휴식와 격조에 대한 니즈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국내 레저 보트 시장에서 낚시 보트가 큰 발전을 보이고 있다. 수요가 있는 곳인 만큼 그 품질과 디자인, 기능성이 매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열악한 인프라와 인식, 많다고 하지만 아직은 적은 수요에도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성과 퍼포먼스를 잘 조합한 다양한 선종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다. 아직은 활짝 열리지 않았지만, 개개인의 자유로운 항해가 있는 밝은 미래가 그곳 바다에 있다는 것을 국내 제조업체 들이 알고 있음에 분명하다.
‘당신의 드림 보트를 만들어 드립니다.’
알앤알은 영문으로 RNR ‘Rest & Recreation’의 줄임말이고, 전문적이고 격조 높은 아웃도어 제품과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차원의 레저와 휴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기획 아이템으로 이미 포화상태인 육상에서의 레저보다 미지의 바다에서 레저활동을 감각적으로 멋지게 해낼 수 있도록 하는 모터보트, 사람들이 동경하는 보트, 하지만 실속있고 사용이 편리하며 사용자의 기호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보트. 꿈꾸는 해양에서의 활동을 멋지게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었다. 기존의 중소조선업체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는 프로젝트의 시작 전부터 분명하였다.
디자인과 기술을 융합하여 브랜딩에서부터 상품기획, 디자인, 설계 그리고 엔지니어링까지 모든 과정에서 디자인 중심의 제품개발을 시도하였다. 소비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아이디어 그리고 새로운 차원의 레저 경험은 기존 기술중심의 경영방식으로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사업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었다.
텐더보트 ‘Arya600’ 작고 외소하지만 강인한 여전사
아리아라는 이름은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판타지 소설,속의 인물인 아리아 스타크를 떠올리며 명명하게 되었는데, 작고 외소한 여성이지만 강인한 내면을 가지고 생존해 나가는 검투사로서 텐더보트의 선명으로 붙혀지게 되었다. 길이 6.5미터, 폭 2미터, 200마력 선외기로 45노트의 속도를 안정적으로 주파하는 아리아는 6미터 시리즈를 아리아600, 4미터 시리즈를 아리아400으로 부르게 되었다.
Arya600은 텐더보트이다. 이 생소한 선종은 수퍼 요트 등 중대형 요트의 보조보트의 개념으로 승객 및 승무원을 운송하거나 잠시동안 해변이나 항구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근래 선진국의 텐더보트 트랜드는 레크리에이션, 낚시, 스노클링, 수상스키 등 다양한 수상 스포츠 활동을 위해 사용되고 점점 호화스러운 내부 공간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추구해 가고 있다.
텐더보트 Arya600은 이런 세계적인 트랜드를 반영해 그 장점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에 역점을 두었다. 국내에는 선박을 접안하여 계류할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에게 보팅은 상상할 수 없는 레저로 전락하고 말았다. 주차장이 없어 차를 살 수 없는 구조,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텐더보트는 일반 캠핑트레일러보다 그 폭과 길이가 작아 개인이 트레일링하여 슬로프에서 런칭하고 운항 후 다시 주차장에 보관이 가능하다. 수요를 창출하기위해선 매우 주효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나아가 부산 북항 마리나에서 계획하고 있는 모터보트 스태킹 수납 시스템이 전국에 도입된다면 더욱 시장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선재적 출시를 계획했다.
작은 여전사의 이름과 같이 아담한 크기에서 나오는 엄청난 퍼포먼스는 단시간내 원하는 곳까지 이동을 가능하게하며 선종에 적확한 모든 기능과 옵션을 모두 갖추고 있다. 첫 시제품에서는 하드탑이 없는 오픈형 디자인을 채용하였고 옵션으로 비미니 소프트탑을 설치 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알루미늄소재의 선택으로 타 소재보다 더 높은 강도로 충격과 외부 압력에 강하면서도 더 높은 경량화를 꾀 할 수 있었고, 해수 및 다양한 환경에서 내구성이 뛰어나며 최고급 방오도료로 마감되어 합리적 유지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향후 폐선시 모두 재활용 가능하므로 자원 보존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우아하고 세련된 외관이다. 최고급 수퍼요트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절제된 선과 날렵한 곡선, 외관으로 클릿하나 튀어나오지 않았지만 모두 빌트인된 장치들은 그 기능이 필요할 때에는 최고의 퍼포먼스와 견고함을 내보인다. 컬러에서는 과감하게 Glossy jetblack 채용하여 브라운 가죽시트와 원목티크데크의 매칭으로 탄탄한 마감과 최고급의 조화로움을 꾀하였다. 고급세단을 타는 기분을 선상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은은한 빌트인 조명과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고출력 하이파이 등으로 무장하여 사용자의 편의를 더욱 높였다. 마지막으로 수상에서 보여지는 조화로운 비율은 한조각의 작품처럼 보여지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이번 2023년 부산국제보트쇼에서 ‘올해의 보트상’ 수상으로 경쟁력을 입증하였고 미국 등 해외 바이어에 러브콜을 받은바 있다.
알앤알의 Arya600은 소극적인 해양레저 시장에 강인하고 똘똘한 제품으로 과감한 도전을 시도하였다. 미국의 한 바이어는 ‘지금 당장 마이애미 보트쇼에 나가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경쟁력의 보트이다’라고 확인해주었다. 스스로의 자만이 아닌 객관적 반응이었다. 앞으로 이 보트가 얼마나 대중의 꿈을 실현해줄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레저보트 제작자로서 디자인 중심의 레저선박과 스마트 기술의 접목, 친환경 에너지 추진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한걸음씩 그 꿈에 다가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나아가 대중이 편리하게 보트를 보관, 유지보수 할 수 있는 솔루션까지 제안하여 진정한 휴식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격조높은 레저를 경험하게 하고 싶다.
이제 산업에만 열려있는 해양의 미래를 차근차근 대중이 자유롭게 꿈꿀 수 있도록 알앤알이 작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K-boat라는 영예를 얻을 수 있는 산업 문화가 도래할 때 까지 노력을 경주 할 것이다.
진원호
림엔지니어링(주)이사 및 알앤알 마린 대표
이탈리아 밀라노 도무스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한샘, 엘지전자㈜의 디자인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디자인 혁신이 이끄는 부가가치 창출과 한계를 뛰어넘는 기업의 창의성에 주목해온 디자이너이며 기업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