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두 도시 이야기: 외레순 통합도시와 부산ㆍ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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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다. 더 정확히 언급하면 수도권 일극화 중심 체제이다. 국토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국토 전체 주요 경제거점들이 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하고 이를 통해 상호 교류가 강화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사람, 자본, 교육, 인프라 모든 것들이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더 문제는 이러한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정책도 없는 상태로 수도권은 인구 과밀로 주택난, 인프라 문제 등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에 다른 지방은 도시 기반과 인프라가 있어도 인구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제2의 경제권인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동남권은 미래 중심인 청년층 인구 유출 전국 1위 지역이며, 이미 부산은 우리나라 인구 2위 자리를 수도권에 위치한 인천에 내어준 지 오래이다.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부산이 주도하고 있는 동남권 경제권이 가장 주력해야 할 부분은 지역 특성을 최대화하여 지역의 미래인 청년층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이 지역이 살기 좋고, 일하기 좋고, 놀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럽의 성공적인 도시 간 협력 사례인 외레순(Øresund) 통합도시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 경제와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산시 혼자 대응할 수 없고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광역 경제권을 활성화시켜서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시와 창원시는 부산신항과 가덕도 신공항을 공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두 도시는 유럽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스웨덴의 말뫼가 통합된 외레순 초국경 도시보다 물리적, 지리적, 제도적, 문화적, 언어적으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가도 다르고 해협으로 분리된 두 도시가 어떻게 협력해서 성장했는지를 살펴보면 부산시와 창원시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외레순 초국경 도시는 북유럽의 외레순 해협을 기준하여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웨덴 말뫼 사이를 통합해서 부르는 용어이다. 이 지역은 외레순 해협으로 육지가 가장 많이 돌출되어 굉장히 좁은 해협이다. 지리적으로 좁은 해역이지만 북해와 발틱해를 연결하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로 중의 하나가 되었다. 외레순 해협에는 아마게르・벤・살솔메이라는 3개의 큰 섬이 있으며 이들은 외레순 해협을 드뢰그덴 수로(서쪽)와 플린테렌덴 수로(동쪽)로 나눈다. 인구 약 50만 명의 코펜하겐과 인구 30만 명의 스웨덴 말뫼는 각 도시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자 1997년 총 길이 8km의 외레순 대교를 연결하여 두 도시의 육로를 26km 단축하면서 엄청난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상호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하는 형태로 국가 간 도시 협력의 가장 성공한 사례 중 하나가 되었다.
코펜하겐의 항만은 부산항처럼 1890년대까지 도시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도시의 확장과 대형 선박의 등장으로 점차 항만이 외곽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존 항만 부지에 대한 재개발이 필요하게 되었고 1980년 중후반 코펜하겐의 실업률 증가와 노령화로 재정 악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새로운 경제 돌파구로 기존 항만 부지 재개발을 통한 공공투자정책을 마련하였다. 코펜하겐은 오랜 고민 끝에 1990년 항만 부지를 대상으로 첨단 기술 단지, 연관산업단지, 주거지역 등을 공공주도로 투자하기 시작하였다. 말뫼 역시 19세기 중반 이후 철도가 개통되면서 스웨덴 남부와 각지를 연결하는 물류와 경제 중심지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도시 중심에 대형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중공업 도시로 크게 성장하였으나 20세기 후반, 한국, 일본 등의 조선 후발국에 밀려 조선소가 폐쇄되는 등 침체를 경험하게 되었다. 특히 말뫼를 대표하는 코쿰스 조선소는 치열한 경쟁 끝에 1987년 파산하였고 2002년 코쿰스 조선소의 부지와 시설 장비를 모두 매각하는 와중에 1973년 설치된 이후에 말뫼의 상징이었던 높이 140m, 중량 7,000톤의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을 우리나라 HD(당시 현대중공업)가 단돈 1달러에 인수해서 울산광역시로 가져왔다. 이때 크레인이 철거되어서 배에 실리는 과정을 수많은 말뫼 시민들이 눈물로 지켜보았고, 이 사건은 ‘말뫼의 눈물’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이처럼 코펜하겐은 항만물류의 중심도시에서, 말뫼는 조선업 중심도시에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두 도시는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생명 줄이었던 해협을 가로지르는 외레순 대교를 개통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서 성장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코펜하겐역과 외레순 연결 열차 ⓒ저자 직접 촬영
두 도시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다름을 넘어서 하나의 도시를 추구하면서 도시의 재정, 제도, 경제, 생산, 교육 등을 모두 통합해서 역할을 분담하였다. 이 와중에 제일 우선한 부분 중 하나가 두 지역 항만과 항만 공사의 통합이다. 항만물류산업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코펜하겐-말뫼항만공사
(CMPㆍCopenhagenㆍMalmo Port)를 2001년 설립하였고 지분 구성은 코펜하겐의 By & Havn 50%, 말뫼시청 27.5%, 민간기업 22.5%이다. 1997년 외레순 대교의 건설로 코펜하겐항과 말뫼항의 물동량이 약 2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효율적 항만 운영 및 항만 재개발이 맞물려 두 항만의 통합을 추진한 것이다. 당시 코펜하겐은 여객과 컨테이너 중심의 항만으로 22개 선석을 운영 중이었고 말뫼는 화물 중심의 20개 선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아래 그림> 참조).
