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중국과 러시아는 왜 나진항을 갖고 싶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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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을 가지고 있는데 서쪽은 주로 평야와 동쪽은 산악지역으로 이어져 있는 형태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반도의 지형 구조는 바다로도 연결되어 있다. 서해는 육지의 평야와 연결되어 수심이 얕고 기울기가 낮은 반면 육지의 산악 지형과 연결되어 있는 동해는 수심이 깊고 기울기가 가파르다. 이는 우리나라 항만개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서해안은 항만이 많으나 소형항만이 주류이고 동해는 항만은 적으나 대형 항만이 주로 존재한다. 이는 항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조건 즉 수심과 상관관계 때문이다. 우리나라 서해는 수심이 얕고 도서가 많아서 적은 비용으로 소형 항만 건설은 용이하나 깊은 수심을 확보하기 어려워 대형 항만이 거의 없다. 반면 동해는 깊은 수심을 가지고 있으나 외해로 바로 열려있고 이를 막아 줄 도서(島嶼)나 돌출된 지형지물이 거의 없어서 항만을 개발할 때 엄청난 공사비를 수반한다. 그래서 동해는 대형 항만인 부산항, 울산항, 포항항 등 대형 항만들이 존재하지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파도를 막기 위한 방파제를 건설해야 한다.
북한 역시 같은 지형을 가지고 있다. 동고서저 즉, 북한의 항만들 중 대형 항만은 서해안의 남포항을 빼고 대부분 동해안에 존재한다. 대표적인 항만이 나진, 선봉, 청진항, 원산항 등이다. 나진항은 일제가 100여 년전 중국 동북지역에 만주국을 설립하고 일본과 만주국을 연결하는 출해구(出海口)로 일찌감치 정한 항만이다. 일본이 나진항을 자국과 연결하는 물류거점으로 선정한 이유는 자연 지리적 여건 때문이다. 나진항은 동해처럼 깊은 수심을 가지고 있으나 나진만 내부로 항만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 또한 나진항 앞 바다에 대초도(大草島), 소초도(小草島)가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 방파제 공사비가 거의 들지 않는 항만이다. 그리고 배후로 중국 훈춘까지 54km, 러시아 하산까지 70km의 위치 입지하고 있다. 만약 동북아의 내륙과 연결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매우 우수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결국 일제가 100년 전 이 항만을 군사와 경제적 관점에 물류거점으로 만든 것이 이러한 이유이다. 나진항은 3개(1호, 2호, 3호) 부두로 구성되어 있으며, 면적은 약 38만㎡, 안벽 길이는 2,515m이다. 동시 접안 척수는 13척, 선박 규모에 따라 최대 16개 선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나진항 1호 부두는 중국기업이 운영 중이다가 계약이 만료되었으며, 3호 부두는 북러 합자 법인(러시아 지분 70%)인 나선콘트란스가 운영 중이다. 현재 최대 수심은 3호 부두의 12.5m이며, 주로 석탄, 잡화, 목재, 컨테이너 등을 처리한다. 한편, 나진항에서 러시아 하산 방향으로 대략 20km 더 북쪽으로 가면 선봉항이 있다. 이 항만은 과거 북한의 원유수입 항만으로 우리나라의 울산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나진과 선봉 중간지역에 있는 승리화학공단에 필요한 원유와 액체화물을 공급하는 항만이다. 항만 면적은 약 19만 5천 ㎡이며, 처리 능력은 돌핀시설 25만 톤, 안벽시설 1만 톤급 2척이 동시 접안 가능하다. 계류 시설로부터 부두까지 3,200m의 해저 송유관이 설치되어 있으며 송유관의 수심은 시작점 21m, 끝점(계류 안벽) 수심은 8m이다.
나진시와 나진항 전경 ⓒOlegKiriyanov http://vk.com/vkoree; www.prokorea.ru
나진항은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한 가공무역이 용이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북한 경제 개방 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연 지리적 장점뿐만 아니라 북·중·러 국경에 위치한 지정학적 장점이 지경학적 장점으로 연결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오래 전부터 나진선봉지역을 경제특구 지역으로 지정해서 개발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나선경제특구는 북한에서 보기 드문 해안변 평야 지대로 남으로 청진과 북으로 러시아 국경까지 해안선을 따라 크게 펼쳐진 곳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교통의 요지였고 도시가 일찍 발달한 곳이다. 예전부터 동해안을 따라 항만, 철도 그리고 도로가 서로 연결되며 넓은 공간인 나진과 선봉시에 중국, 러시아, 일본에서 우리나라와 교역을 하기 모이던 곳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나진항이 있었다.
중국 동북 2성(길림성, 흑룡강성)의 화물들도 나진항을 통해 대양(大洋)으로 나가고 들어올 것이다. 중국 정부가 주창한 중외중(中外中) 전략은 중국에서 생산하거나 소비되는 제품들이 제3국 항만을 이용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이는 북한의 나진항과 청진항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정책이다. 이런 측면에서 나진항은 중국 입장에서 동북 2성의 경제 발전을 위해 아주 중요한 항만인 것이다. 러시아는 부동항 확보가 국가의 역사적 숙제이며, 러시아의 크름반도 침략도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부동항 확보이다. 현재 러시아 극동지역의 블라디보스톡을 포함한 대부분 항만들은 겨울에 대부분 결빙이 되어 완전한 부동항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나진항 투자는 이러한 배경에서 중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북한의 나진항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초도에서 바라본 나진항 전경 ⓒOlegKiriyanov http://vk.com/vkoree; www.prokorea.ru
최근 북한 국경의 두만강항에서 군수물류가 러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미국 북한 관련 연구소들의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두만강역은 나진항과 연결되어 러시아 하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군수물자가 러시아로 가고 러시아의 식량이나 에너지자원이 북한으로 올 경우 나진항을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량의 화물들은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용이하나 대량의 화물들은 선박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러 간 부피가 작은 군수물자는 철도로 부피가 큰 군수물자는 선박을 통해 나진항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 언급한 나진항의 지경학적, 지정학적 가치로 인해 주변 국제환경 변화에 따라 나진항의 이용 방법은 아주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나진항 지분 확보와 활용을 위해 우리나라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현재 국제정치관계는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나진항을 활용하거나 지분을 확보하는데 획기적인 변화없이는 어려워 보인다. 반대로 나진항을 러시아나 중국이 경제적, 군사적 관점에서 이용할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나진항 가치에 유념하여 중국과 러시아가 나진항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 관찰 그리고 분석이 필요하다.
부산항은 지경학적으로 미래 나진항을 연결항만으로 포함시키는 모항(母港)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나진항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부산항은 나진항을 포함한 북한 동해지역의 항만들이 미래 하부 연결항만으로 관리를 할 수 있는 고민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나진항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제안은 어렵겠지만 북한의 핵 포기와 연동해서 남북 경협이 시작될 경우 경제분야에서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사업 중 하나일 것이다. 부산이 동북아의 중심항으로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양과 대륙을 아우르고 연결하는 물류 거점이자 경제 중심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극동러시아, 북한, 중국 동북지역 항만들을 하부 연결항만으로 관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전략적 고민도 동시에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