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숨쉬는 해양, 블루카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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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논의해 온, 익숙하고도 중요한 과제이다. 전 지구적으로 평균 해수온과 해수면 상승이 지속되고 있고, 태풍과 파랑의 강도가 커져 연안 재해 위기까지 높아지고 있다. 연초의 특별하게 추웠던 겨울과 최근의 특별하게 더웠던 여름도 기후 위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해 점점 더 노력을 키우고 있다. 제21차 기후변화대응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을 계기로 다수 국가에서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작성하여 국제사회로 제출했으며, 목표의 달성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2024년부터 ‘격년 투명성 보고서(BTR)’을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이 보고서에는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량을 비롯하여, 정부·기관 등 인간의 노력으로 온실가스가 얼마나 감축했는지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우리나라 또한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는 2030 NDC 목표를 이미 제출했으며, 2024년 첫 격년 투명성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정부, 환경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노력할 수 있다. 첫째는 발전소·공장·자동차 매연 등으로 연상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 자체를 줄이는 것, 그리고 둘째는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여 온실가스를 더 많이 흡수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온실가스 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라고 하면 나뭇잎의 광합성 작용을 떠올린다. 실제로 산림의 초목들이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하여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작용은 흔히 육상에서의 탄소흡수, ‘그린카본’이라 불린다.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이와 더불어 해양 또한 거대한 탄소흡수 작용을 하고 있고, 이를 ‘블루카본’이라 부른다. 2020년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총회(COP25)에서 발표한 「전 지구 저탄소 예산 보고서」에 따르면 전 지구에서 연간 배출되는 약 401억 톤의 탄소 중 54%가량이 자연에 의해 흡수되는데, 그 흡수량 중 57.6%는 육상에서, 42.4%는 해양에서 흡수된다. 블루카본은 이처럼 그린카본 대비 미개척 분야로서 과학적 연구의 깊이나 정책적 뒷받침이 아직 미약하나, 향후 탄소중립에 있어 지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Friedlingstein et al., 2022/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재정리
블루카본은 2013년에 들어서야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IPCC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작성 지침’에 등록되어 2030 NDC 등 국제사회에 제출한 목표 달성의 지표로 활용된다. 오늘날 등록된 블루카본은 맹그로브, 해초류, 염생식물 3가지로, 이에 근거하여 정부에서는 바다숲 조성사업 등 잘피 복원과 식생 복원사업 등 사라져가는 염생식물 군락지를 재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블루카본 외에도 ‘블루카본 후보군’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식물이 자라지 않는 비 식생 갯벌, 대륙붕 해저에 광활하게 펼쳐진 해저퇴적물, 그리고 미역·다시마와 같은 해조류가 대표적인 후보군이다. 그 외에도 굴 패각, 해양생물, 식물성 플랑크톤, 산호초 등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5대 갯벌로 지목되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만큼 광활한 비 식생 갯벌이 분포하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갯벌이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은 최대 48만 톤(자동차 20만 대 분량)이나 된다. 정부에서는 향후 블루카본의 인정 범위가 후보군으로 넓어질 것을 고려하여, 갯벌 복원사업 및 갯벌·외해 보호구역 지정을 선제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작성
이렇듯 ‘블루카본’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몇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현재 존재하는 블루카본을 앞으로도 잘 보존하는 것이다. 해양보호구역 지정범위를 확대하여 우리 갯벌과 먼바다가 탄소흡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켜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예전에는 있었으나 점차 사라져가는 블루카본을 다시 살리는 것이다. 흔히 이를 복원·재생이라고 하며 과거 농어업이 강조됨에 따라 형성되었던 염전·노둣길·간척지 등을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속적인 과학적 연구이다. 탄소흡수기능을 보다 면밀히 입증하고 새로운 블루카본을 발굴해내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블루카본을 보존·복원하는 노력이 굳건히 정착하고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보호·보전’은 ‘개발’에 비해 성과가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작은 성과도 오랜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 동일한 이유로, 블루카본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보전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계획이 특히 필요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올해 5월, 「블루카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로드맵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①보호·복원을 통한 해양의 탄소흡수력 강화와 ②민간·지역·국제 등 블루카본 참여 범위 확대, 그리고 ③연구거점 인프라 조성 등 장기 추진 기반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바탕이 되어 숨 쉬는 해양, 블루카본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길 기대한다.
ⓒ2013년 IPCC 온실가스인벤토리 가이드라인
이다은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이다은 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