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해양디자인의 미래: 혁신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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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시작을 1919년 바우하우스1)에서 찾는 것은 과언이 아닐 것이다. 100여 년 전 시작된 이 운동은 오늘날 디지털 사회에서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그때의 디자인 개념이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고 있지만, 그 근본정신, 즉 혁신(innovation)의 명제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양디자인 분야에서의 혁신은 비 해양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다. 이로 인해 전체 산업 분야에서 해양디자인의 기여도는 지금도 10%에 불과하며, 자동차 및 가전 분야의 40%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해양디자인 분야는 새로운 기회와 숙제가 공존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1) 1919~1933년 독일에서 설립·운영된 학교로, 미술과 공예, 사진, 건축 등과 관련된 종합적인 내용을 교육하였다. 시작은 공예 부분의 장인을 육성하기 위한 학교로 출발했으며 그 뒤 현대 디자인을 완성한 장소로 변한다. @위키백과 @나무위키
2006년 국립 해양대학 씨그랜트 사업단과 국립 부경대학교의 산업디자인 학과와의 협업에서 처음으로 ‘해양디자인(Marine Design)’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당시 프로젝트에서는 데이터베이스(data storage platform), 협업 프로세스(co-working terminal process), 네트워크(digitalized network system)시스템이 해양디자인의 가장 시급한 요소로 꼽혔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하여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하였고, 해양디자인 분야는 여전히 소외된 채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기관의 소극적 대처로 인해 해양디자인 분야는 정체 상태에 있으며,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양디자인은 모양과 기능적 형태를 디자인하는 과거의 개념을 넘어서, 디지털을 응용한 혁신을 요구한다. 디지털 혁신(design orchestration system)은 어렵고 힘들지만, 동시에 흥미롭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디자인은 혁신(innovation)이지 발명(invention)이 아니다. 발명은 과학자에게 맡기고, 디자인은 또 다른 시장(another market)과 세계(another site)로의 도전이어야 한다. 보수적인 해양 분야는 바로 이 보수(analog)와 혁신(digital)의 양극화(dynamic design symmetry)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은 각각 그 시대의 앞서간 디자인특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혁신사례이다. 해양디자인에서도 이와 같은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인간성을 회복하는 포스트모던의 진보적 개념을 화물여객선인 페리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적용하는 등, 기능성 속에서 인간성의 배려(humanware)가 강조되는 사례도 좋은 예시이다. 기술적 혁신의 사례인 PERT(Program Evaluation and Review Technique)2) 시스템이 폴라리스 잠수함 개발에서 시작되었듯이, 해양디자인도 다원적 코웍 프로세스(Co-work through orchestration process)를 응용해 한 단계 더 나아간 DERT(Design Evaluation Review Technique)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역시 해양문화의 산물이지만 오히려 디자인 영역과 더불어 육상에서 더 많은 활용과 사용(useware)으로 확장 상태에 있다. 문화적 디자인 혁신의 사례로는 나오시마 섬이 있다. 아트웨어(artware) 개념을 입힌 나오시마는 최대의 관광지로 재탄생하여 경제적 재가치를 창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해양디자인의 혁신 가능성은 디지털사회에서는 각 분야가 서로 융합하고 연결하고 있어 혁신을 더쉽게, 폭넓게 무한대로 이룰수있다고 본다.
2) PERT(Program Evaluation and Review Technique)는 주어진 프로젝트가 얼마나 완성되었는지 분석하는 방법, 특히 각각의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계산함으로써 모든 프로젝트를 끝내는 최소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현재 디자인관련 생성형 AI 프로그램(thought ware)은 50여 가지가 넘으며, 모든 산업분야에 관계되어 있는 디자인은 산업 전 방위 분야에 걸쳐 빅데이터 오케스트레이션의 필수적요소가 되고 있다. 환경디자인 및 공공 분야, 건축 및 제품분야, 조선 및 레저, 드론과 로보틱스, 가상현실 및 프린팅 등의 퍼블릭 클라우드인 x축과 마케팅디자인, 엔지니어링디자인, 재료 및 구조적 활용 등의 프로세스 오케스트레이션인 y축, 그리고 융합적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인 복합적 역할의 z축(DERT)이 요구되고 있다.
융합적 디지털 프로세스에 의한 생체모방형 해양구조물 ⓒDaniel Gillen, Non-Linear Architecture Parametrics Workshop
유명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슈퍼요트 @zaha-hadid.com
초첨단핵심 기술사회로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해양디자인이 로보틱스와 융합할 수 있는 역할과 영역은 다른 분야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기회라 여겨진다. 특히 미래를 준비하는 디자인특성의 다원적 융합영역은 더욱 확장되고 있으며, 디지털 사회가 추구하는 공유라는 환경에서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콜라보레이터(collaborator)’,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는 3C 개념이 현대 디자인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중하위 개념의 디자인은 AI가 대신할 수 있지만, 중상위 개념으로 갈수록 더 많은 디자인 인사이트가 요구되며, 디지털 환경을 이용하고 운용해야 하는 상위개념(high touch)인 조절자로서의 디자인 역할(design organizer)은 역설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AI 생체역학 해파리 디자인 @instagram/Reza Kaboudmehri_design
AI의 양면성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샘 알트만(Sam Altman: 일론 머스크 등과 함께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AI의 설립자)의 생각처럼 디자인에서도 로보틱스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디자이너는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기술이 진화할수록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거듭나는 디자이너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디자인을 훌륭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조나단 아이브(Johnathan Ive: 애플의 전 최고 디자인 책임자)을 잡기 위해 2000년 당시 200억의 황금 수갑을 채웠다는 일화는 디자인의 새로운 가치(design culture)를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투자(application level)를 해야 한다는 좋은 사례에서 보여준 것 같이 혁신적이고 안목있는 디자인을 이해하고 그 열정으로 또 다른 영역의 혁신(design brand)을 이루어 내엇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아시안 스펙(Asian spec)의 주도권 마련(design dominance)이 해양디자인에서 중요한 기회란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부상하는 동남아시아권은 미래 해양디자인 발전을 위한 하나의 축이 될 지역이다. 한, 중, 일 등 디자인 주도국은 해양디자인 산업의 주축이 될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주도권의 확보는 단기적 관점이 아니며 장기적인 계획과 획기적인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해양디자인은 해양산업 분야에 있어 블루오션의 시작점 중의 하나로써 마케팅적 용어로 언급하자면 도입기 상태로서, 성숙기의 상태에 있는 타 디자인 분야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으므로,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투자(marine design incubation)를 필요로 한다.
나아가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과 디자인 관련 기관 및 정부 부처의 관점(marine design focus) 등이 새로운 시대에 대한 혁신과 도전을 준비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빠른 변화의 시대 조류와 기회 속에서 해양디자인은 해양자원과도 같은 풍부한 시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향후 해양산업 발전의 핵심적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회는 기다리지 않는다.
유상욱
부경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명예교수
전 부산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
전 초대 해양디자인 협회장
전 초대 해양디자인 학회장