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수도꼭지를 잠가라: 일상생활에서 해양쓰레기를 줄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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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를 잠가라
2022년 3월 2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 제5차 총회는 법적 구속력이 있고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강력한 국제협약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지은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올해 유엔환경계획에서 2023년 발행한 보고서는 「수도꼭지를 잠가라(Turn off the tap)」였다. 쓰레기 문제의 근원을 향해 우리의 눈을 상류로 돌려야 한다. 발생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플라스틱 협약의 초안 마련을 위한 마지막 정부 간 협상 위원회(International Negotiation Committee, INC-5, 이하 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내년 위원회를 앞두고 범정부 조직, 기업, 연구기관, 시민사회단체 등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국내에 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일반 시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막는 데 개인이 도움이 될 일이 있을까?
유엔환경계획에서 발행한 최신 보고서의 표지 ©UNEP(2023)
우리 바다 오염의 주범 10가지에 집중하는 열일캠페인
2022년 5월,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협약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적 계기로 판단하고, 이에 발맞추어 ‘열일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열일캠페인은 우리 바다를 오염시키는 주범 10가지를 선정하여 현재의 오염도를 기준으로 10분의 1이 될 때까지 열심히 행동하자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10가지 항목은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의 지원으로 오션이 오랫동안 책임지고 수행했던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결과와 오션의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하였다. 이 10가지를 집중해서 줄이면 우리 바다의 쓰레기 양과 피해를 50%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10가지 항목은 양식용 스티로폼 부표, 어업용 밧줄, 플라스틱 음료수병과 뚜껑, 비닐봉지, 식품포장비닐, 노끈, 낚시 관련 쓰레기, 담배꽁초, 폭죽, 장어통발이다. 이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인스타툰과 카드뉴스 시리즈를 묶어 책으로 발간하였다. 이중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동참해야 할 항목들은 플라스틱 음료수병, 비닐봉지, 식품포장비닐, 낚시, 담배꽁초, 폭죽이다.
열일캠페인 항목 10가지 ©오션
열일캠페인을 소개하는 교재 ©오션
일상생활에서 해양쓰레기를 줄이는 법
먼저 사용량을 줄이는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플라스틱 음료수병부터 생각해 보자. 가장 먼저 권유하고 싶은 것은 먹는 샘물 구입을 자제하자는 것이다. 플라스틱 병에 담아 판매하는 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플라스틱 자체가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굳이 돈을 들여 건강이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물을 사 먹을 이유가 있을까? 우리나라의 수돗물 수질은 매우 좋은 편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크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각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무료로 검사해 준다. 탁도, 잔류염소, 알칼리 상태, 관 노후정도 등을 10분 만에 검사할 수 있다. 가정의 수돗물 수질을 먼저 확인해 보고 페트병 샘물의 구매를 점차 줄여보자. 정수기에 거르거나 끓여서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페트병 쓰레기로 인한 피해와 페트병 물 속의 미세플라스틱 조사 결과 ©오션
먹는 샘물 페트병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수돗물 무료 검사 신청 방법 ©오션
비닐봉지(봉투)와 식품포장비닐도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사용하는 비닐봉지는 2015년 기준 연간 1인당 420개로 핀란드의 4개에 비해 100배나 높은 수준이다. 연간 비닐봉투를 4개만 사용하고도 생활이 된다고?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에코백을 이용하는 실천이 바람직하다. 식품포장이나 일회용 용기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번지고 있는 ‘용기 내 챌린지’에 동참할 것을 권한다. 일상생활에서 음식, 식재료를 구입할 때 비닐이나 일회용 용기 대신 천 주머니나 다회용기에 담아 온 사례를 사진 찍고 SNS에 #용기 내 챌린지 또는 #용기 내 캠페인 등의 해시태그를 붙여 공유하면 된다. 이 챌린지는 배우 류준열 씨와 그린피스가 2020년에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낚시할 때 발생하는 쓰레기를 담아 올 쓰레기 봉투를 항상 지참하고 자기 쓰레기를 되가져오고 끊어진 낚싯줄과 바늘, 봉돌, 천평, 미끼통, 미끼 봉지, 낚싯바늘 비닐 포장 등 쓰레기를 잘 챙겨 오기를 권한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갈매기의 부리, 다리에 걸리고 한번 걸리면 그 생명체는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된다.
담배꽁초의 발생량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흡연자가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다. 길거리의 배수구는 쓰레기 통이 아니라 바다로 들어가는 직통 경로이다.
폭죽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폭죽을 터뜨리지 않는 것인데, 그 이유는 폭죽을 해수욕장에서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고 적발될 경우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낚시쓰레기의 피해와 이를 줄이기 위한 낚시인들의 실천법 ©오션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플라스틱으로 인해 우리의 바다, 지구, 미래가 아프다, 그리고 악화되는 속도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위 6가지 중 단 한 가지라도 오늘과 다른 선택과 실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홍선욱
현)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대표
현)범정부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 위원
현)Marine Pollution Bulletin 7차국제해양폐기물컨퍼런스 특별호 편집장
저서. 바다로 간 플라스틱(2008, 지성사)(심원준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