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버리는 것들’의 대변신 업사이클로 만든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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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우 핫한 브랜드가 있다. 프라이탁(Freitag)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업사이클링 가방 전문 브랜드 회사다. 1993년에 프라이탁 형제(마커스 프라이탁, 다니엘 프라이탁)가 창업했다. 버려진 트럭 방수포와 자전거 튜브, 자동차 안전벨트 등을 재활용해 어깨에 매는 메신저 백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회사 설립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에서 만든 가방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유명하다. 세계 주요 도시와 유명 패션가 곳곳에 매장이 입점해 있다. 우리나라 홍대와 압구정동, 제주에도 상점을 냈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자그마한 소품 하나가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괜찮은 솔더백은 보통 3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다. 그럼에도 이 징한(?)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프라이탁의 경영 목표에 공감하는 체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이 많아서다. 특히 젊은 세대가 더 열광한다.
프라이탁 취리히 매장 모습 ©프라이탁 홈페이지 검색자료(2023. 12 22)
프라이탁만의 성공 비결
그럼 이 같은 프라이탁의 성공 비결은 뭘까? 의외로 간단하다. 유니크한 디자인과 경험이 첫 번째 항목이다. 프라이탁 가방은 모두 원재료의 패턴과 로고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 제품을 나는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각인시켜 주는 효과가 크다. MZ 세대의 특성을 그대로 투영한 결과다. 또 있다. 고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퍼포먼스를 연다. 브랜드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의미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프라이탁 건물은 그 자체가 압권이다. 서 있는 입체 광고판인 셈이다. 매장 공간 구성이나 상품 디스플레이도 프라이탁스러움을 강조한다. 전 세계 매장 어디에 가도 같은 곳은 하나도 없다. 각각 매장마다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면서도 ‘어 여기가 프라이탁이네!’라는 느낌을 풀씬 풍긴다. 프라이탁 형제의 매우 영악한 마케팅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프라이탁 매장 모습(위: 상하이, 아래 압구정동) ©프라이탁
지속가능 경영 모델 구축
전문가들은 이를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평가한다. 프라이탁은 친환경적인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제품뿐만 아니라 본사 건물, 가구, 포장, 홍보 등 모든 접점에서 업사이클링의 철학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고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SNS, 뉴스레터,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는 능력도 빼어나다. 이 같은 지속 가능한 모델이 이 회사의 성공 요인이 하나다. 공정을 단순화하여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원자재를 원활하게 수급받기 위해 유럽 교통의 중심인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또한, 재단사들이 한땀 한땀 손으로 마감하여 제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덧붙인다. 프라이탁이 폐기물 업사이클링의 선두 주자로서 친환경적이고, 독특한 가방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프라이탁 제품과 가격 ©프라이탁 홈페이지 및 29cm 홈페이지 검색 자료(2023. 12. 23)
폐어망을 사업화 한 기업
프라이탁과 달리 바다 쓰레기, 좀 더 정확하게는 폐어망 등을 자원화하여 사세를 키운 기업도 있다. 이탈리아의 아쿠아필(Aquafil)이다. 1965년에 지우리우 보나찌(Giulio Bonazzi) 가 설립한 이 회사는 나일론을 생산하던 섬유업체였다. 2011년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폐어망과 버려진 카펫 등을 재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바닷가의 골칫거리였던 폐어망을 수거한 다음 세척과 분리 등 처리 공정을 거쳐 에코닐(ECONYL®)이라는 재생 나일론 원사를 생산한다.
아쿠아필 홈페이지 초기 모습 ©아쿠파일 홈페이지 검색자료(2023. 12. 22)
아쿠아필 창업자 지우리우 보나찌 ©아쿠아필 홈페이지 검색자료(2023. 12. 22)
아쿠아필에 따르면, 에코닐 1만 톤을 활용할 경우, 원유 사용량을 7만 배럴가량 줄일 수 있고, 6만 5,000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들어 에코닐은 ESG 열풍을 타고 더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아쿠아필은 글로벌 유명 패션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와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같은 이탈리아 회사인 구찌와는 이미 오래전에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프라다 그룹과 프라다 에코닐이라는 특별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패션 기업뿐만 아니라 나이키, 아디다스, 스피도 등 글로벌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와도 다양한 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쿠아 필의 성공 비결
아쿠아필의 이 같은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순환 경제를 실천하는 창업자의 강력한 의지와 부단한 혁신 기술 개발이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다. 첫째, 지속 가능한 소재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아쿠아필은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고품질의 나일론 섬유를 만드는 ECONYL®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ECONYL®은 폐어업용 그물, 카펫, 의류 등에서 회수한 폐나일론을 새로운 섬유로 재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환경 오염을 줄이는 한편,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고, 자원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프라다 그룹이 에코닐을 사용하여 만든 제품 ©프라다 그룹 홈페이지 검색자료(2023. 12. 22)
둘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이다. 아쿠아필은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유럽, 아시아, 미주 등에 생산 및 판매 기지를 두고 있다. 현재 16개국에 18개의 공장과 4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5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한다. 셋째,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점이다. 아쿠아필은 연구개발을 통해 섬유 산업의 표준을 높이는 기술을 축적했다. 예컨대, 폐기물에서 나일론을 분리하고, 재생산하는 기술(디폴리머라이제이션)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섬유의 색상, 강도, 내구성 등을 향상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넷째, 폐어망 등의 수거 시스템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2013년에 친환경 양말을 생산하는 스타 삭(Star Sock)과 공동으로 ‘건강한 바다 재단(Healthy Seas Foundation)’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재단은 해마다 7만 톤이 넘는 폐어망을 수거한다. 또한 노르웨이의 폐기물 수거·처리업체인 노피르(Nofir)와 유럽의 나일론과 가죽, 고철 재활용 공장을 연계한 Eufir 시스템(해양 쓰레기 수거 및 재생 원료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폐자원 활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쿠아필 공장 모습 ©아쿠아필 홈페이지 검색자료(2023. 12. 22)
두 기업의 마케팅 전략
프라이탁이나 아쿠아필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순환 경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장소가 뭍이나 바다이냐의 차이가 있지만, 남이 눈여겨보지 않던 폐기물은 업사이클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게 매우 고상하고, 뛰어난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프라이탁과 아쿠아필은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든다는 브랜드 이미지로 입지를 굳혔다. 의도의 유무를 떠나 소비자에게 고유한 가치를 제시한 것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결론을 말하면, 프라이탁과 아쿠아필은 각각 버려진 트럭 방수포나 폐기물에서 회수한 폐나일론(폐어망 등)을 재활용하여 고품질의 가방과 섬유를 만드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하면서 제품이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에 기여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게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유니크하고, 세련된 디자인 감각도 제공한다. 자신들의 제품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소비자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매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최근의 소비자들은 이 같은 가치에 열광한다. 그리고 찬미한다.
최재선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