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마다가스카르, 때묻지 않은 인도양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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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Madagascar), 우리한테는 ‘마다가스카’라는 만화영화를 통해 소개되어 알게된 정도의 나라이다. 사실 그 영화 속에 나오는 동물 중 여우원숭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지 않지만 어쨌든 덕분에 우리한테 아름다운 미지의 낙원이자 신비로운 곳으로 인지되고 있다. 최근 국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마다가스카르가 소개되면서 우리한테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마다가스카르는 그 프로그램을 통해 조명되는 것처럼 신기하고 특별한 곳이기도 하지만 모든 국가가 가지는 비슷한 굴곡의 역사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약 10년 전 한국의 한 물류기업이 마다가스카르에서 농장과 물류 인프라 개발을 위해 노력했고 그 기회로 한국 사람들이 평생 한 번 가 보기 힘든 마다가스카르를 저자는 여러 차례 다녀왔었다. 아직도 선한 눈을 가진 착한 사람들, 아프리카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 계단식 논과 물소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 곳, 어느 우주 행성에서 볼 듯한 우뚝 솟은 바오밥 나무 행렬, 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인 작은 쪽배로 잡아 올린 랍스터만 한 새우, 매우 매혹적인 맛을 가진 저렴한 프랑스산 와인 등 그들의 복잡하고 굴곡 많은 역사가 만들어 준 환경이 모두에게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마다가스카르는 원래 기원전 3~5세기 오세아니아 도서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이 최초의 거주자였으나 이후 해류를 타고 온 동남아 말레이시아계인, 7~9세기경 아랍상인들, 9세기경 아프리카 동남쪽에 거주하던 반투족 그리고 11세기 인도 남부의 타밀족들이 시대를 달리하여 이주하면서 서로 대립하고 화합하면서 현재까지 오게 되었다. 17세기 이후 권력을 주도했던 메리나 왕국의 아시아계 원주민들은 주로 수도인 안타나나리보 주변에서 논농사하고 아프리카와 인도계 주민들은 이동해 왔던 해안변 항만도시를 중심으로 작은 국가들을 형성하면서 통합, 합병되는 과정을 거쳤다.1)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고원지대인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하이랜드(High land)로 해안변 항만도시들이 있는 곳을 로랜드(Low land)로 구분하는데, 하이랜드는 안타나나리보, 안치라베를 비롯한 중부 고원지대의 아열대, 온대지역에 사는 말레이 인도네시아계 사람을 지칭하고 로랜드는 중부 이외 동·서부 저지대의 열대지역에 사는 아프리카계 인종을 지칭한다.
마다카스카르 바오밥 숲과 주변 논농사 지역 ⓒ이성우
마다가스카르는 국토 한 가운데 고원지대에 위치한 안타나나리보라는 수도를 중심으로 해안변 주변에 다수의 항만도시로 구성되어 있다. 수도와 항만도시 사이는 초원, 밀림, 사막, 산악지역 등 다양한 식생이 동시에 분포하는 곳이다. 참고로 마다가스카르는 섬이지만 우리나라의 8배에 가까운 국토 면적을 가지고 있음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 네 번째로 큰 섬이자 두 번째로 큰 섬 국가 그리고 세계에서 46번째로 큰 국가이다.2) 이런 역사적 이유와 고립된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마다가스카르 일부 항만도시들과 수도 안타나나리보만 발전하게 되었으며 과거 노예무역이 번성했을 때는 서북부 마하장가와 서남부 모른다바가 주요 노예무역의 거점 항만 역할을 하였다. 이후 마하장가항은 서북부에서 아프리카 지역과의 무역 거점기능을 유지하였으나 모른다바는 상업 항만기능이 쇠퇴하고 배후 바오밥 숲과 어항 기능을 결합한 관광지로 변모하였다. 마다가스카르의 열악한 교통·물류 인프라는 이들 지역이 고립된 채 발전하게 되었다. 대신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와 가까운 동부지역의 인구 43만 명 정도의 타마바브가 마다가스카르의 최대 항만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다. 마다가스카르의 항구도시로는 동중부의 타마타브(Tamatave), 서남부의 톨리아라(Toliara), 북동부의 안치라나나(Antsiranana) 그리고 북중부의 마하장가(Mahajanga), 동남부의 톨라그나로(Tolagnaro)가 대표적이다. 이들 다섯 개의 항구도시와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 마다가스카르 전체 인구의 5분의 4가 살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항구도시인 타마타브(현지명 토아마시마)는 마다가스카르의 주요 수출품인 바닐라, 니켈, 정향, 의류, 코발트 등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마다가스카르는 세계 천연 바닐라의 80%를 공급하고 있으며, 사파이어의 전 세계 공급량 50%를 차지하고 세계 최대의 티타늄 매장지이기도 하다.3) 특히 우리나라 광물자원공사가 10여년 전 대주주로 있는 암바토비의 니켈광산도 마다가스카르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주요 광물 공급망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항만 ⓒ이성우
마다가스카르가 세계인들한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포루투갈의 디에고 디아스 선장이 처음 상륙한 이후부터이다. 프랑스인들이 17세기 후반에 마다가스카르의 동해안을 따라 교역소를 설립했는데 대략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마다가스카르는 해적과 유럽 상인, 특히 대서양 횡단 노예무역에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었다.4) 당시 유럽에서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기 위해 마다가스카르의 서안 혹은 동안 항로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노린 해적들의 활동, 선박의 중간 보급지, 유럽-인도-아프리카의 교역 시장 등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해상 무역으로 창출된 부는 마다가스카르에 조직화 된 왕국들의 부상을 촉진하였다. 17세기 동부 해안의 베시미사라카 동맹과 서해안의 사칼라바 추장국 그리고 현재 수도가 있는 중앙고원의 메리나 왕국 등이 등장해서 상호 대립과 견제를 하면서 성장하다가 18세기 메리나 왕국으로 통합되었다.5) 그러나 마다가스카르는 중앙의 고원지대와 해안의 항만도시 간의 교통물류 연결망 부족으로 상호 인적, 재화의 교류가 힘들었다. 그래서 근대국가로 성장하지 못하고 쉽게 유럽 열강들한테 침탈을 당하면서 식민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마다가스카르는 1896년부터 60여 년간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으며 많은 약탈에 시달렸다.
