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eFishery’ 성공 스토리 - 스마트 자동 급이기로 유니콘 기업이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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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이다. 그 회사가 유니콘 기업이 되기까지. 인도네시아의 수산 양식 스타트업 이 피셔리(eFishery)가 그렇다.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바꿨다. 양식장에서 키우는 물고기에게 먹이는 주는 사물 인터넷(IOT) 기반의 최첨단‘스마트 급이 시스템(eFisheryFeeder)’을 개발하여 대박을 냈다. 이 회사는 올해 7월에 2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1억 달러)으로 평가됐다. 인도네시아 수산 양식 분야에서 첫 유니콘 기업이자, 글로벌 수산업계에서도 매우 희귀한 사례로 꼽힌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 eFishery 홈페이지 초기 화면 >
©크런치테크 검색자료(2023. 7. 16, 사진은 공동 설립자, 지브란 후자이파)
대학생 때 메기 양식장 운영
eFishery를 설립한 지브란 후자이파(Gibran Huzaifah)는 자카르타의 빈민가에서 나고 자랐다. 반둥회의*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생명공학이 전공이다. 대학 3학년 때 수강한 양식학 강의가 그의 인생행로를 바꾸게 된다. 메기 양식 방법을 배우면서 앞으로 수산 양식산업이 미래 식량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담당 교수의 강의에 매료됐다**. 자카르타 근교에서 실직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메기 양식이야말로 자신을 빈곤에서 탈출시킬 유일한 구원의 사다리라고 판단했다. 후자이파가 수업이 끝난 이후 곧바로 메기 양식장 2곳을 빌려 돈벌이에 나선 이유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다.
문제는 이 같은 메기 양식장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산물 중간 도매업자가 가격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키운 메기를 도매업자에게 넘기는 대신에 부가가치를 찾아 나섰다. 메기 필레와 생선 너겟으로 가공하여 대학교의 음식 카트에서 팔았다. 후자이파는 "부가가치를 통해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고 이 같은 판매 방식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이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혔다. 양식장을 넓히고, 음식 판매 카트를 7대로 확대했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대학 강의도 자주 빼먹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경험이 10년 후 유니콘 기업을 만든 자양분이 됐다.
< eFishery의 사업 범위 >
©eFishery 홈페이지(2023. 7. 15)
*반둥회의 : 1955년 4월 18일 아시아와 아프리카 29개국 정상들이 인도네시아 반둥에 모여 식민주의 종식과 비동맹 중립을 선언하고, 양 대륙 간 협력의 틀을 모색한 국제회의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My professor mentioned that over the next five to 10 years, five-star hotels and restaurants will [serve] fish or catfish, whether you are taking part in it or not,”
스마트 급이 솔루션을 개발
그는 메기를 기르면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된다. 바로 급이 비용이 너무 높다는 점이었다. 전체 양식 비용의 70~90%가 물고기 먹이값으로 들어가고 있어서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2년에 자동 급이기 시제품(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1년 후에는 정식 버전으로 출시했다. eFishery의 스마트 급이 솔루션은 지금까지 손으로 먹이를 주던 인도네시아 수산 양식장의 판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물고기의 움직임 등을 사물 인터넷(IOT)으로 감지해 수동 급이로 인한 과다 급이나 부족 급이와 같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을 설치한 양식장의 경우 물고기 먹이 비용이 28%가량 감소했다.
< eFishery의 스마트 자동급이 시스템 >
©eFishery 홈페이지(2023. 7. 15)
원격으로 양식장 관리 가능
eFishery의 스마트 급이 솔루션을 설치하게 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양식장에서 키우는 물고기에 대한 리얼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양식 물고기에 대한 급이를 적기에 감지할 수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식업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원격으로 양식장을 관리할 수 있다. 사료를 주는 일손도 줄어든다. 또한 데이터를 통해 양식 물고기의 생산량과 판매량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제때 제값을 받고 거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Fishery 자료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도입한 어가의 경우, 생산량은 최대 35%까지 늘어나고, 순이익은 두 배 넘게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탄소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일거양득의 비즈니스인 셈이다.
양식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
eFishery는 현재 인도네시아 280개 지역에서 7만 명이 넘는 소규모 어류 및 새우 양식업자들에게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100만 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급이 시스템 외에도 양식업자들에게 물고기 사료를 판매하는 마켓 플레이스(eFisheryFeed), B2B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어류와 새우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eFisheryFresh), 양식업자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eFisheryFund)**을 운영하는 등 인도네시아에서 양식 분야의 새로운 디지털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후자이파는 최근 2억 달러에*** 달하는 시리즈 D투자를 유치한 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2년 동안 사업을 더 확장한 다음****2025년에 기업공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eFishery의 비즈니스 모델 >
ⓒeFishery 홈페이지 검색자료(2023. 7. 16)
*인도네시아에는 모두 370만 명의 양식업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음.
**연불제로 운영되는 이 같은 온라인 대출 중개 시스템을 이용하여 지금까지 모두 7,000명이 넘는 양식업자가 총 2,800만 달러 이상의 금융 혜택을 받았음.
***이번 투자는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글로벌 펀드 매니저 42XFund가 주도하고, 말레이시아 최대 공공부문 연기금인 Kumpulan Wang Persaraan(KWAP), 스위스에 기반을 둔 임팩트 펀드 ResponsAbility, 초기 투자자 다단계 벤처 캐피털 회사인 500 Global이 지원하였으며, NorthStar, Temasek, SoftBank, Aqua-Spark 등을 포함한 기존 투자자들도 참여.
****eFishery가 새로 구상하고 있는 비즈 모델은 기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유기농 새우 양식장 개발 및 자체 브랜드화하여 미국 등에 판매하고, 어병 탐지 및 치료 등임.
전통적 양식산업 판도 변화
그렇다면, eFishery가 이와 같은 큰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메기 양식장을 운영하면서 얻은 현장 경험을 비즈니스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후자이파가 등장하기 전까지 인도네시아에는 수많은 양식장에서 물고기를 기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수동 급이에 따른 양식장의 오염과 높은 급이 비용과 같은 문제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다. 스마트 자동 급이 시스템이 이 같은 문제를 일거에 푸는 해결사로 등장했다. 전통적인 양식산업의 판을 디지털 솔루션으로 바꿔 나갔다. eFishery가 설립된 이후 아루나(Aruna)나 클라우드 기반 양식장 솔루션을 개발한 이루바카(Eruvaka) 등이 디지털 수산 양식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eFishery의 스마트 자동 급이기 운영 원리 >
©eFishery 홈페이지 검색자료(2023. 7. 16)
성장 가능성이 매우 밝다.
시장에서는 eFishery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 싱가포르 국부 펀드인 테마섹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와 같은 글로벌 투자회사가 대규모 펀딩에 나선 것이 우선 그렇다. 또한 지금까지 수산 양식 스타트업에 대해 이 같은 거액의 투자가 이뤄진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eFishery가 스마트 급이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IOT 센서로 양식 환경 모니터링 사업을 하고,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점, 양식업자와의 탄탄한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인도 등 글로벌 시장 진출 추진 등도 이 회사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플러스 요인이다. eFishery는 디지털 기반의 양식 현장 애로 해결과 사료 공급 및 양식 어류 판매, 금융지원 등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를 만들어 냈다. 세계 수산시장에서 양식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eFishery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최재선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