코펜하겐역과 말뫼항 현황 ⓒ https://www.cmport.com/terminals/
기본적으로 두 도시의 통합은 동반 성장을 위해 “20년까지 이 지역을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곳으로 만들자”로 실업 해결과 도시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이 초국경 도시의 4대 핵심과제로 교육과 혁신, 문화와 여가, 매력 있고 집적된 고급 노동시장, 우수한 접근성과 이동성이었다. 이는 경제적 성장을 위한 비관세 장벽과 자유로운 인구이동, 차별적 산업구조를 통한 양 도시의 기능과 역할 배분이 가능했었고 양국의 정치구조 차이를 완화하기 위한 개방성, 투명성과 공정한 비용 분담 등이 이들의 통합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후 두 도시의 통합을 더 강화하기 위해 양 지역의 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공통언어, 상호 문화 이해, 공동 교육 등을 추진하였다. 이 중심에는 1993년 설립된 정부와 비정부의 중간 형태의 외레순 위원회가 주도하였고 정치적 통합의사 결정기구로 경제, 제도 부문 연계, 다자간 협업, 다중심 거버넌스의 중심체 및 연결체 역할을 수행하였다. 결국 이 도시의 노력은 양 지역의 이동성 증대로 생산성·인구·노동력 증대가 되었고 시장이 성장하면서 다시 인구 및 기업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되었고 지금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두 도시는 경제 기능과 역할을 잘 구분하였고 지역 격차와 사회갈등 방지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신규 사업인 의료, 물류, IT, 환경, 나노 분야를 집중투자 하면서 두 도시에 걸쳐 지역별 클러스터링 전략을 추진하였고 해당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외레순 위원회가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갈등을 해소하였다. 또한 위원회, 시민, 사회단체, 지자체, 기업, 외부 전문기관(EU), 정부·행정기관(덴마크, 스웨덴) 등이 모두 참여하는 다중심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서 시간이 걸려도 합의를 거쳐 최적의 정책 방향을 추진해 나갔다. 또한 동일 생활권을 만들기 위해 언어, 문화,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추진하였고 교육체계 통합(영어, 대학 공동 교육, 외부 우수인력 유입 장려)1) 세계해사대학 등을 지원하고 활성화시켜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서 배우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음 및 기존 양국의 30여 개 법률을 7개로 통합 간소화,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였다(<아래 그림> 참조).
1) 세계해사대학 등을 지원하고 활성화시켜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서 배우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음
세계해사대학 전경 ⓒ 저자 직접 촬영
이 대목에서 현재 부산시와 창원시의 협력 상황을 다시금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단일 국가, 단일 민족, 단일 언어를 쓰고 있고 하나의 항만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향후 공항까지 연결되면 항만, 공항, 철도, 도로까지 연결되는 우리나라 최대의 물류거점이 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 있는 두 도시가 합친 외레순 사례와는 협력의 상황이 아직 멀어 보인다. 부산시와 창원시의 협력은 현재 국가가 직면한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 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사업이자 지역 경제가 수도권과 차별성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다. 외레순의 사례와 비교해서 비전과 전략 공유, 경제적 역할 분담, 행정절차, 권한 그리고 재원의 공정하고 투명한 배분 그리고 상호 교류의 강화가 더욱 쉬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진행이 안 되고 있다. 부산신항만과 주변 지역은 항만과 공항이라는 동아시아 최대의 국제물류 허브의 기능을 가지고 있고 강화될 예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두 도시의 협력을 물류라는 산업을 중심으로 강화해서 현재 국가와 지역이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적인 동남권 성장전략과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