1960년 마다가스카르는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였고 이후 헌법을 개정하며 네 번의 공화국을 거쳤으며 친프랑스 정부인 제1공화국(1960-72년), 사회주의 혁명을 통한 제2공화국, 다당제 민주주의와 국회에 권한을 부여하는 제3공화국(1992-2010)으로 이어졌다.6) 그러나 결국 지속되는 부패로 인해 2001년 기업가 출신의 마크 라발로마 나나가 진보적인 경제 및 정치 정책으로 등장했으나 현재 대통령인 반대파 안드리 라조엘리나와 대립하면서 아직 정치적 안정을 못찾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오늘날 마다가스카르는 이런 복잡한 인종구조, 식민지배, 자연적 고립성, 사회인프라 부재, 정치적 혼란, 법제도 미흡 등이 맞물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로 남아있게 되었다.
마다가스카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다로 둘러싸인 입지와 국토의 풍부한 자원들을 활용하여 수도와 항만도시 간의 교통물류 인프라를 강화해서 국가 전체의 균형된 경제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마다가스카르는 넓은 국토에 비해 아주 빈약한 교통물류 인프라로 인해 경제 발전이 힘든 상황이다. 현재 상황과 별 차이 없는 2010년 기준 통계를 보면 마다가스카르는 약 7,617km의 포장도로, 854km의 철도, 432km 항해 가능한 수로가 있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2022년 기준 도로 길이가 114,314km이고 포장률은 95.2%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8배에 달하는 국토면적을 가진 마다가스카르의 도로 길이는 우리나라의 6.7% 밖에 안되는 상황이다. 한편 마다가스카르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이며, 아래 사진처럼 우기에는 많은 도로가 통행할 수 없다. 대부분 포장도로는 6개의 가장 큰 도시인 안타나나리보와 연결하고, 작은 포장 및 비포장 노선은 각 지역의 주요 도시로 연결된다. 안타나나리보에서 유명한 관광지인 모른다바까지 건기는 차량으로 25시간, 우기는 1박 2일 이상 걸리며, 430km 정도 거리의 타마타브항까지도 차량보다는 경비행기로 이동하는 게 나을 정도로 열악한 교통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우기 때의 마다가스카르 도로 ⓒ이성우
한 국가의 국운은 결국 정치에 달려있다고 한다. 마다가스카르는 아직 정치적 혼란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그들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 그들의 교통물류 인프라 부재는 경제 성장의 작은 불씨마저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저자가 수도인 안타나나리보 인근 안치라베라는 휴양지 겸 아보카도 산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아래 보는 사진처럼 엄청난 크기의 아보카도를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판매 하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아보카도를 보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만약 한국에서 수입한다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겠다였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판매되는 아보카도의 3~4배 크기인데 가격은 5~6개 한 바구니 1,000원이라니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맛 역시 국내에서 사 먹는 아보카도보다 더 고소하고 담백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오면서 다시 한번 이 국가의 안타까운 현실을 각인할 수밖에 없었다. 숙소가 있는 수도로 돌아오는 100km 안 되는 거리를 5시간 이상 걸리며 나의 생각은 이 도로와 항만 상태로 어떻게 저 과일을 항만으로 옮겨서 외국으로 수출할 수 있을까? 아마 천문학적인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저 가격으로 아보카도를 해외에 수출할 수 없을 것이고 이 놀라움도 없던 일이 될 것이다.
안치라베 시장 아보카도 ⓒ이성우
마다가스카르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정치 안정과 함께 주요 거점을 연결할 수 있는 항만, 도로, 철도 건설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경험했던 국토개발의 과정을 이들에게 전수해 줄 수만 있다면 이 아름다운 낙원을 전 세계인들이 함께 즐기고 마다가스카르 국민들도 국가 발전을 통해 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최근 우리나라 국민들한테 관심을 끌고 있는 마다가스카르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양국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방안으로 방안으로 그 관심을 실질적 협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양국 협력의 첫 단추는 그들의 경제 골격인 항만, 철도, 도로 인프라 건설부터일 것이다.
1) 재구성 : "Genome-wide evidence of Austronesian–Bantu admixture and cultural reversion in a hunter-gatherer group of Madagascar", Pierron 외 다수,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1 (3): 936–941.
2) 발췌: 「The World Factbook」, Central Intelligence Agency (2011).
3) 발췌 및 재구성: "The real price of Madagascar's vanilla boom". Pilling, David, Financial Times(2018.8.20)
4) 발췌 및 재구성: "Background Note: Madagascar". U.S. Department of State. Bureau of African Affairs(2011.5.3)
5) 발췌 및 재구성: "Kingdoms of Madagascar: Maroserana and Merina". Metmuseum.org. 2011
6) 발췌 및 재구성: "Political change in Madagascar: populist democracy or neopatrimonialism by another name?". Marcus, Richard, Occasional Paper No. 89. Institute for Security Studies(2008)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