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갯벌의 가치와 산업화
페이지 정보
본문
지난 9월 18일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우리나라는 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곳을 포함해 총 16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특히 2007년에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된 지 14년 만인 2021년 7월 26일에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가 있었다.
한국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멸종위기종 철새를 비롯해 생물 2천 150종이 살아가는 진귀한 생물종의 보고로서 서해안과 남서해안에 넓게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 「갯벌 및 그 주변 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이하 ‘갯벌법’이라 함) 의하면 갯벌은 만조때 수위선과 지면의 경계선으로부터 간조) 때 수위선과 지면의 경계선까지의 지역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펄, 모래, 자갈 등 평평한 지역으로 조간대와 주변 지역을 포함한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바닷가인 주변 지역은 「해양조사와 해양정보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조사정보법’이라 함)에 의해 해안선으로부터 지적공부에 등록된 지역까지의 사이와 수심과 간조노출지의 높이는 기본수면을 기준으로 한 수심 6m 이내의 해역을 의미한다.
갯벌의 법적 개념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총 갯벌의 면적은 2,482㎢이고, 이중 약 52%인 1,284.11㎢(완충구역 745.92㎢ 포함하여 1,293.46㎢)로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즉 신안갯벌 1,100.86㎢, 보성・순천갯벌 59.85㎢, 서천갯벌 68.06㎢ 및 고창갯벌 55.31㎢가 세계 자연유산이 된 것이다.
갯벌은 생태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생태계이다. 즉 육상에서 흘러들어온 많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 탄소를 흡수하는 기능,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 기능, 인간의 체험관광 기능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수산생물의 산란장 및 서식장 기능은 갯벌을 포함한 바다의 수산물 생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생태 체험 등 관광적 기능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 관련 정책은 갯벌 법에 근거하여 수립한 해양수산부 법정 계획인 “갯벌 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이 상위계획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기본계획은 1차 계획으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계획이다. 이 계획에 의하면 “갯생명과 주민의 삶이 지속 가능하게 공존하는 갯벌”이란 비전을 가지고 갯벌 위협요인의 통합적 관리 강화, 갯벌에 대한 다양한 가치 발굴과 활용성 증진, 갯벌 복원의 전주기 체계화라는 3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3대 목표 달성을 위하여 5대 추진전략과 18개 세부 정책 과제를 수립하였다. 즉 갯벌 관리의 과학적 기반 강화, 실효적 갯벌 관리 수단 확보, 갯벌 생태계 복원을 통한 탄소흡수원 확충, 갯벌 생태계서비스의 활용성 증진, 갯벌 관리 거버넌스 기반 확보 등이다. 동 계획에서 아쉬운 부분은 갯벌 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갯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갯벌이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되면서 활용보다는 보전 및 관리에 더 많은 정책이 뒤따르지 않을까 갯벌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갯벌의 상당부분은 수산 업적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을 어장과 갯벌양식장을 비롯하여 갯벌체험장 등이다.
우리나라 갯벌의 약 42.4%, 세계 자연유산 갯벌의 90.35%를 보유하고 있는 전라남도가 최근 “전라남도 갯벌 보전・관리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전라남도가 우리나라 최대 갯벌 보유 지자체이고 최초의 지자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계획에 담겨질 내용에 대하여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라남도는 우리나라 갯벌 보전 및 관리를 선도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갯벌 이용보전에 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을 꾀하면서 갯벌에 대한 가치 인식 전환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적 발전방안을 구축한다는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갯벌 보전・관리 체계 구축, 갯벌 생태계 복원, 갯벌 생태관광 활성화와 세계유산인 갯벌의 우수성 확보를 위한 국내외 협력체계 구축 등이다.
갯벌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은 갯벌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하여 매우 필요하고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전라남도의 갯벌 보전・관리 종합계획 수립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더 근본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자연보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자연이 가진 자연적 생태적 가치를 우리 인간에게 유용한 삶의 가치로 전환되도록 하는 노력 그런 계획이 더욱 중요하다 할 것이다.
갯벌의 산업적 활용의 전제는 지속 가능한 갯벌의 기능 유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가장 대표적인 갯벌의 이용은 어업 및 양식업을 통한 수산물 생산이다. 그러나 내외부적 요인으로 인하여 수산물 생산력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갯벌이 가진 자연적 및 생태적 기능이 갯벌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표적인 내부요인은 수산물 생산을 위한 과도한 갯벌 이용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갯벌 어업 및 양식업은 갯벌의 환경수용력을 고려한 생태계기반 갯벌이용 체계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욱더 심각한 것은 외부적 요인 즉 육상에서의 인간 활동으로 인한 갯벌 기능의 저하가 문제이다. 육상 기인 각종 오염원 발생, 담수 및 모래 유입을 차단하는 댐 건설, 연안 개발 등으로 인한 갯벌 가치 저하에 대한 대책은 해양수산부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산과 강과 바다는 하나의 생태계라 한다.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 보전 및 활용은 한반도 전체 생태계와 연관된 대책이 되어야 하므로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이 있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갯벌 기능의 보전을 전제로 갯벌 산업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갯벌의 보전과 활용의 좋은 사례로 2009년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북유럽 3개국(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와덴해 갯벌 보전 원칙을 보고자 한다. 와덴해 갯벌 보전 원칙은 첫째는 완덴헤 갯벌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 관리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생물종·서식지와 같은 자연과 인간 문화 및 인간 이용과의 조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관광, 휴양, 교육 등을 통해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활을 영유하고 동시에 방문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단순한 보전이 아닌 인간 활동과의 조화를 통한 사회경제적 이익 추구를 꾀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하여야 한다.
우리는 갯벌을 단순히 보전하여야 할 자연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통해 사회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자원으로 간주하고 활용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전통적인 갯벌의 수산 업적 이용의 고도화와 생태・관광・교육 자원 등 다양한 경제자원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보전은 활용이다’라는 말이 있다. 활용으로 인하여 자연의 가치가 훼손되면 그것은 진정한 활용이 아니다. 활용의 이익이라는 목표가 있으면 보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말이다.
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