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두 남녀가 만든 수산물 구독 서비스 영국의 솔쉐어(Sol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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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도스라이트(Theresa Douthwright)는 수산물 애호가다.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다이버 연구원으로 몇 년 동안 일하다가 ‘바다가 너무 좋아’ 2010년대 초반에 영국으로 옮겨왔다. 런던에서 지속 가능한 식품 소비 운동을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익혔다. 2012년에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오시스터 바, 마더 셔커스(Mother Shuckers)를 열었다. 굴 생산 어부와 도시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일종의 수산물 직거래 팝업 레스토랑이었다. 그곳에서 영국 태생 잭 클라크(Jack Clarke)를 만났다. 잭은 본래 자생적으로 성장한 해양 생물학자였다. 열대 바다를 탐험하는 해양 노마드 생활을 여러 해 동안 하면서 마음속에 작지만, 단단한 꿈 하나를 키웠다. 현장에서 갈고 닦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영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돈은 적게 벌어도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이었다. 2013년에 환경 농업부 펀딩을 받아 캐치박스(Catchbox)를 설립했다.1)영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지역사회 지원 어업(Community Supported Fishery, CSF)’ 회사다. 캐치박스를 2017년까지 4년 동안 운영했다.
솔쉐어 홈페이지 초기 화면 ⓒ솔쉐어 홈페이지 검색자료(2023. 12. 30)
솔쉐어 유통 경로 ⓒ구글 검색자료(2023. 12. 28)
두 남녀가 바다가 좋아 만든 회사
지속 가능한 바다에 관심이 매우 컸던 테레사와 잭이 의기투합하여 다시 만든 회사가 오늘 우리가 만날 솔쉐어(Soleshare)다. CSF를 기반으로 영국에서 수산물 구독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혁신기업이다. 커뮤니티 지원 어업이란 지역 어부들과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어 신선하고, 계절에 맞는 해산물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CSF와 연계된 솔쉐어의 운영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반적인 형태의 정기 구독 서비스와 비슷해서다. 솔쉐어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할 때 내가 받고자 하는 수산물의 양과 배달 주기, 픽업 장소 등을 적어 넣으면 끝이다. 물론 주문한 양과 배달 주기 등에 따라 회비(가격)가 책정된다. 솔쉐어에서 현재 제공하는 수산물은 손질한 것과 손질하지 않은 것, 필렛 형태로 자른 것, 그리고 요리하기 좋게 요리사가 미리 손질한 것 등 모두 4가지다. 주문한 수산물을 런던 시내에 있는 픽업 포인트로 보낼 때는 그 수산물 정보와 요리법도 같이 나간다. 현재 솔쉐어에는 500명가량의 회원과 10여 명의 지역 어부가 참여하고 있다. 솔쉐어는 지역 어부들과 소비자들이 서로 협력하고, 신뢰하고, 배우고, 즐기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새로운 일을 하는 셈이다.
솔쉐어 창업자 및 지역 참여 어업인 ⓒ솔쉐어 홈페이지 검색자료(2023.12.30)
커뮤니티 지원 어업 비즈니스 모델
솔쉐어의 수산물 정기 구독 서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지원 어업 비즈니스 모델을 알아야 한다. 세계식량농업기구와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이 모델은 수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 어업인을 지원하는 가장 좋은 정책 대안의 하나다. 즉, 현지에서 조업한 신선한 해산물을 판매하기 위한 대안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농업 부문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지역사회 지원 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CSA)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CSF 프로그램은 회원들이 매주(또는 매달) 선불 형태로 회비를 지불하고, 지역 어업인들이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플랫폼으로 통해 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07년에 미국의 메인주(포트 클라이드)에서 처음 시작됐다. 그 후 미국과 유럽 등지로 퍼져 나갔다. 회원들에게 현지에서 잡은 고품질의 해산물을 제공함으로써 어업인, 소비자 및 연안어업 공동체 사이의 긍정적인 관계를 촉진하는 것이 목표다. 건강한 어촌 공동체를 유지하는 한편, 해양 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수산자원의 회복을 돕는 이점이 있다.
솔쉐어 회비 및 배달 레시피 ⓒ솔쉐어 홈페이지 검색자료(2023.12.30)
솔쉐어가 만드는 지속 가능한 바다
솔쉐어의 강점은 우선 남이 하지 않는 새로운 길을 간다는 점이다. 구독 경제라는 용어가 하나의 경제 현상으로 자리 잡기 전인 2010년 초부터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농업 부문에서 이미 검증된 지역 사회 지원 프로그램을 수산 부문으로 확장하여 적용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특히 CSF 프로그램은 어업 현장에서 수산물을 잡는 어업인에서 시작하여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단계 유통 경로를 건너뛰는 거래 방식이다. 중간에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쉐어가 들어 있지만 궁극적으로 수산물의 생산과 소비는 직거래 방식을 취한다. 어업인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신선한 수산물을 비교적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 유통단계를 줄여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가장 핵심적인 혁신 포인트는 지속 가능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모두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업인의 경우는 가입 대상이 연안 소규모 어업으로 제한된다. 배 길이는 10미터를 넘을 수 없고, 수산물의 남획을 초래하는 어구·어법은 아예 사용할 수 없다. 현장 지침서(manifest)까지 만들어 실천한다.
솔쉐어에서 배달하는 수산물 종류 ⓒ솔쉐어 홈페이지 검색자료(2023.12.30)
수산물 구독 서비스가 정착되려면
그럼에도 솔쉐이가 가고 있는 길은 일반적이지는 않다. 어업인과 회원들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고, 지역 사회와 환경에 기여하는 비영리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솔쉐어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역 사회와 환경에 이익을 주는 동시에 고객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의 확장성과 영속성 측면에서 볼 때는 몇 가지 한계를 안고 있다. 우선 솔쉐어가 창업한 2013년 이후 참여 회원이나 지역 어업인이 많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추측건대, CSF 프로그램에 공감하는 이른바, 충성도가 높은 가치소비자와 어업인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인다. 둘째, 회원인 소비자가 원하는, 또는 먹고 싶은 수산물을 고를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오로지 지역 어업인이 잡은 수산물을 주문한 양과 배달 주기에 따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또 주문한 수산물을 픽업하는 장소가 영국 런던의 10개 포인트로 한정되고, 예외적으로 보냉 가방(쿨링백)을 이용한 배달 서비스만 제공된다. 사업의 확장성 측면에서는 약점이다. 이 같은 현안을 해결한 경우 앞으로 솔쉐어의 지속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탈탄소와 ESG가 기업 경영의 가장 큰 현안으로 등장했다. 이 같은 가치에 가장 크게 부합하는 기업의 하나가 솔쉐어다. 앞으로 솔쉐어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뻗어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최재선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