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친환경 시대의 해양 금융: 녹색금융과 지속가능성 연계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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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해운산업의 탈탄소화는 매우 중요한 어젠다이다. 특히 올해는 해운에서의 탈탄소화에 대한 국제 규범들이 본격적으로 실행에 들어가는 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운사들의 대응이 긴급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집약도 (CII) 등급 발표가 금년 4월에 예정되어 있어 CII 등급이 D~E 급인 선박들은 폐선이나 등급 개선을 결정해야 한다. 또한 올해부터 EU는 탄소배출권(ETS) 제도에 해운을 포함시킴으로써 유럽을 항해하는 선박들은 탄소 배출량에 따라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적지 않다. 이러한 해운 부문에 대한 탈탄소화 강제 조치들은 2050년 넷제로(Net-Zero) 달성을 위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해운사들은 온실가스 감소를 위한 여러 수단들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머스크, CMA CGM 같은 세계적 대형 선사들은 메탄올, 암모니아와 같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들을 발주하고 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해운을 포함한 해양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세계 해운 관련 연구기관들의 추산에 따르면 2050년까지 1.4~3.4조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AERSK 사가 아시아 유럽 무역로에 최초 배치한 대형 메탄올 선박(적재 용량 16,000TEU) ⓒMAERSK
이처럼 막대한 투자가 가능해지려면 금융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박에 대한 투자 시 선주는 자기 자금으로 20% 정도 부담하고 나머지 80%는 타인자본으로 조달한다. 이는 결국 해운의 탈탄소화는 해양 금융의 지원 없이는 실현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해양 금융의 수요는 향후 상당 기간 기록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규모의 증가뿐만 아니라 해양 금융의 형태 역시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될 것이다. 바로 해운 부문의 녹색금융과 지속가능성 연계금융의 도입이 그것이다
녹색금융이란 환경친화적인 상품의 구입이나 프로젝트 투자에 제공되는 금융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금융은 대출, 투자, 채권발행 등 모든 금융수단들을 포함한다. 한편 녹색금융과 함께 지속가능성 연계금융도 ESG 개념의 등장과 함께 최근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친환경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넓은 의미로 같은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으나 이 두 금융은 금융의 대상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녹색금융은 환경적 개선이 있는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제공되는 금융인 반면, 지속가능성 연계금융은 친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및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기업 활동에 제공되는 금융을 말한다. 예를 들어 메탄올 연료 추진선박 건조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는 녹색금융의 범주에 들어가고, 선사가 조달 자금으로 선대의 탄소집약도를 일정 규모 줄이는 데 사용한다면 이는 지속가능성 연계금융에 속한다. 지속가능성 연계금융을 ESG 금융으로도 부르는데 이는 ESG 개념이 기업의 가치를 재무적 성과 중심에서 벗어나 장기적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좌) 환경적 개선이 있는 프로젝트에 제공되는 녹색금융
(우) 친환경 및 지배구조 개선 활동에 제공되는 ESG금융 ⓒCLIPARTKOREA
녹색금융과 지속가능성 연계금융의 경우 일반금융과 다른 몇 가지 원칙과 절차가 있다. 대출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녹색 대출의 원칙은 대출금 사용, 프로젝트 평가 및 선정 절차, 대출금 관리, 사후 보고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1. 대출금 사용이란 차주가 대출금을 친환경 프로젝트에 사용하겠다는 약속이며 이를 대출계약서에 명시한다. 명시된 모든 녹색 프로젝트는 명확한 환경적 이익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항은 평가되고, 필요시 정량화되어야 한다.
2. 두 번째로 프로젝트 평가 및 선정 절차는 금융기관들이 해당 프로젝트가 친환경 범주에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예를 들어 해양 부문에서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건조, 평형수 처리, 스크러버 설치 등이 포함된다.
3. 세 번째로 대출금 관리는 녹색 대출의 대출금은 별도의 전용 계좌로 관리되어야 한다.
4. 네 번째 사후 보고는 차주가 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금 사용 내역과 예상되는 효과 등을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지속가능성 연계금융은 녹색금융과 약간 차이가 있다. 조달 자금을 일반적인 기업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되 차주는 지속가능성 성과 목표(SPI)를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차주가 대출 기간 중 탄소배출을 10% 감축시키겠다면 이것이 지속가능성 성과 목표가 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연계금융의 경우 차주가 약속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금리 면에서 혜택을 얻게 되는데 만일 차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이에 대한 페널티를 지불해야 된다.
해양 금융에서 이러한 친환경 금융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해 2019년 주요 선박금융기관들이 모여 포세이돈 원칙이라는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현재 34개 은행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이들은 선박금융 대출 시 반드시 녹색금융의 원칙과 절차를 따르고 있다. 이들 은행이 세계 전체 선박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70%에 달해 현재 해양 금융의 상당 부분이 녹색금융 또는 지속가능성 연계금융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포세이돈 원칙에 가입된 34개 은행 ⓒPOSEIDON PRINCIPLES
지금은 기업들의 친환경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해양산업의 지속가능성 연계금융에 금융 조건 면에서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으나 조만간 녹색금융이나 지속가능성 연계금융이 해양산업의 자금조달에 있어 기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모든 해양 금융에 녹색금융 또는 지속가능성 연계금융의 방식과 절차가 적용된다는 의미이다.
해양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해양 금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 국내 선사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국내 선사 그리고 국내 금융기관들의 친환경 금융에 대한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재민
경제학 박사
(미국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 and Champaign)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전)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 금융대학원 교수 (전)
해양 금융연구소 대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