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지구별 크루즈 여행자 인생 여행을 소망하는 당신에게 딱 맞는 크루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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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은 타고난 만담가였다. 우리에겐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소설가로만 알려진 그가 세상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The Innocent Abroad’라는 지중해 여행기를 발표한 1896년이었다. ‘순진한 사람들의 해외여행기’쯤으로 해석되는 제목의 이 여행기는 난생처음 유럽에 온 미국 여행자들이 크루즈로 지중해를 여행하다 마주친 생소한 외국의 문화와 환경에서 겪은 경험과 문화 충돌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여행기로 그는 일약 미국의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고 유럽의 크루즈 문화가 미국인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이때가 시작이었을까? 당시만 해도 유럽 부자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크루즈가 지금은 일반 서민에게도 편안하고 유쾌한 여행으로 인식되며 세계 각국에서 매년 3천만 명 이상이 즐기는 최고의 여행이 되었다.
크루즈 풍경 ⓒ클립아트
크루즈의 시작은 유럽이었지만, 본격적인 대중화는 미국에서 이뤄졌다. 7080 이전 세대라면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인 ‘사랑의 유람선(The Love Boat)’은 1977년부터 1986년까지 9년 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방영되었던 당대 최고의 드라마였다. 프린세스크루즈의 퍼시픽 프린세스호(Pacific Princess) 선상에서 승무원들과 승객들 사이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매우 유쾌하게 그려낸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크루즈여행은 모든 사람에게 로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항공산업의 발달로 이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세계 각지의 크루즈를 마음껏 찾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막상 가겠다 마음먹은 후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다. 주변을 둘러봐도 다들 부럽다고만 하지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요즘 유행하는 MBTI처럼 모든 사람은 각자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고 형편도 다르다. 크루즈 역시 제대로 즐기려면 자기에게 맞는 크루즈를 제대로 찾아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는 크루즈여행을 전문으로 상담해주는 크루즈 컨설턴트(cruise consultant)라는 직업이 존재한다.
이탈리아 친퀘테레의 전경 ⓒ클립아트
여러 견해가 있지만, 크루즈가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지중해라는 것이 정설이다. 연중 온화하고 활짝 갠 날이 많은 지중해는 썬텐을 즐기는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또한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크로아티아 등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들을 연결하는 크루즈 항로는 한 번의 여행으로 서양의 문화와 역사를 편안하게 탐방하려는 동양권 관광객에게도 인기이다. 지중해 크루즈는 장화 모양의 이태리 반도를 중심으로 왼쪽을 서부 지중해, 오른쪽을 동부 지중해로 구분하는데, 이태리의 사보나, 프랑스 니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이 속한 서부는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연중 온화한 날씨 속에서 휴양을 즐기기에 좋고, 이태리 베니스, 크로아티아 드브로브닉, 그리스 산토리니 등을 포함한 동부 지중해 지역은 유럽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지만 대형 항구를 개발하기 어려운 지역이라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크루즈선이 기항한다. 즉, 크루즈 선상에서의 경험보다는 육상에서의 경험에 더 가치를 둔 여행객에게 적합하다. 하지만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생겨나 높은 파도 때문에 겨울에는 운항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여행 기간은 두 지역 모두 7~9일 정도이다. 따라서 본인의 성향이 조용한 휴양을 좋아한다면 서부 지중해를, 호기심이 많아 역사적인 문화재를 직접 보고 싶다면 동부 지중해 크루즈를 선택해야 한다.
북미는 전 세계 크루즈선의 절반이 운항하는 세계 최대의 크루즈 운항권이다. 하지만, 북미도 지역마다 나름의 특징이 있다.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캐리비언은 미국 본토와 가까운 외국이면서도 영화 속 장면 같은 아름다운 섬이 곳곳에 널린 곳이다. 연중 따뜻하여 일광욕을 맘껏 즐길 수도 있지만, 돈 많은 크루즈선사들이 섬을 통째로 사들여 한국의 캐리비언베이 이상의 놀이공원으로 개발하거나 심지어는 섬 전체를 디즈니 왕국으로 만들기도 해서 남녀노소 온 가족이 즐기기에 이상적인 곳이다. 크루즈 여행객이 많다 보니 크루즈선은 6천 명 이상의 승객이 탑승하는 22만 톤급의 로얄캐리비언 오아시스 급 크루즈선을 비롯한 초대형 선박들이 대부분이다. 달리 말하면, 세상의 온갖 재미난 것들이 다 모여 있지만, 너무나 크고 너무나 많은 사람으로 인해 온종일 쉴 틈이 없는 크루즈인 셈이다. 그러니 어린이가 있는 젊은 가족에게는 강추, 조용한 휴양을 즐기려는 노년의 부부에게는 피하시라 손사래를 칠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알래스카 해안 전경 ⓒ클립아트
노년의 부부라면 시애틀에서 출발해 캐나다 밴쿠버를 거쳐 알래스카를 다녀오는 코스를 권장한다. 크루즈 안에서는 매일 품위 있는 행사와 파티가 열리고 알래스카에 도착하면 북반구 자연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한눈에 만끽할 수 있다. 만약 북미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는 여행을 선호하는 액티브 실버층이라면 미국의 심장 뉴욕과 캐나다 몬트리얼, 퀘벡 등을 다녀오는 미국 동부 크루즈를 권한다.
이렇듯 지중해와 북미는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양대 크루즈 권역이지만 한국인에게는 너무 멀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실상 크루즈 요금은 그리 높지 않은데 먼 곳까지 다녀오기 위한 항공비와 현지 체류비가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고 왕복하기 위한 비행시간 또한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좀 더 가까운 동남아를 찾는 분들도 많다. 최근 동남아에서 가장 핫한 크루즈 출발지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짧은 일정에 말레이시아 페낭이나 태국 푸켓을 다녀올 수 있고 날씨도 온화하다는 장점이 있다. 굳이 단점을 짚으라면 동남아 여행 특성상 해외여행 매너에 익숙지 않은 중국인 승객의 비중이 높아 크루즈 선내가 번잡할 가능성이 크다.
정박한 크루즈 ⓒ클립아트
그렇다면, 크루즈의 묘미를 즐기면서도 항공비나 체류비 부담이 적고 한국어를 사용하며 편하게 해외를 다녀올 방법은 없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시작한 것이 외국의 크루즈선을 가져와 한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전세선이다.
매년 부산에서 출발하는 전세선 크루즈를 띄워 호평받아 온 팬스타크루즈가 2024년에도 5월26일과 6월3일에 유럽 1위 크루즈 선사인 코스타크루즈의 코스타 세레나호 전세선을 운항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산항을 출발한 코스타 세레나호는 이태리 나폴리, 홍콩과 더불어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히는 관광지이지만 항공편이 없어 여행하기 힘든 북해도의 하코다테와 사과로 유명한 아오모리, 고시히까리 쌀과 사케로 유명한 니이가타를 다녀올 것이라 한다. 이참에 지중해와 캐리비언에서의 본격적인 크루즈에 앞서 몸도 맘도 편한 부산 출발·도착 크루즈로 예행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심상진
(현) 한국크루즈포럼 부회장
현대그룹 26년 근무
현대아산 관광사업본부 담당 중역
현대금강산사업소 총소장
(전)경기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한국크루즈포럼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