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파나마 시티와 콜론,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글로벌 쇼핑센터
페이지 정보
본문
최근 우리나라 언론상에 머나먼 중남미의 파나마가 자주 등장하곤 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먼바다 대서양이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와 가까운 바다가 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 서안의 항만 봉쇄, 항만과 내륙운송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의 이탈로 아시아와 북미 대륙을 연결하던 미국 서안 항만물류 연결에 문제가 생기면서부터이다. 기존 아시아에서 생산되던 상품들이 배를 타고 미국 서안의 LA/LB항, 오클랜드항, 시애틀항을 이용해서 미국 내륙으로 뻗어 있는 철도와 고속도로를 통해 전달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아시아와 주요 화주들은 미국 서안 항만과 배후 물류망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부상하면서 비용과 시간에 관계없이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게 화물을 전달하기 위해 All water(전체 해상운송)를 통한 상품 수송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또한 2016년 6월 파나마 운하 확장은 기존 4,000 TEU 정도의 중소형 컨테이너 선박들만 통과하였으나 14,000 TEU 정도의 중대형 컨테이너 선박들도 통과할 수 있게 되어 파나마 운하가 규모의 경제까지 확보했기 때문이다. 다만, 매년 2~5월 사이에 있는 파나마 운하 갈수기로 선박 통항에 제한이 있는데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해 8월까지 갈수기가 연장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큰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더욱 우리나라 언론에 자주 등장한 것이다.
파나마 운하 위치도와 갑문 위치 ⓒblogspot.com 내용 편집(검색일:2023.11.17)
한편, 신냉전으로 시작하는 글로벌 경제의 외교·안보 동조화 현상은 우리나라의 과거 중국 중심의 경제와 미국 중심의 안보 정책에서 경제와 안보 모두 미국으로 일원화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의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관련 법제도(반도체법 등)를 앞세워 동맹국 기업들의 자국 투자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고 다수의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면서 새로운 글로벌 투자 지형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동부와 동남부 지역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증가하면서 안전한 물류 공급망 확보를 위해 국적선사를 포함한 아시아 기항 대형 선사들의 파나마 운하 이용 빈도가 높아지고 이는 파나마 운하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들과 언론들의 관심을 받는 동기가 된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동서와 남북을 주로 연결하던 파나마 운하는 이제 아시아와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동부지역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바닷길의 연결로이자 정거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파나마 운하 전경 ⓒ이성우, (2015.6.20.)
북아메리카 대륙과 남아메리카 대륙을 나누는 지리적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된 파나마 지협의 파나마 운하는 2022년 기준 2억 9천 톤(long ton 기준)의 화물이 이용했는데, 파나마 운하청의 통행료 총수입은 43.2억 달러(5.6조 원)에 이른다.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 수입 이외에 기타 부대수입, 자유무역지역 수입 등 직·간접 영향을 고려할 때 파나마 운하는 국가 GDP 전체의 6.6%(파나마운하청 추산)를 차지하며 파나마를 중앙아메리카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나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주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는 원유가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는 컨테이너 화물이 많은데 대부분 미국과 중남미의 원유를 아시아로 수출하고 반대로 아시아에서 생산된 공산품들이 컨테이너를 이용해 북미와 남미를 가는데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파나마 운항의 길목의 태평양 연안에 파나마시티가 위치하며 정치, 행정, 교육 중심지 역할을 한다. 콜론은 이 길목의 반대편 대서양 연안에서 항만과 연계한 자유무역지역을 기반으로 파나마의 경제 중심지 역할을 맡고 있다. 양 도시의 거리가 60km 정도인 것을 보면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서 각자의 도시 특성을 살려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양 도시는 중간에 항만, 공항, 산업단지 등을 가지고 있고 파나마시티의 금융기능과 콜론의 자유무역지역을 연계한 중남미와 남미의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글로벌 쇼핑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중남미 최대의 콜론 자유무역지역은 뛰어난 지리적 위치로 인해 북미와 남미를 잇는 중계무역기지로 배후에 콜론 컨테이너터미널(에버그린), 파나마포트, 만자니로 터미널 등을 활용하여 3,0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 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중계무역상들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하여 콜론자유무역지대 보세창고에 적재하고 다른 중소 바이어에 분할 판매하는 형태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 중계무역상들은 대량의 물품을 생산국으로부터 직접 수입하여 콜론자유무역지대를 경유하지 않고 중남미 각국에 직수출의 형태로 거래하고, 고객의 요구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 콜론 자유무역지역 물류센터에 일정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기도 한다.
부산은 북항과 신항의 거리가 대략 40km 정도 떨어져 있다. 파나마시티와 클론의 거리보다 가깝지만 도심을 통과해야 하는 것을 고려할 때 시간상 거리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부산 북항은 금융, 상업, 업무의 중심지, 신항은 항만과 항만배후단지의 자유무역지역 지정을 통해 물류, 가공, 제조 중심 지역이다. 글로벌 물류 회랑을 통해 두 개의 도시가 연접해서 다른 기능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는 측면에서 비슷한 형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해협과 운하의 차이, 동북아와 중남미의 정치, 경제, 사회적 차이, 선박의 기항패턴 차이 등이 크다고 할 수 있으나 해협과 운하라는 물류회랑을 중심으로 두 개의 연담도시가 다른 기능을 가지고 서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부산은 북항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단계별 개발을 통해 서서히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다만, 신항은 메가시티, 동북아 스마트 플랫폼, 트라이 포트 등 사업 주체별로 여러 명칭으로 불리며,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신항과 배후지역은 두 개 지자체 위에 개발과 운영이 진행되고 있고 항만, 공항, 철도, 도로, 산업단지, 항만배후단지라는 개발·관리·운영 주체가 다른 물류 인프라와 공간이 결집된 곳이다. 부산 신항이 콜론자유무역지역처럼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쇼핑센터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복잡한 개발과 관리주체들의 거버넌스 상황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라는 미래 화두를 잘 연계한 개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부산 신항의 배후지역은 주변 경제와 기술환경을 고려했을 때 파나마의 콜론자유무역지역이 가진 단순한 글로벌 쇼핑센터 기능보다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솔루션을 가진 디지털과 탈탄소 기술이 집적된 글로벌 쇼핑센터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대상 지역의 빠른 개발보다 미래의 경쟁력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과 고민을 하면서 사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