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군수기지에서 글로벌 물류와 비즈니스 허브로 부상하는 저지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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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시티(Jersey City)는 뉴저지주의 북동북 뉴욕시와 허드슨강(Hudson River)을 마주하고 있는 도시이다. 뉴저지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자 대중교통 이용* 비중이 미국에서 두 번째 높은 곳이기도 하다. 허드슨강과 헤컨색강(Heckensack River) 하구의 교차점으로 과거 군수물자와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과 같은 화학공장이 있었던 지역이었다. 사실 이 지역은 19세기 미국에서 생굴을 제일 먼저 먹던 청정지역이었으나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의 군수산업의 중심지가 되어 3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오염된 강 중 허컨섹강이 들어갈 정도로 오염된 공간이었다. 지금은 굴이 전혀 채취되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뉴욕이 미국 굴레스토랑의 유명한 이유는 과거 청정했던 시기에 이 지역에 났던 굴들을 유럽 이민자들이 즐겨 먹었던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60여 년 전 이 지역에 부족한 노동자와 간호 인력 수급을 위해 대규모 이민자들을 받아들였고 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유럽지역 사람들이 대거 이주하였다. 당시 뉴욕을 기반으로 경제활동을 하던 한국 1세대 이민자 중 다수가 저지시티에 주거지를 두고 뉴욕으로 출퇴근하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2번의 역사적 사건을 기회로 좁고, 비싸고, 오래되고, 더러운 뉴욕의 대안으로 비즈니스와 물류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거주자 중 8.17%가 도보, 46.62%가 대중교통 이용
저지시티 비즈니스 중심 전경 ⓒ저자 직접 촬영, 촬영일: 2023. 8.19
저지시티는 지하철 한 정거장이면 뉴욕의 맨해튼으로 갈 수 있을 만큼 뉴욕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래서 2001년 911테러 이후 다수의 무역센터에 있던 금융과 투자기업들이 대체지역으로 저지시티를 선택하고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복잡한 뉴욕을 떠나 새롭고, 넓고 깨끗한 저지시티를 고소득의 뉴욕커들이 살고 싶은 공간으로 선택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저지시티 해안변 오피스텔의 원룸은 월 4,000달러(한화 550만 원)를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저지시티가 부상하고 있는 주요 이유는 저지시티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저지시티 위치와 주변 물류 중심지 ⓒ구글 어스, 검색일 : 2023. 8.19
뉴욕은 세계 경제 중심지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견고함으로 뉴욕의 스필오버(Spill Over) 효과는 여전히 저지시티로 넘치고 있다. 또한 미국의 ‘Friend Shoring’ 정책은 다수의 한국, 일본, 대만, 유럽계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촉진하고 있고 이들을 지원하고자 그들의 자국 물류기업들 역시 대규모 진출을 하고 있다. 저지시티의 남쪽인 뉴왁(Newark)지역은 해상과 대륙을 연결하는 글로벌 물류거점으로 항만(뉴저지 엘리자베스 터미널), 공항(뉴왁공항), 철도(CSXT), 고속도로(95번과 78번), 수운(뉴욕주 북부지역)이 연결되어 있다. 당연히 이 지역은 미국 최대의 자동차 산업이 입지하고 있는 ‘Auto Alley**’지역으로 접근하기 위한 게이트웨이(Gateway)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저지시티 북서쪽의 세카우스(Secaucus)지역은 미국 최대의 대륙 물류 연결 거점이자 뉴욕과 뉴저지를 지원하는 지역물류거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 FNC, LX, 글로비스 등이 모두 이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데 용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저지시티는 이렇게 강 건너편이 뉴욕의 금융, 남북의 물류거점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중심이 자연스럽게 되고 있고 글로벌 기업 뿐만 아니라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요 진출 거점이 되고 있다. 한국의 미국 동부지역 최대 투자지역이 뉴저지주인데 그 이면에는 저지시티를 포함한 주변 지역으로 대부분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지역으로 해외 투자가 집중되는 주요 이유는 첫째, 뉴욕과의 접근성, 둘째, 물류 인프라의 접근성, 셋째, LA를 제외하고 미국 최대의 한인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주거환경과 함께 교육환경 역시 좋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간의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공급망 안정화를 기반으로 하는 재글로벌화(Re-globalization)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미국 동부지역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할 수 있다. 저지시티는 그 성장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북부 디트로이트와 시카고에서 65번과 7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 마이애미까지 남북으로 대각선 형태로 형성된 자동차 산업지역으로 과거는 전통 자동차 산업이 북부에 입지하다가 최근 전기자동차, 2차 전지 그리고 반도체 공장까지 해당 지역의 중, 남부지역으로 들어서면서 미국 동부의 남북지역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산업벨트가 되고 있음. 우리나라 LG, 삼성, SK, 현대 등의 신규 투자가 대부분 이 지역에 진행되고 있음
뉴욕뉴저지항만공사 현판 ⓒ저자 직접 촬영, 촬영일: 2023. 8.17
저지시티가 성장하는 방향은 부산시가 지향하는 방향과 유사하다. 금융과 물류산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고자 하는 부산은 도시의 중앙과 동쪽에 금융 중심을, 서쪽에 물류의 중심을 두고 있다. 현재 저지시티가 가고 있는 발걸음을 자세히 살펴보면 부산이 금융과 물류를 동시에 포용해서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는데 그 답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항만, 공항, 철도, 도로망을 하나로 결집해서 운영하는 뉴왁의 엘리자베스 지역, 그리고 이를 모두 통합해서 운영하고 있는 뉴욕·뉴저지항만공사(NY/NJ PA)의 현판이 주는 의미를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도심 재개발을 통해서 군수기지에서 새로운 금융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저지시티는 과거 우리나라 수출입 물류거점에서 도심 재개발을 통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성장하고자 하는 부산시에 큰 방향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